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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다 27
발그레 33 비행 36 두통과 이별 47 사탕 54 미완성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57 플라타너스 61 헤매다 63 울고 싶었다 70 너무나도 어두운 밤 77 이어진다 83 여행의 목적 85 하고 싶지 않아 97 아직 100 묻어 105 Gracias 107 투우 115 미술관의 밤 129 봄과 여름 사이 137 이별의 유행어 145 알함브라 궁정의 추억 (낮) 147 다시 만난다면 153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밤) 157 당신이 있던 그곳엔 169 어쩜 이곳에 모인 이들은 173 리스본행 야간 버스 175 되돌아가는 길 앞에 서서 179 403번 완행버스 187 긴 여행의 시작 195 다시 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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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해졌지만, 겁이 늘었고, 늘 만남보다 헤어짐이 머릿속에 먼저 맴돌아. ‘적당히’를 배운 대신 ‘최선’을 잃어버렸고, 현실에 순응하면서 소중했던 이상이 사라져 버렸지. 하지만 무엇보다 날 힘들게 하는 건, 이 모든 게 당연한 일이며 어쩔 수 없는 일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거야.
--- 「사라지다」중에서 두통은 이별과 참 많이 닮은 거 같아. 두통과 이별은 느닷없이 찾아오지. 어딘가가 계속 욱신거리고 약을 먹어도 쉽게 나아지는 법이 없어. 너무 흔해 왜 아픈지도 잘 모르겠어.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숨을 쉬기도 힘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선명해지지. 남아 있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내 주위를 맴돌며 떠나지 않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져. 연습도 할 수 없는 데다가, 아팠던 기억을 자꾸 잊어버려. 그래서 늘 괴롭고 힘이 들지. 두통과 이별은 늘 그래. --- 「두통과 이별」중에서 어쩌면 사람들은 성당을 바라보며, 늘 불완전하고 미완성인 자신을 발견하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지금은 허점투성이일지라도, 언젠가 찾아올 ‘완성’을 위해 기대하고 기다리는 ‘자신’ 말이다. 그래서 우린 늘 미완성이기에 미완성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미완성(未完成)은 아름다워지기 위한 완성인지도 모르겠다(美完成). --- 「미완성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중에서 여행은 특별한 곳에서 평범한 나를 발견하고, 발견은 나를 특별히 만들어 줍니다. --- 「여행의 목적」중에서 고백하자면, 난 지금 여행을 하고 싶지 않다. --- 「하고 싶지 않아」중에서 이별은 늘 아프다. 그저 없어졌을 뿐인데 왜 그리 아픈지는 잘 모르겠다. 아플수록 성숙해진다고 한다.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아니 무덤덤해지는 걸까? 무덤덤해지는 것이 성숙해지는 것일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어른이 되는 건 맞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어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 「봄과 여름 사이」중에서 지나가는 바람은 다시 느낄 수 없기에 아쉽고 그립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또다시 바람을 마주하게 되겠죠. 만약 다시 우리가 만난다면 그땐 제가 먼저 당신을 향해 환한 미소로 맞아 주겠습니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 「다시 만난다면」중에서 바람에 버스 창가가 심하게 흔들린다. 창문 틈 사이로 흘러들어온 것들. 방금 과는 다른 냄새와 온도를 풍긴다. 버스 안에 있던 우린 본능적으로 호카 곶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곧 있으면 우린 세상의 끝에 도착한다. 세상의 끝에서 날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아닌 빈 쓰레기통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난 끝으로 왔고, 끝을 봤고, 그래서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길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 「403번 완행버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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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께.
어딘가에서 서성이는 당신께. 말 한마디 건네지도 못하고 이별한 당신께. 삼키지도 못하는 이별을 한아름 머금고 담담히 일상을 살아가는 당신께. 이별의 아픔을 누구나 겪는, 어른이 되는 과정쯤으로 치부하는 당신께. 당신의 얼굴에서 당신이 알던 당신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당신께. 어쩌면 당신께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우연이라고 하기엔 모두의 거절을 안고 찾아온 콜롬버스. 현실과 이상을 오가면 자신을 찾아 떠난 돈키호테. 이별의 아픔을 안고 떠나온 타레가. 일상을 벗어 던지고 기차에 오른 그레고리우스. 저마다의 깨달음을 찾고자 떠난 산티아고의 순례자들. 찾아, 떠나 이곳에 모인 이들은 어쩜 신의 계획안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세상의 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로 모여 있기에 나는 이곳에 와 내게 다가온 것들을 적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이별여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