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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호의 유방
침대 손님들 박의 책상 두번째 서랍 도축업자들 쌀과 소금 트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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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같은 인물들, 인물 같은 사물들
『침대』라는 표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소설집에서는 일상의 사물들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식탁(「409호의 유방」), 침대(「침대」), 소파(「손님들」), 책상(「박의 책상」), 서랍장(「두번째 서랍」), 항아리(「쌀과 소금」) 등이 그것인데, 이러한 사물들은 사물보다 더 사물 같은 인물들과 함께 정적이면서도 음습한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또한 주로 가구의 형태를 하고 있는 그것들은 갇혀진 공간 안에 붙박인 인물들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철거가 예정된 듯 모두가 떠난 아파트에서 식탁에 앉아 오후 두 시에 방문하기로 한 관리인을 기다리는 늙은 부부(「409호의 유방」)의 모습이나 ‘그들’에 의해 이십여 년을 병실에 감금된 채 침대를 지켜야 했던 노파(「침대」), “당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왔다며 4인용 소파에 한 자리를 비워둔 채 정물처럼 앉아 있는 손님들(「손님들」)과 회사 측의 사직 권고에도 끝까지 자신의 책상을 지키는 박계장(「박의 책상」)의 모습은 각각의 작품에서 그려진 식탁과 침대, 소파와 책상처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어왔기 때문에 더는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는 사물,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편 닫혀져 있어 알 수 없다는 불안 때문에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는, 그러나 결국엔 텅 빈 공간일 뿐인 잠겨진 빈 서랍장(「두번째 서랍」)과 채우는 삶에서 비워지는 죽음을 상징하는 쌀과 소금이 담긴 항아리(「쌀과 소금」) 역시 인물들의 삶을 형상화한 상징이자 인물 자체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는 마찬가지이다. 문학평론가 소영현은 “김숨 소설의 무심하고 건조한 분위기가 인물이 정물로 환치되는 이런 방식과 연관된다”고 보고 있다. “사물이 된 인물들은 타인의 내면이나 심리를 엿보지 못하고, 인물들 사이에서 이해나 소통의 가능성도 절멸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김숨의 소설이 대체로 고백이나 독백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내면을 드러내지 않고, 주관화된 진술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관찰자적 시선만이 유지되는 것, 판타지적 요소가 활용”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주관적 의식에 의존하는 고백(/독백) 형식이나 판타지의 요소를 활용하면서 존재의 물화를 표현하고 극단적 인간 소외를 표현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사물과 인물의 경계를 허무는 김숨의 작품의 큰 특징이자 이번 소설집에서 더욱 도드라져 나타나는 그 작품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낯선 자들이 찾아온다! 홀로 남겨진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공포가 몇 편의 소설을 쓰게 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그 소설들이 묶였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김숨의 첫 장편소설 『백치들』의 축약본이라고 할 수 있는 「트럭」을 제외하고,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을 아우르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낯선 자들의 방문이라 할 수 있다. 끝내 오지 않는 관리인, 침대를 지키게 한 그들, 집을 지켜주겠다며 오히려 집을 점거해버린 손님들, 직업적인 이유로 갑자기 나타나 책상을 들어내는 관리부 직원들, 한때 소홀히 대해서 나를 떠나갔던 가축들까지…… 그리고 그들의 방문은 인물들의 행동과 삶을 결정한다. 김숨은 어린 시절부터 홀로 남겨진 집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고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는데,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낯선 자들이 담을 타고 넘어와 자신을 점령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과 공포는 그의 작품 안에서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의 옷을 입고 전혀 다른 판타지적 공간을 펼쳐 보인다. 이제 『침대』를 통해 김숨 소설의 낯선 인물들이 다시 한 번 독자의 방문을 두드린다. 당신은 문을 열 준비가 되었는가? 그 문을 여는 순간, 매혹적인 상상력이 소설을 읽고 있는 당신을 순식간에 점령할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