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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울고 싶은 날에는 마늘을 깐다
2부 세렝게티 동물원 3부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4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5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는 작가의 말 추천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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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법!
도서1팀 김도훈 (eyefamily@yes24.com)
2012.10.03.
고릴라로 취직했다고? 한 남자가 있다. 나이는 서른여섯.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했다.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부업을 시작했다. 시작은 마늘까기. 울고 싶은 날에는 마늘을 까는 남자라네~ 그리고는 곰인형 눈깔 붙이기와 종이학 접기까지, 밥벌이의 위대함은 그로 하여금 무엇이든 하게 했다. 그러다 동물원 취직 자리를 소개받는다. 공무원과 비슷한 것이란다. 하루하루 마늘 까고 인형 눈깔 붙이는 일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적’인 직장 아닌가. 한 달의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하여 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의 영광을 거머쥔다. 동물원에 출근한 그는 고릴라사에 배치된다. 물론 유니폼도 입는다. 그는 동물원에 고릴라로 취직했다. 마늘보다 사는 게 백배쯤 맵다 제1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굿바이 동물원』은 동물원에 동물로 취직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 군상들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정리해고를 당한 회사원부터 대학 졸업 이후 헤매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춘까지, 어떻게 보면 하나같이 실패와 좌절,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슬픈 이야기는 모두 담고 있달까.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비장한 슬픔을 슬프지 않게 그려낸다. 그래서 그런 걸까. 이 작품은 여느 소설보다 더 아프고 더 가슴이 시리다. “나는 안다. 매운 건 마늘이 아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마늘 때문이 아니다. 사는 게 맵다. 매우니까 눈물이 난다. 한때는 나도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래서 안다. 마늘보다 사는 게 백배쯤 맵다는 걸. 그리고 마늘을 깐다는 게 사람을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게 만드는 지도.” (p.159) 이기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법 뭐가 이리 힘들까. 왜 이리 사는 게 힘든 걸까. 드라마 속에는 흔한 해피엔딩이 현실에서는 존재하기나 한 걸까. 정녕 남을 짓밟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작가는 치열한 경쟁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소설은 픽션이라지만 이렇게 리얼할 수가 없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남을 짓밟는 조풍년 과장, 기본 100대 1의 경쟁률을 상회하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앤 대리는 비단 소설 속 인물이 아니다. 커다란 경쟁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마음 아파하는 우리네 친구요, 동료요, 가족이다. 참, 소망이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소설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넌지시 알려준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떠나 콩고로 떠난 대장 고릴라는 그 곳에서도 비록 고릴라로 살아가지만 그래서 더욱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간다. 이기지 않아도 되고, 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무에서 열매가 열리고 강에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대자연이 거대한 마트요, 밀림 어디든 눕는 그 곳이 집이 된다. 대장 고릴라는 비록 고릴라의 탈을 쓰고 있지만 처음으로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기쁨으로 행복하다. 그렇다.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무엇을 하는 지도 그리 중요치 않다. 누구에게나 먹고 사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있는 법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책장을 덮어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소설 속 인물들의 절규가 귀에 생생하다. 동물원에서 고릴라로, 갈라파고스거북이로, 시베리아불곰으로 살아가지만 동물원 밖에서보다 동물원에 있을 때 더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는 그들의 읊조림도.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던 대학 시절이 기억난다. 그에 대한 해답은 먼저 나라는 사람에 대한 존재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준 이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내 마음에 큰 위로가 됐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비록 주위 환경은 더욱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지만, 이기지 않고도 혹은 지더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세상은 술보다 더 독하다지만 마늘보다 사는 게 백배는 맵다지만, 내게 중요한 일, 다른 사람이 아닌 내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살아간다면 굳이 이기지 않고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세상은 우리에게 경쟁을 해서 이겨야만 행복할 수 있다 말하지만, 그렇지 않고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분명 저마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건 각자의 몫이다. 덧. 소설은 우리가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현장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이러한 부분은 헤아릴 수 없지만 가장 기억나는 문장을 옮겨본다. 문학을 사랑하자는 의미로.. “대한민국은 소설만 써서 먹고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한국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았다. 주식과 연예계 소식, 하다못해 내일의 날씨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한국 사람들은 안방에서도 TV를 보고 전철에서도 TV를 보고 화장실에서도 TV를 봤다. TV를 보지 않을 때는 게임을 했다. 책은 팔리지 않았다. 인세로 들어오는 수입은 기대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정책적으로도 문학을 등한시하는 분위기였다. 정치가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원했다. 해외무역이 흑자로 돌아서고, 연간 경제 성장률이 몇 퍼센트에 이르고, 세계적인 국제대회를 집권 기간 내에 유치하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런 사업이 필요했다. 문학은 그런 사업이 아니었다.” (p.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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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면 마늘을 까기 위해서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 마늘을 까기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의 삶도 마늘을 까기 위해 주어진 것 같다. 마늘을 떼어놓고는 지나간 인생도 앞으로의 시간도 생각할 수 없다. 사흘밖에 안 됐는데 그렇게 되어버렸다. 마늘 까는 기계가 된 것 같다. 쥐고 까고 담는다.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동안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같은 건 사치품으로 변해버린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리고 나, 김영수라는 이름의 마늘 까는 기계만 남는다.
