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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끊지 말아줄래?
잘 지내고 있을 거야 사적 하루 한밤의 손님들 전에도 봐놓고 그래 해피 해피 나무 작업실 케이브 인 메리 크리스마스 해설│황현경(문학평론가) 보자 보자 하니까 진짜 작가의 말 |
최정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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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이렇게 늦었어?
아까 그 할머니 등 밀어줬어. 종은은 유리창 너머 대욕장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 할머니, 좀전에도 밀었잖아. 등을 내미는데 하는 수 없었지. 연세가 아흔인데 몸이 아파서 몇 주 동안 못 왔대. 때가 많았겠는데? 아니, 때는 전혀 없었어. 때도 없는데 왜 자꾸 때를 밀어? 때보다는 때를 미는 데 관심이 있는 것 같았어. --- p.105~106 다시 유리 액자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그림이 조금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림이 변했는지, 그림을 보는 내가 변했는지, 둘 다인지, 둘 다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다만 그림을 보는 동안 생각에 생각이 더해지고 새로운 생각이 덧붙여져서 어디까지가 그림이고 어디부터가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은 어딘가에서 끊어지거나 어딘가에서 다시 이어지기도 했다. --- p.116 당신, 얼굴이 왜 그래? 남자가 놀라 물었다. 다 잘못됐어요. 여자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품위를 지켜야 한다. 노모가 말끝에 힘을 줬다. 품위는 대물림되는 거예요. 여자가 입술 끝을 한쪽으로 올리며 웃었다. --- p.215 그러니까 크리스마스에 밤이 가장 길다는 거네. 여자가 돼지고기 볶음을 젓가락으로 뒤적였다. 밤이 지나면 세상이 리셋된다잖아. 남자가 입을 우물댔다. (…) 이교도의 명절이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둔갑한 게 새로운 빛이야? 여자가 돼지고기 한 점을 남자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거야 상황마다 다르겠지. 아무튼 사이에 껴 있는 시간이잖아, 오늘은. 남자가 고기를 삼켰다. --- p.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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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시달리던 화가 에드워드 호퍼가 보드빌을 쓴다면 아마도 최정나의 소설처럼 되지 않을까? 웃을 수도 없고 웃지 않을 수도 없는 지극히 현대적인 적막의 풍경. 먹고 자고 싸고 외로운 대화를 나누고 또 둘러앉아 연기를 피우며 고기를 먹는 인간들로 이루어진 인생극장. 감정이입이나 의미의 승화가 불가능한 가면극의 쓸쓸함. 최정나의 소설을 읽은 뒤라면, 우리는 소설이 허구를 통해 진실을 보여준다는 상식적인 역설에서 더 나아가게 된다. 현실의 허구성과 가상성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소설이라고 말이다. - 이장욱(소설가)
낯선 작가 최정나의 「한밤의 손님들」은 나를 놀라게 했고 그의 등단작까지 찾아 읽게 만들었다. 등단작인 「전에도 봐놓고 그래」에서부터 인상적인 것은 동물처럼 꿈틀거리는 문장이다. 내면 서술은 생략하고 거의 대화의 힘으로 끌고 가는 유형인데도 연극적 양식미를 빚어내고 있었다. 「한밤의 손님들」에서도 일단 그 장점이 여전하고, 거기에 더해, 현실과상상 혹은 주체와 타자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체적인(fluid) 상상력이 추가됐다.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렇게 과감하고 능숙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은 인상적인데다가, 그 기교가 기교로만 그치지 않고 친밀성 내부의 괴물성을 실감나게 드러내는 데까지 이르고 있어서,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