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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東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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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 17
땅에 떨어지는/아무렇지도 않은 물방울/사진으로 잡으면 얼마나 황홀한가?/(마음로 잡으면!) 순간 튀어올라/왕관을 만들기도 하고/꽃밭에 물안개로 흩어져/꽃 호흡기의 목마름이 되기도 한다. 땅에 닿는 순간/내려온 것은 황홀하다./익은 사과는 낙하하여/무아경으로 한번 튀었다가 천천히 굴러/편하게 눕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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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 몇 송이의 눈. --- p.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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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모래 시간을 떨어뜨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튀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다오. 바람을 이불처럼 덮고 화장도 해탈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다오. --- pp.189-1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