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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영무도, 별장지기 노트 1 2. 의문의 살인사건과 전도사 어머니 노트 2 3. 다락방 얼굴들 노트 3 4. 황토 지하방 노트 4 5. 재현 노트 5 6.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노트 6 7. 슬랩스틱 메시지 노트 7 8. 선글라스 노트 8 9. 지하무덤 노트 9 10. 선택 노트 10 에필로그 해설_레이어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최수웅(스토리텔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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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지원이 실종됐다.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다. 무연고 변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제보도 없었다. 그의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으로, 다달이 6개월 동안 삼백만 원이 입금되었다. 현존하지 않는 사람의 통장에서였다.
그는 평소에도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어 했다. 걸핏하면 원양어선을 타고 싶다, 아무도 모르는 암자에서 수행승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설지원은 대학생활 내내 자취를 했다. 건물 옥상에 있는 가건물이었다. 그의 형편은 그리 좋지 않았다. 월세 계약을 할 때에 그는 주인 여자에게 말했다. 만약 제가 돌아오지 않으면 가전제품을 팔아도 좋아요. 가전제품이야 오백 리터 냉장고와 선풍기가 전부였다. 그것조차 낡아서 고물상에나 공짜로 줘야 할 판이었다. 그 앞으로 온 청구서에는 연체된 신용카드 대금이 거의 천만 원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사채를 빌려서 ‘어깨’들한테 시달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자주 전화기를 꺼놓고 낡은 노트북 앞에서 뭔가를 쓴다고 앉아 있었지만 집으로 찾아오는 불량한 사람들은 없었다. 한편에서는 여자 문제로 실종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는 이성에 도통 관심이 없었다는 게 동기생들의 증언이었다. 한두 명 그에게 호감을 보인 후배들이 있었지만 그는 시간과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만나기를 꺼려했다. 그가 호모이거나 성 불구자일 수도 있다는 소문이 한때 돌기도 했다.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가 호모라는 소문은, 학교 근처 소극장 여단장이 일축했다. 그는 단지, 또래 보다는 나이 든 여자에게 호감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실종된 것이 아니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어느 허름한 여인숙이나 횟집을 운영하는 과부 품에 안겨, 애인이자 아들 역할을 하면서 세상을 등지고 있을 거라고 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아들이라는 조건과 그녀를 스토킹 한 적이 있었다는 근거를 댔다. 설지원의 친구 또한 이를 뒷받침할 만한 말을 언급했다. 그가 학과 여 교수를 미행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미행당한 여 교수와 인터뷰를 요청하려 했으나 그가 실종될 당시 그녀가 자살했다는 비보를 들었다. 실종 사진을 보고, S터미널 내 매점 주인이 제보를 했다. 남색 오리털 파커를 입고 양 어깨에 백팩을 멘, 노트북 가방을 신줏단지처럼 들고 있던 청년이 담배 한 보루와 소주 한 병을 사갔지만 불안하거나 누군가에게 쫓기는 기색은 없었다, CCTV가 없어서 실종자인지는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실종된 지 1년이 지나서야 그의 어머니가 실종신고를 했다. 전도사인 그녀는 아들의 부재에 한사코 말을 아꼈다. 여러 가지 논리적인 추리가 있었지만 사체와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탓에 논외가 되고 말았다. 가족의 가출 신고에 따른 탐문수사도 사람을 찾는다는 친구의 신문광고도 모두 헛수고였다. 이렇게 하여 아무도 그가 실종된 진정한 이유를 모른 채 5년이 지나 끝내 실종자 사망으로 처리되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