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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여름 찬가 008 운명처럼 바다를 만났다 뿌르끼스 나타 호이야 018 처음 만난 바다 024 새우깡엔 소주, 유과엔 뭔가요? 036 우리는 삼각형처럼 040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꿈 046 강한 바람이 끊이질 않았다 서퍼의 아침 052 안녕, 바람 062 우리가 바둥거리는 이유 065 바이올리니스트와 영화배우 076 가능성의 나날들 085 지도를 따라서 갔을 뿐 088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 아주 오래 102 두번째 파도를 기다렸고 두번째 인생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 108 작고 소박한 마을 119 춤 124 저 웃는 사람들의 마음 128 우리, 두번째 파도를 기다리자 131 당신을 만나 서핑보드에 올랐다 내가 결혼이란 걸 할 줄은 몰랐어 140 바닷가 마을 158 숲속에서 꾸는 꿈 163 히피 아니고 원시인처럼 168 내가 원하는 사람은 내 안에 있을 수도 있다 180 그렇게 여름을 산다 신부는 울지 않는다 184 우리 사랑하지 않는 순간 190 치킨말고 백숙 196 일단 떠나고 보자 198 어제와 내일의 간극 208 에필로그 파도를 기다리는 시간 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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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을 하러 가는 길에 비치는 따사로운 태양은 마치 코스타리카, 마치 멕시코, 마치 스페인의 섬 어딘가, 먼 곳 어딘가로 떠나온 것 같은 기분에 젖어들게 한다. 선글라스를 끼고, 창문을 열고,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든 아니든 상관없이 숲길을 달려 바다로 나갈 때 코끝에 느껴지는 비릿한 향은 매번 일정한 양의 행복을 선사한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안도감과 바다가 내 옆에 있다는 그 말할 수 없는 평온함이 자질구레한 걱정과 불안을 잡아채 거센 바람 속으로 던져버려 바스러뜨린다. 그래서일까, 한여름의 바다는 바다 그 이상이다.
--- p.14 내가 사라지는 것은 파도에 휩쓸려 단지 바다 아래로 가라앉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 허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며 살아남으려고, 두려워하면서도 거센 파도를 피해 멀리멀리 이곳까지 나왔다. 내가 얼마나 강하게 삶을 원하는지, 살아보려고 애썼는지를 대번에 느끼는 순간이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주르륵 흐르는 물기의 따뜻함을 느끼며 아, 살아 있다는 것은 가끔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거구나싶었다. --- p.20 이젠 누구의 도움 없이도 서핑보드를 번쩍 들어올리는 팔뚝을 가지고 싶었다. 도도하고 신비로운 여배우의 얼굴보다 바다에 뛰어들어 파도 속에서 환하게 웃는 타히티 섬의 어느 바다 여자 같은 말간 얼굴을, 가늘고 늘씬한 몸매보다도 거친 파도를 누르며 일어날 탄력 있는 허벅지와 강한 체력을 무엇보다 가지고 싶었다. 당연히 어느 때보다도 잘 먹으려 했고 잘 잤고 스스로도 이토록 건강할 수는 없다고 여길 정도가 되었다. --- p.30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괜찮다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대로 평생을 산다고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억울한 기분 같기도 했다. 비교 대상이 되는 일과 그에 따른 걱정과 끝이 없는 버팀 속에서 마음을 졸이거나 풀어지다가 예고하지 않은 일이 벌어질까싶어 막막했다.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는 직업이 자유로워 좋았던 적도 있었지만 때때로 오로지 혼자라는 기분을 느껴야 할 때에는 그 사실이 더없이 무섭기도 했다. ‘나는 정말 내 삶에 만족하는 걸까?’라는 문장이 섬광처럼 번쩍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도돌이표처럼 매일을 그 속에서 소비했다. 일도 여행도 무엇도 마음 편히 즐기지 못했다. 무엇 하나 새로울 것 없이 이렇게 나머지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남은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즈음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인연처럼 서핑을 만난 것이다. --- p.83 모든 것이 꿈같을 때가 있다. 내가 지금 이곳에 있는 것도, 배우가 된 것도, 서핑을 하고 있는 시간도, 힘들었던 마음이 아물어 다시 아프지 않을 때에도. 돌이켜보면 불과 몇 년 전 일들이, 내가 겪었던 일이 마치 내가 겪은 게 아닌 것처럼 과거가 된다. 시간은 붙잡으려 하면 할수록 손안에서 녹는 눈처럼 물이 되어 흐른다. --- p.116~117 우리는 줄곧 만나 서핑을 했고 계속해서 첨벙대기만 하는 내게 그는 정성껏 가르쳐주었다. 어느 날은 서울에 돌아왔을 때, 그가 우리 집으로 찾아와 대뜸 말했다. “누나, 보고 싶어서 왔어요.” 