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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 프롤로그
1. 기쁨의 연대 - 네그리와 박노해 2. 언어의 뼈 - 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 3. 사유의 의무 - 아렌트와 김남주 4. 삶의 우발성 - 알튀세르와 강은교 5. 너무나 인간적인 에로티즘 - 바타이유와 박정대 6. 소비사회의 유혹 - 벤야민과 유하 7. 무한으로서의 타자 - 레비나스와 원재훈 8. 망각의 지혜 - 니체와 황동규 9. 미시정치학 - 푸코와 김수영 10. 대화의 재발견 - 가라타니 고진과 도종환 11. 밝음의 존재론 - 하이데거와 김춘수 12. 주름과 리좀의 사유 - 들뢰즈와 최두석 13. 애무의 비밀 - 사르트르와 최영미 14. 작고 상처받기 쉬운 것들 - 아도르노와 최명란 15. 해탈을 위한 해체론 - 데리다와 오규원 16. 미래 정치철학의 화두 - 아감벤과 한하운 17. 육화된 마음-메를로 - 퐁티와 정현종 18. 포스트모던의 모던함 - 리오타르와 이상 19. 사랑의 존재론적 숙명 - 바디우와 황지우 20. 인정에 목마른 인간 - 호네트와 박찬일 21. 한국 사유의 논리 - 박동환과 김준태 에필로그 | 참고문헌 | 시 출처 |
姜信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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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에서 우리 삶을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되는 21개의 봉우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각 봉우리에서마다 지금까지 접해 보지 못한 삶에 대한 새로운 전망,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내뿜는 다양한 전망들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모든 봉우리마다 머물고 있는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들이 여러분의 산행을 도와 줄 테니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모든 봉우리를 다 좋아할 수는 없으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도 않다는 점입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의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두 봉우리만을 확인하더라도 큰 수확이 될 겁니다.---「들어가는 글」 중에서
지금 기형도는 화려한 말들의 풍경을 찢고 소리치는 침묵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응시하고 있는 침묵의 의미는 ‘소리의 뼈’라는 생각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사실 대학처럼 말이 많은 곳도 없을 겁니다. 강의실에서도, 캠퍼스 잔디 위에서도, 카페에서도, 술집에서도 아마 대학 시절에 우리는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말의 대부분을 토해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소리의 뼈’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이곳에서 우리는 비트겐슈타인의 통찰력에 의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만큼 언어의 문제를 깊이 있게 숙고한 철학자도 없었으니까요---2장 「언어의 뼈-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 중에서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구절이지요. 그렇다고 우리는 우회해서는 안 됩니다. 이 짧은 구절에 하이데거의 전체 사유가 응결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존재’, ‘ 존재자’, ‘사이-나눔’그리고 ‘존재와 존재자의 차이’라는 상호 연관된 네 가지 사항들이 분명해진다면, 우리의 곤혹스러움도 봄눈 녹듯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우선 ‘존재’와‘존재자’부터 해결해 보지요. 여기서 김춘수의 시가 큰 도움이 됩니다. ‘존재’를 ‘촛불이 열어 놓은 밝은 공간’으로, 그리고 ‘존재자’를 밝은 공간에서 보이는 ‘면경의 유리알, 의롱의 나전, 어린것들의 눈망울과 입 언저리’등으로 생각해 보세요. 이제 하이데거가 존재를 ‘밝히면서 건너옴’으로, 그리고 존재자를 ‘스스로를 간직하는 도래’라고 이야기한 것이 조금은 이해가되지 않을까요?---11장 「밝음의 존재론-하이데거와 김춘수」 중에서 이탈리아의 현대 철학자 아감벤이라면 이런 문둥이들을 ‘호모 사케르(Homo Sacer)’라고 불렀을 겁니다. 호모 사케르는 살해하는 것은 가능해도 희생으로는 바칠 수 없는 존재를 말하기 때문입니다. 소나 양이 희생으로 바칠 수 있는 동물이라면, 지렁이 혹은 작은 벌레들은 그럴 수조차 없는 생물들이지요. 이런 지렁이나 벌레를 죽인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지렁이와 벌레처럼 죽여 버릴 수는 있어도 희생으로 쓸 수는 없는 존재들, 즉 호모 사케르로 지목된 인간이 바로 ‘벌거벗은 생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생명체가 벌거벗었다는 이야기는 사회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구든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그들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사회는 이미 그들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2장 「미래 정치철학의 화두-아감벤과 한하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