그래도 울고 싶을 때는 마늘만 한 게 없다. 남자는 평생 세 번 운다. 태어날 때 한 번,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한 번, 마지막으로 마늘을 깔 때, 남자는 운다. 마늘에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매운맛과 냄새를 내는 성분이다. 이 성분 때문에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남자가 왜 울어? 못나 보이게.” 아내가 퉁을 줘도 할 말이 있다. “마늘이 매워서 그래.” 마늘도 맵지만 사는 건 더 맵다. 지난 몇 달을 돌아보면 코끝이 찡해진다. 화장실 같은 곳에 숨어서 남몰래 울고 싶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떻게 참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p.15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고릴라는 진짜 고릴라가 아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고릴라다. 진짜 고릴라는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가슴을 치는 일은 거의 없다. 또 진짜 고릴라는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건축 자재나 폐타이어처럼 한자리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진짜 고릴라는 당신을 실망시킨다. 당신은 고릴라가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가슴을 치고 바나나를 따기 위해 나무에 올라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고릴라는 없다. 그런 고릴라를 볼 수 있는 곳은 세상에 한 곳뿐이다. 거기가 바로 이 ‘세렝게티 동물원’ 되겠다. ---pp.103~104 아침에는 기분이 좀 그랬다. 아무것도 모르던 전날과는 상황도 마음도 달랐다. 간밤에 많이 생각했다. 눈을 감고 있으면 낮에 봤던 고릴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먹고산다는 게 뭘까? 인생에 대한 회의가 밀려와 아내 몰래 몸부림치기도 했다. 고릴라가 아니면 먹고살 수 없는 걸까? 떼굴떼굴 밑바닥까지 굴러떨어진 느낌이었다. 내일 나가지 말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고릴라면 어때, 돈만 잘 벌면 되지,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내가 차라리 마늘을 깐다, 넌 자존심도 없냐, 너덜너덜 걸레가 될 때까지 자존심을 괴롭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도 하는 건데 뭘, 상처에 연고를 바르듯 이렇게 자기를 합리화해보기도 했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눈만 감고 있었다. 한두 시간이나 잤을까?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런 몸과 마음을 질질 끌고 출근길에 올랐다. ---p.106 그날은 하루 종일 강한 바람이 불었다. 대장 고릴라 만딩고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기어오를 때도, 여자 고릴라 앤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정상에서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할 때도, 내 마음속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몸을 가누기가 힘겨웠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는 폭풍우에 휩쓸린 난파선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어두운 밤바다를 표류했다. 등대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장대처럼 쏟아지는 빗줄기와 갑판을 후려치는 험한 파도, 그리고 나라는 난파선을 사정없이 흔들고 있는 바람뿐이었다. ---p.128 남의 돈은 그냥 벌 수 있는 게 아니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바나나 따위나 먹으며 가슴 몇 번 치는 걸로 남의 돈 벌면서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내가 어쩌면 너무 안이했는지도 모른다. ---p.149 “마늘이 맵네.” 아내는 거짓말을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나는 안다. 매운 건 마늘이 아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마늘 때문이 아니다. 사는 게 맵다. 매우니까 눈물이 난다. 한때는 나도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래서 안다. 마늘보다 사는 게 백배쯤 맵다는 걸. 그리고 마늘을 깐다는 게 사람을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게 만드는지도. ---p.159 “자기야, 인생이라는 게 뭘까?” 그걸 아는 사람이 대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했다. 설령 몇 명이 그걸 안다 해도 나는 그 몇 명 중에 들지 못했다. 나 역시 마늘을 까던 지난날, 숱하게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던가. 하지만 답이 없는 질문이었다. 질문을 할 때마다 한숨만 나오고 마음만 어두워졌더랬다. “마늘을 까고 있으면 있잖아,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어쩌면 마늘을 까기 위해서 태어난 건 아닐까? 마늘을 까기 위해서 여태까지 살아왔고 앞으로의 시간도 마늘을 까기 위해서 주어진 게 아닐까? 어떨 땐 내가 마늘 까는 기계가 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자기도 마늘 깔 때 그랬어?” 나도 마늘 깔 때 그랬다. 나란 무엇일까? 나에게 마늘이란 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이런 질문들이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손에 밴 마늘 냄새처럼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정체성은 오래전에 유행이 지난 액세서리처럼 이리저리 방바닥을 굴러다니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곤 했더랬다. ---pp.161~162 그리고 동물원에 있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 구실 같은 건 안 해도 돼.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람 구실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난 거의 없다고 봐. 하지만 동물원은 달라. 사람 구실은 못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동물원이야. 