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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작가 서문
추천하는 글_김창규 SF작가 제1부 증강현실 1 오퍼 2 카페 주카 3 인터넷 다이버 제2부 호찌민 4 미스 응우옌 5 기타무라 6 사무실 7 호찌민 시 제3부 구로카와 8 농장 관리자 9 현지조사 10 동즈엉 익스프레스 제4부 미래의 얼굴 11 김씨의 바이오 솔루션 12 테러리즘 13 생물무기 14 공포의 보고서 에필로그 후기를 대신하여 옮긴이 후기 |
藤井太洋
후지이 다이요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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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에 정통한 이해 위에 ‘풀빌드’된 소설
SF문학은 최초의 SF로 일컫는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이후 줄곧 기술의 진전 양상과 미래의 사회상을 예측해 보이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후지이 다이요의 데뷔작 『진매퍼-풀빌드-』 역시 그러한데, 특히 ICT분야 엔지니어였던 작가가 그려내는 2037년의 근미래상은 설득력이 높다고 하겠다. 작품 전체를 통틀어 작중 인물들의 일상적 활동 무대는 증강현실이다. 사람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대와 통역 없이 회의를 하기 위해서, 말실수나 감정적 표현을 절제하는 데 이점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증강현실 안에서 만나는 것을 자연스럽고 편하게 여긴다. 증강현실에 접속하면 물리적 환경의 단절을 뛰어넘는 만남 역시 가능하다. 증강현실(AR)은 2016년 속초의 여름을 달궜던 ‘포켓몬GO’에 초보적으로 응용된 기술이다. 현재는 온라인 게임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을 필두로 선도적인 기술기업들은 증강현실 도입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이들은 소비자가 증강현실에서 제품을 미리 체험 혹은 시뮬레이션 해본 후 구매할 수 있게끔 장려한다. 이처럼 증강현실 기술은 신체적 거부반응의 해소가 관건인 가상현실(VR)보다 실생활 응용면에서 앞서 있는 형국이다. 작품은 주인공인 하야시다가 [워크스페이스]라는 전자비서의 긴급 알림을 듣고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워크스페이스]는 증강현실과 연동되고, 증강현실에 접속하기 위해 사람들의 몸속에는 최소 7개의 피드백 칩이 이식되어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허공에서 컴퓨터를 조작하는 모습이 보통 사람들에게도 가능해진 미래가 이 작품의 현재다. 유전자 조작?변형?편집을 넘어서 ‘설계’로 벼를 고사시키는 벼붉은녹병은 제비가 옮기는 탓에 화학적 구제도 불가능하여 쌀을 주식으로 삼은 동아시아 일대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일본의 양조기업인 L&B가 알코올 원료용 쌀을 개발하기 위해 유전공학 기술을 적극 도입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종래형 벼 품종은 모두 벼붉은녹병의 병원균에 취약하여 재배와 유통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L&B 연구팀은 마침내 양조용 유전자변형 쌀 ‘슈퍼라이스 제로’ 개발에 성공하고, 곧장 슈퍼라이스 제로를 식용쌀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에도 돌입하여 최초의 인공식물인 ‘SR’ 시리즈를 출시한다. 동아시아 기근 해소에 기여했다는 양조기업의 프라이드는 SR을 ‘증류작물’로 명명한 데서 드러난다. 20여 년 전 GMO에서 ‘M’이 조작 혹은 변형을 의미했다는 사실은 작품 속에선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최초의 증류작물 ‘SR01’이 등장한 지 20년”이 지나, 최신 버전 SR06은 세계 각지의 증류작물 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다. SR06은 과거의 벼보다 월등한 장점을 여럿 가졌다. 어떤 병충해에도 내성이 있으며, 벼이삭 하나의 수확량도 과거 벼의 5배에 이를 뿐만 아니라, 증류작물 농장의 설계와 농법은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인정한 정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SR06에 이르러 식량작물은 인간이 만든 최초의 ‘살아 있는 것’이 된 셈이다. 이것은 마치 하나의 소프트웨어처럼 ‘증류작물’ 개발 키트 형태로 양산된다. 진매퍼가 하는 일은 작물의 발색 유전자를 조작하여 농장 대지에 제조사의 기업 로고와 안전 인증 마크를 그리는 것이다. 기술의 낭패에 직면한다면 2011년 가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근무하고 있던 후지이 다이요는 출퇴근길에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하여 생애 첫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소설 쓰는 법조차 몰랐다”던 작가가 약 6개월에 걸쳐 소설을 쓰게 된 것은 동일본 대지진이 계기였다. “매일 원전 관련 보도를 보고 있는 사이에 지금까지 일반인들이 과학이나 자연과 마주볼 방법을 고민하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 방법을 [지금부터] 심각하게 생각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후에 사이언스 카페 등의 이벤트에 참가하여 실험과 이론을 거듭 구축해온 전문가들이 말하는 얘기를 듣고 확신을 얻었고, 그 말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나는 과학 전문가가 아니니까 픽션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작품을 읽어가다 보면 작가에게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킨 8년 전 일본사회가 처했던 상황과 자연스레 맞닥뜨리게 된다. 진매퍼 하야시다에 이입하여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또한 하야시다를 돕고 있는 캄보디아 증류작물 농장의 엔지니어 텝 슈에를 통해서도. 천재적 엔지니어의 전형쯤으로 보이는 해커 기타무라는 기술의 명과 암을 나란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하야시다나 기타무라와는 또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닌 구로카와의 비밀스런 과거와 그의 선택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을까… *** 아시아를 무대로 나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급박하게 전개되는 서스펜스, 서서히 사건의 진원에 다가가는 추적의 발길,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ICT 개념들을 생명공학에 덧씌운 지적 현란함. 『진매퍼-풀빌드-』는 하드SF의 진수를 정공법으로 보여주는 배짱 두둑한 작품이다. 한국 얼리 리더(Early Reader)의 독자평처럼 “군데군데 전자기기와 신체를 코드로 기워내는 기술적인 설명에 현기증을 느낄지도 모르나, 이런 장치가 저자의 해상도 높은 증강현실에 접속하는 데 필요한 로그인 절차임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SF가 재미와 의미를 구축하는 방법은 유니크하다. 소프트SF로부터 하드SF까지 경도로만 따져도 스펙트럼이 넓은데, 소재와 주제, 작가의 스타일, 사회문화적 영향관계 등은 SF를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후지이 다이요는 그런 스펙트럼 안에서도 단연 돋보일 만큼의 역량과 문제의식을 지닌 작가로서 높이 살 만하며,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 그를 한국에 소개하는 일이 SF 독자들에게 반가운 마주침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