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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글 007 출전 없는 선수처럼 015 관심과 인연 025 모든 것은 변한다 035 그곳에서 살고 싶다 043 프놈펜발 시아누크빌행 051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060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067 벚꽃을 올려다보며 075 ‘멋지다’의 두 가지 의미 084 또 하나의 세상 093 이것이 바로 그…! 101 여름 가족여행 108 이틀간의 여행 116 여름방학과 이상향 125 여행자의 외로움 133 귀찮음은 불행일까 140 재방문 여행기록 148 다시 찾은 성지 156 궁합이 맞지 않아도 괜찮아 165 잠깐의 짝사랑 174 인연과 여행과 인생이란 182 기억의 진위 190 선택받지 못할 장소 199 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 207 지도에 대하여 215 ‘신이 다녀가는 곳’에 깃든 배려 222 나에게 쇼도시마란 230 |
Mistuyo Kakuta,かくた みつよ,角田 光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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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을 베푸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내가 베풀고 싶은 것은 선이 아니다. 나는 빚을 갚고 싶을 뿐이다. 내가 여행할 때마다 수많은 사람에게 받았던 셀 수 없을 정도의 큰 빚을 ‘지금 내 눈앞의 당신에게 갚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선행을 베푸는 행위처럼 여유롭지 못하고 초조하다. 빚을 갚지 못하면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_16쪽. 학창시절 가난한 배낭여행을 했을 때 우연히 만난 일본인 스님께서 레스토랑에서 밥을 사주신 적도 있었다. 네팔의 카트만두였는데, 덕분에 배낭여행을 하면서 제대로 된 레스토랑을 처음 들어가 봤다. “당신이 조금 더 나이가 들게 되었을 때 어린 여행자에게 밥을 사주면 됩니다. 그것이 카르마(Karma)이니까요"라는 말을 남기며 스님은 웃었다. _18쪽. 그렇다 해도 이렇게나 많은 인파 속에 파묻힌 상태로 술을 마시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옆 사람과 밀착한 채 자신들의 이야기에 몰두하고 마실 수 있는지 의아해하며 보고 있자니, 문득 이국 문화에 해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 불편하고 그렇지 않은지는 아주 사소한 문제라 그 나라의 문화에 따라 전혀 다르기도 하지 않을까. _40쪽. 호불호와는 별개로 마음에 맞는 장소가 있다. 그러한 장소에 방문해서야 호불호와 마음에 맞는다는 것은 서로 다른 감각임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친구와의 관계나 연인 관계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마음에 맞다’라는 것은 아마도 자신만 아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그런 상대와 있으면 편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아도 즐겁다. 그런 심리적인 기분 좋음이 신체에서도 느껴진다. 장소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장소에 있으면 편한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편안한 마음이 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즐겁다. _43쪽. 30년 전, 20년 전, 작년의 꽃놀이 자리에 함께했던 이름 모를 누군가와 왠지 모르게 계속 만나고 있는 누군가, 그리 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 사람 모두 그렇게 벚꽃의 그림자 뒤로 보일 듯 말듯 숨바꼭질할 테니까 말이다. _83쪽. 나는 ‘아무것도 없는 장소’라고 알려진 곳을 좋아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25년 전에 열흘 정도 체류했던 태국의 타오섬(Ko Tao)이 그렇다. 이곳은 바다밖에 없다. 섬 안을 이동할 때도 육로가 없어서 보트로 섬 외부를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전기는 자가발전으로 해결하고 음식점은 각 방갈로에서 운영하는 곳밖에 없어 그곳에서만 식사할 수 있다. 서핑이 나 스노클링, 다이빙도 하지 않는 나는 온종일 해변에서 책을 읽고 헤엄치다 잠만 잤다. 몽골 역시 아무것도 없는 곳임 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었다. _86쪽. 광경에 순간 충격을 받았다. 지하제국을 우연히 발견해 그곳에 사는 지하 사람들의 생활을 직접 마주한 느낌이었다. 바닷속의 광경은 우리가 사는 지상과 공통점이 있었다. 빌딩이 있고 시장이나 교회가 있거나 숲이나 국경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바닷속 세계가 이렇게 지상과 닮았다니’ 하는 놀라움이었다._94쪽. 밤이 되면 하늘 전체가 별로 가득 채워진다. 초승달이 뜬 밤, 손전등을 들고 새카만 밤길을 비추며 걷다 나뭇가지마다 반딧불이가 매달린 커다란 나무를 본 적이 있다. 살아서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보였다. 지금도 꿈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광경이었다._12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