웃기지? 내가 그랬잖아. 사는 게 코미디라고. 자, 한잔해. 어때, 여기 죽여주지? ---p.214 “사는 게 참 그렇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 나는 과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이런 문제들을 등한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p.225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만딩고는 한 마리 고릴라로 별 탈 없이 살았다. 관람객들을 상대하며 하루를 보내고, 가끔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올라가 밥벌이를 하기도 했다. 동료들도 생겼다. 비슷한 처지라 마음이 잘 맞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늘 함께해주는 동료들 덕분에 만딩고는 외롭지 않았다. 같이 술을 마시며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눌 때는 모닥불 곁에 앉아 있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했다. 그러는 동안 연락책의 피 묻은 얼굴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돌멩이처럼 만딩고의 뇌리에서 지워져갔다. ---pp.281~282 고릴라사에는 만딩고와 조풍년 씨와 앤의 빈자리만 남아 있었다. 먼 산을 보다 문득, 고추잠자리들이 날아다닐 때면 불쑥, 가을바람에 낙엽이라도 한 장 떨어질라치면, 떠난 사람들이 그리웠고, 그들이 남기고 간 빈자리가 양말에 난 구멍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필드에 주저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만딩고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정상에서 탕탕 가슴을 치고 있는 조풍년 씨가, 관람객들 앞에서 어슬렁어슬렁 고릴라 워킹을 하고 있는 앤이, 때로는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고릴라사에는 언제나 나 혼자뿐이었다. 고릴라사는 태평양만큼이나 넓었고, 거기에 남겨진 고릴라 한 마리는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처럼 외롭고 쓸쓸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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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된 뒤 마늘 까기, 인형 눈깔 붙이기, 종이학과 공룡 알 접기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인공 김영수.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인생을 되돌아보고, 인형 눈깔을 붙이면서 본드를 불어 환각에 빠지고, 부인은 마트에 나가 카운터 보는 일을 시작한다. 김영수는 부업 브로커 돼지엄마의 소개로 공무원과 비슷하다는 동물원을 소개받아 체력장 시험을 준비한다. 체력장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김영수는 세렝게티 동물원에 취직한다. 자신이 고릴라 담당임을 알게 되는데, 바로 김영수 자신이 고릴라의 탈을 쓰고 마운틴고릴라 행세를 해야 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먹고살기는 힘들다며 일에 대해 고민하던 김영수는, 고릴라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랫동안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앤 대리, 대기업 오물처리반으로 일하다가 토사구팽 당한 조풍년 과장, 사상과 혁명보다 월세와 공과금에 짓눌려 동물원에 온 만딩고. 그들은 동물원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바나나를 먹고 털을 고르고, 가슴을 탕탕 치며, 12미터의 철제 구조물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올라 고릴라 흉내를 낸다. 고릴라들은 성과급을 받으려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올라가서 버저를 눌러야 하고, 반달가슴곰들은 공을 터뜨려야 하고, 아프리카코뿔소는 기둥을 박아야 한다. 그렇게 동물들의 역할을 대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물원 일이 끝나면 직장인처럼 소주와 안주를 곁들이며 회식을 하는 이야기들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날 소생이라는 여행사 직원이 나타나, 외국으로 떠난 동물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이 원하는 곳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당신들도 행복할 수 있다며 여기서 떠나는 것을 도와준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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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다. 매운 건 마늘이 아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마늘 때문이 아니다. 사는 게 맵다. 매우니까 눈물이 난다. 한때는 나도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래서 안다. 마늘보다 사는 게 백배쯤 맵다는 걸. 그리고 마늘을 깐다는 게 사람을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게 만드는지도. -본문 중에서
능숙하게 사람을 울리고, 능숙하게 사람을 웃긴다. 그러나 마침내 아프다! 1996년 한국 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7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의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14회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15회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16회 장강명의 『표백』(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15년이 넘는 기존의 당선작들은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2년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굿바이 동물원』은 심사 위원들에게 ‘슬프고 우습고 재밌다. 감수성 있는 문체는 문학적 재능의 번뜩임을 증명하고, 슬프지만 우습게 말하는 소설문법은 삶을 보는 통찰력의 내공을 입증한다’, ‘이 작가는 능숙하게 사람을 울리고, 능숙하게 사람을 웃긴다. 