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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했다.
''내가 이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건 당신이 있어서였어요. 난 당신의 사랑을 믿었거든요. 언젠가는 내게 와줄 거라고.'' ''그런 바보 같은 기다림이 어디 있어요. 이젠 그렇게 기다리지 마세요.'' 다시 남자가 말했다. ''여자는 끝이 보이는 사랑 앞에 걸음을 멈추지만 남자는 끝이 보이는 사랑에도 목숨을 걸어요. 죽음보다는 사랑의 격정을 이기지 못하는게 남자죠. 나도 그렇게 살아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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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결혼이라는 굴레에 갇혀 살아가는 동안 진정한 사랑보다는 바쁜 일상을 핑계로 방치되어 버린 '가족'이라는 또 다른 굴레를 뒤집어써야 하는 이 시대 여성들에게 작가는 '여자'의 본질에 대하여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꿈틀거리는 욕망 저편에 아스라히 되살아나는 '사랑'의 숨결을 따라가 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실체를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욕심은 이제 이 땅 모든 독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어느 날 운명처럼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PD '이상우'를 만난 평범한 주부 '희수'. 평소 하나뿐인 아들과 남편에게서 별로 불만이랄 것 없이 만족하며 살아왔던 희수에게 낯선 남자는 풋풋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어쩌면 불륜일 수도 있는 희수와 상우의 만남은,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 대한 연민과 위로의 감정으로 발전한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서로 가슴 설레는 그들, 서서히 싹트는 묘한 감정에 대한 그들의 절제된 감정과 세밀한 심리 묘사, 그녀를 느끼며 방황하는 남자의 설렘과 가슴앓이… 그리고 그런 설렘의 일상을 뒤집는 반전… 여자의 자기정체성은 결코 '아내' 혹은 '엄마'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결코 진부하기 짝이 없는 사랑타령으로 흐르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가정일수록 내재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여자의 고민을 통해 결혼이 곧 모든 남녀관계의 완결편으로 착각한 사람들에게 통렬한 반성의 비수를 날리고 있다. 이제 독자들은 김정현의『여자』를 읽으며 자기의 '여자' 또는 '남자'를 돌아보게 된다. 그는 나에게 무엇이 며, 그녀 또한 나에게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지금까지 일구어 온 소중한 무언가를 버려야 하는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갖고 싶은 사랑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