그는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자기 생각을 누군가에게 명확하게 말하는 종류의 인간은 아니었지만 그땐 정말 분명하게 그 말을 했다. --- p.142 카라반의 작은 공간에 몸을 맞추어 살다보니 정말로 필요한 물건말고는 무엇이든 없으면 없을수록 편했다. 물건이 최소화되어야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고 무게가 덜해야 기름값도 절약되고 이동하기도 편했다. 옷가지들도 쌓여 있다 보면 곰팡이가 슬었다. 당장 입고 있는 옷말고 여벌의 옷 하나만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 p.180 정원 일을 마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서핑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예전의 나와는 다른, 나의 자유로운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어느 날, 내가 그토록 원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내가 되려고 했던 무수한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하려 한다. 큰 방향이 없는 시작을. 나에게 작은 울림을 주는 이 시간들을 아끼기로 한다. --- p.217~218 그런데 나는 왜 늘 어디론가 떠나려 하는 것일까? 어떤 건축가는 집은 삶의 보석 상자라 했고, 어떤 건축가는 모든 해답이 자연 속에 있다고 했다. 자연 속에다 안락한 집을 만들었는데 나는 어딘가로 떠나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하나의 꿈을 이루었으니 다른 꿈을 꾸고 싶은 걸까. --- p.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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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파도처럼 밀려오고
당신들에게 파도처럼 간다 윤진서는 첫번째 책 『비브르 사 비』에서 영화와 단어와 문장으로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했고, 첫 소설 『파리 빌라』에서는 찬란했던 사랑의 순간과 감정, 여행한 도시에서 마주한 감정들을 다뤘다. 이번 에세이 『너에게 여름을 보낸다』는 바다를 찾으며, 여름을 사는,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뜨겁게 관계했던 사람들과의 이야기다. 책은 바다를 만나 파도에 오르고 힘차게 나아가는 그녀의 여정에 따라,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운명처럼 바다를 만났다’ ‘강한 바람이 끊이질 않았다’ ‘두번째 파도를 기다렸고’ ‘당신을 만나 서핑보드에 올랐다’ ‘그렇게 여름을 산다’. 어쩌면 하나의 문장으로 이어져 읽히기도 하는 각 부의 서사들은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와 여정, 그리고 성장, 도약의 기운을 보여준다. 또, 직접 찍은 사진을 수록해 찬란하고 빛나는 여름의 장면에 다채로운 빛깔을 더했다. 어릴 적부터 절친했던 친구 지선과의 관계, 지선과 코스타리카 바다를 누비는 시간, 동해에서 서핑을 배우다가 인연이 닿은 현재 남편이 된 남자와의 만남, 그와 살 곳을 찾은 뒤 말 그대로 집을 ‘짓기도’ 하고, 그 집에서 올리는 결혼식, 가족들과의 관계……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들은 파도처럼 그녀에게 밀려왔고, 그녀도 그들에게 파도처럼 갔다. 살아 있는 이 여름을, 너에게 보낸다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은 어느 순간에 깨달을 수 있을까. 바다에서 소금기 가득한 바람이 불고 온몸에서 흙냄새가 묻어나는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소금에 절여진 몸뚱이와 까맣게 그을린 피부를 보며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원해서’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낀다. 서핑보드를 타고 바다로 홀로 나가 멀어진 육지를 바라보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 바다에 뜬 채로 오롯이 생각을 모으니 자신이 왜 이곳으로 왔는지 깨닫기도 한다. 여름, 바람과 파도가 있는 바닷가에서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두려웠던 바다를 극복하면서 자기 자신 또한 극복해나가는 여름의 시간.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뚜렷한 계절이다. 여름의 일상이 좋다. 바다 한가운데서 육지를 바라보려고, 무르익어가는 것들을 살펴보려고 자세 잡는 일이 즐겁다. 바다에서 커다란 달이 뜨는 걸 바라보는 일은 경이롭다. 그런 하루의 반복은 무척 단조롭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삶의 활력을 주는 묘약을 찾으며 살아간다. 바닷사람, 미니멀리스트를 꿈꾼다. 험난했던 초보 시절을 겪고 어느덧 어엿한 서퍼가 되어 파도를 배운다. 항상, 긴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녀에겐 많은 꿈이 있고 또 새로운 일들을 꿈꾼다. 이 책에 담긴 여름의 활기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빛나고 있는 이 시절을, 찬란한 여름을 살고 싶은 독자들에게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