그러나 마침내 아프다’, ‘우울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곳곳에 기발한 유머가 배어 있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밥벌이의 위대함과 비애에 대해 생각했다. ‘시대의 슬픔’을 묘사할 줄 아는 작가’ 라는 평을 들으며, 250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굿바이 동물원』은 처절한 경쟁 사회에서 밀려난 주인공이 동물원의 동물로 취직하면서, 고릴라의 탈을 쓰고 가슴을 탕탕 두드리고 12미터에 달하는 철제 구조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오르내리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화장실에 빈 칸이 없어서 울지 못하고 눈만 벌게졌던 주인공 김영수. 그는 회사에서 해고되고 집에서 부업으로 마늘을 까면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삶을 떠올리고, 어쩌면 마늘을 까기 위해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뭘까?”라며 끊임없이 질문하던 그 시절, 그는 인형 눈깔을 붙이다가 본드를 불고, 종이학과 공룡 알을 접다가, 부업 브로커 돼지엄마에게 소개를 받아 ‘세렝게티 동물원’에 고릴라로 취직한다. 같은 고릴라사에서 일하는 앤 대리, 조풍년 과장, 대장 만딩고를 만나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사연을 하나씩 듣게 된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공무원 공부를 하는 앤과 역시 “사람답게 살고 싶”어 과거의 일을 버리고 동물원에 온 조풍년, 그리고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만딩고의 이야기까지. 작가는 그들을 통해 현대 경쟁 사회의 현실을 꼬집고, 그 속에서 사람이지만 사람으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동물원에서 사람이 아니라 동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때론 정감 있게 그리고 울컥하게 담아내면서, 경쾌하면서 슬픈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도시의 삶에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흥미로운 탈출 안내서 롤러코스터처럼 펼쳐지는 경쾌하면서도 슬픈 블랙코미디! ‘세렝게티 동물원’, 가까이에서 동물들을 직접 만질 수도 있고, 동물들에게 물건을 던지며 해코지도 할 수 있는 그곳. 왜냐하면 그곳은 사람이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 흉내를 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관객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지만. 그래서 그곳은 어쩌면 섬뜩하고 소름 끼치면서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알면 마음이 짠하면서 슬픈 동물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릴라사에서 같이 일하는 대장 만딩고도 조풍년 과장도 앤 대리도 모두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 각각의 사연과 그들이 살아내고 있는 인생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과 동일하다. 동물원에서 일하면서 도서관에서 공무원 공부를 하는 앤 대리의 이야기는, 공무원만이 행복한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고 믿으며, 힘들게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고 있는 88만원 세대 청춘들의 이야기이고, 조풍년 과장의 지난 세월 이야기는, 자신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그만두게 만들어야 하는, 그렇게라도 사람 구실을 하면서 먹고살 수밖에 없었던 가장의 슬픈 현실을 전해준다. 대장 만딩고는 우리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방식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인 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돈이 없어 큰 업적도 이루지 못하고, 전기가 끊긴 곳에서 겨우겨우 살던 만딩고는 어렵게 직장에 취직해서 평범한 회사원이 로봇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고 있고, 그렇게 살다가는 직장 동료 정훈 씨처럼 동작 센서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투명 인간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부와 병행하기 위해, 다른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쫓는 누군가를 피해서 모두 동물원에 취직한다. 그들은 나름대로 하루하루 동물원의 고릴라로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맨 처음에는 고릴라의 옷을 입고 거울을 쳐다보는 것이 낯설었던 김영수도 서서히 동물원에 적응해간다. 주변 동물들의 모습도, 구경 오는 관람객의 상태도, 그리고 자신이 지켜야하는 여러 가지 룰들도 지키면서 생활한다. 동물원의 일이 끝나면 동물원 앞 ‘정문 휴게 음식점’에서 ‘안중근 소주’와 정체불명의 냄비 요리 ‘아무거나’를 먹으면서 하루 종일 고생한 동료들과 술 한 잔 하고, 술주정도 부리면서 살아간다. 동물원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바나나로 점심을 때우고, 버저를 누르면 나오는 성과급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조풍년 과장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떨어지자 돌아가면서 버저를 눌러주는 인간미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곳도 역시 또 다른 사회의 한 단면임을 알게 된다. 동물원 월급으로는 생활의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김영수의 부인은 마지막으로 남은 통장인 ‘행복한 인생 통장’을 깨지 않기 위해 부업을 시작하고, 김영수는 부인이 부업을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기만 하다. 이렇게 소설은 등장인물 각각의 삶의 비루함과 심리상태를 정확하고 정직하게 표현한다. 『굿바이 동물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지속된다’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만한 사회’라는 것을 알려주는 소설이며, 동물원 같은 도시의 삶에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흥미로운 탈출 안내서이고, 우리 사회를 향한 뜨끔한 호명이자 애틋한 주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