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 Sung Won,洪盛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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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수록 작품
「늪」(『월간중앙』 1969년 8월호)은 부유층 가정교사 노릇을 하고 있는 두 남녀 대학생의 반나절 대화로 이루어진 단편으로, 당시 젊은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대화와 때묻은 사회에 대한 예리한 비판을 담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 자본주의화로 치닫는 서울이란 도시 한귀퉁이에서 겪는 성(性)에 대한 개방적 가치관, 변화하는 도덕관, 돈과 허영에 대한 젊은이 나름의 멸시 등이 늦은 시각 대포집에서 오고간다. 「무전여행」(『68문학』 1968년)은 스물세 살 먹은 젊은이가 무전여행을 떠나 겪는 뜻밖의 사건들과 씁쓸한 뒷이야기다. 세상과 불화하는 스물세 살의 주인공은 일상의 권태와 허무감에 지쳐 있던 어느 날, 입영 통지서를 받는다. 갑자기 뜻모를 고통과 허탈감을 동시에 느낀 주인공은 무전여행을 감행하고, 태풍에 침몰한 여객선을 터는 일, 죽은 시체를 들여다보는 일 등에 휘말린다. 2006년을 살아가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에게는 매우 낯선 풍경일 무전여행은 그것 자체로 지난 세대 젊은이의 풍속도를 상징하는 장치이다. 「프로방스의 이발사」(『사상계』 1965년 9월호)는 이국의 한 유식한 이발사를 등장시켜 인간의 약삭빠름과 어리석음을 동시에 비꼬는 한편, 현대인의 권태에서 빚어지는 일화들을 나열한 짧은 단편이다. 「사공과 뱀」(『여성동아』 1973년 2월호)은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망덕이라는 해수욕장이 무대가 된 단편으로, 관습과 허위로 무장된 인간이 성(性)의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비판적 시각으로 풀어놓고 있다. 인텔리 남편을 둔 서울 여성이 어느 섬 피서지에서 원시적 건강성을 뽐내는 사공을 만나 강한 성적 욕망을 불태운다. 권태로운 도시 생활의 무료를 성적 일탈을 통해 해소해보려 하나 결국 되돌아오는 것은 크게 다를 것 없는 공허와 허무감뿐이라는 현실이라고 그 또한 인텔리인 서울 여성의 의식의 변화를 좇는 작품이다. 「즐거운 지옥」(1970년 『현대문학』 5월호)은 30대 초반 무렵의 작가 H와 주변 글쟁이 친구들 6명의 소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제적으로 고달픈 H이지만 꿈과 낭만을 쉽게 버릴 수 없는 그는 자신과 비슷한 꿈과 번뇌를 안고 있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방과 호텔의 파친코, 요릿집과 요정을 드나든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자신을 둘러싼 도처에서 밀려드는 회의와 방종에 맞서는 마음 또한 거부하지 못한다. 현실과 꿈의 분열, 정신과 생존의 갈등에서 오는 한국 지식인의 실존적 방황과 서글픔이 ‘즐거운 지옥’이란 반어적 제목 안에 담겨 있다. 「괴질」(『현대문학』 1974년 10월호)은 보건소 직원이 괴질이 만연하는 읍을 방문하여 묘한 곤경에 빠져 체포되는 일화이다. 원숭이가 사람으로 변하고, 장님이 등장하고 괴질의 원인인 탄광이 세밀하게 묘사되는 등의 일종의 모호하고 신비스런 분위기는 작품 발표 당시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상징적 이미지들로 읽힌다. 유신 시절 숨막히는 정보 정치의 폭압 속에 온당한 언로(言路)가 막혀 편법으로 탄생된 이를테면 알레고리 소설이다. 소재와 구성 면에서 자전적 성격이 짙은 홍성원의 다른 단편들과는 성격을 달리하면서 작품 전체에 걸쳐진 암회색 분위기로 인해 카프카의 『성(城)』을 떠올리게 한다. 「주말여행」(1969년 『세대』 8월호)은 이제 막 소비 사회로 진입하는 근대화 초기 단계의 세태 풍속도와 개인 소외의 문제를, 로드 무비 형식으로 다룬 중편소설이다. 경기도 수원과 원천 유원지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도시와 저수지의 모델이다. 평범한 직장인 ‘나’는 같은 또래의 친구들, 방송국에 근무하는 김, 집 장수 박, 은행원 강, 대학 전임강사 이, 가발회사 직원 오와 어울려 G읍으로 주말의 일탈을 감행한다. 그 계획에는 여자에 대한 과장된 자부심, 술집 작부와의 육체 관계, 인생에 대한 조기 진단, 허풍과 객기가 서린 남성 세계의 허위, 떠들썩하지만 의미 없는 대화들이 뒤섞여 있다. 이 여행의 끝은 혼란 그 자체이다. 개장국을 끓여먹으러 잡은 개는 친구의 손을 물고서 도망쳐버리고, 오에게는 술집 여인의 존재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짐처럼 얹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