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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시선으로 관찰한, 매끈하지 않은 우리 삶의 뒷면
그들은 오랫동안 우리들을 관찰해 왔노라고 고백합니다. 그들 중 일부는 아주 먼 곳에서 왔습니다. 알로카시아, 몬스테라, 파키라, 틸란드시아, 이오난사, 디시디아... 인간들의 세상을 빠르게 휩쓸고 지나가는 유행에 따라 더 많은 그들이 더 멀리에서 출발해 이 땅으로 왔습니다. 뿌리와 줄기가 잘린 채 엄혹한 검역을 마치고 긴 항해 끝에 낯선 토양에 도착한 그들은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정보 수집에 돌입합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눈과 코와 피부로 우리를 감각합니다. 권정민의 그림책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에는 그들이 관찰한 우리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화분 하나를 고르기 위해 수십 가지의 질문을 하는, 그러고도 식물의 이름은 곧 잊어버리고 마는, 환영받지 못하는 선물을 주고받고 사무실 카페 쇼핑몰 어디든 식물을 갖다 놓고 보는 인간의 모습은 아연하고 어리석어 보입니다. 바쁘고 지친 와중에도 삶의 공허를 채우려 애쓰거나 자신을 돌보는 것도 잊을 만큼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은 연민을 불러일으키죠. 무심하거나 섬세한, 이상하지만 다정한, 무례하고 무리하는 우리 삶의 갈피들은 거칠거칠한 잎사귀의 뒷면과 닮은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걱정 없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작가 권정민은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로 인상적인 출발을 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집을 잃은 멧돼지 가족이 인간 세상 한복판으로 뛰어들며 펼쳐지는 서글픈 아이러니는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번은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시니컬한 화자의 목소리는 독특한 유머를 실어 나르고, 여러 겹 꼼꼼한 채색으로 완성된 부드러운 톤의 그림들은, 실은 적나라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그다지 우아하지 않은 우리들의 욕망과 괜찮아 보이기 위한 필사적인 사투까지도요. 치명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붙들며,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다음에도 “당분간은 걱정 없겠습니다.” 하고 마는 그들의 능청에 읽는 이 역시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와 아주 가까이 있는 그들의 눈은 우리의 모습을 또렷이 비출 수 있는 거울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오늘도 우리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