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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도문을 말하다
도문을 말하다 반으로 하나인 징후 슬픈 등뼈 감옥 흰 어둠 바그네리안 폐족의 시간 너는, 질문으로 가득 찬 계절이다 남당, 아득한 맨발 비의의 페르소나 바람은 내가 누구의 과거인지 안다 블루노트 카사블랑카의 밀항 율려 소도시의 우울 밀령 제2부 줄포의 새벽 줄포의 새벽 먼 하늘 본다 미선나무 흰 꽃의 시간 오, 오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 보라색 꽃등 다만, 모련이어서 스물 네 살의 산정 영혼이 닿았던 순간은 몸의 작은 틈으로 끝내, 저버리지 못 할 바람의 방향은 바람도 모른다 내 몸 빌어쓰다 떠난 그곳 어죽이네의 일상 복수초 노란 꽃이 은유에 걸려 있는 밤 제3부 파문 후의 꽃고비꽃 파문 후의 꽃고비꽃 그늘의 서식 자미 꽃그늘 돌아서는 꽃물 든 무릎 적소 고도, 그 모멸의 행간 모항 악마의 속삭임 찬, 찬 좌초의 선험 날, 날 황강 암각의 새 메타세쿼이아숲으로 간 사람 구절의 심장 서로에게 난민이었다 허구의 젊은 날들 제4부 베르베르의 붉은 저녁 베르베르의 붉은 저녁 헹켈 트윈 컬렉션 연흔 동백꽃 사서 붉은 맨드라미 여기 지금, 따스한 모두 우아한 서가 서러운 개화 석조기둥의 기억 블론디를 보낸 후 봉인 없는 시대 배꽃이 참람이다 환청 시인의 잠 몰락하는 오늘 꽃 진 자리에 내리는 눈 몽혼의 날개 양방향 열쇠의 밤 제5부 눈빛의 흔적이 몸을 이룬다 눈빛의 흔적이 몸을 이룬다 바람의 집 한 채 선택 너는 슬픈 시엔 님 웨일즈의 부드러운 역광 강남역 10번 출구 불운 이별 형식 명정동 194번지 나는, 돈강 어디쯤 흐르고 있을까 축배 없는 승리 E나라로 가는 길 쓸모없는 것들을 위한 송가 엔딩 자막 내 안에 몇 개의 어둠과 몇 개의 아침이 있다 산수유, 붉은 열매를 버리다 긴 복도 시선 〈작품 해설〉 역류의 사랑, 절대의 사랑 - 이숭원(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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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강물로 흘러 고원을 다 담으면 안 되는 거다
강물이 설렘이라면 아, 강물이 소멸이라면, 망각이라면 안 되는 거다 기다림이라면, 슬픔이라면 안 되는 거다 강물이 안타까움이라면 될까 안타까움으로 역류의 하루다 하루는 일 년이고 백 년이다 안타까움을 놓고 시간을 말하면 안 되는 거다 안타까움을 놓고 죽음을 말하면 안 되는 거다 도문, 저 급류를 놓고 피 흐르는 역사를 말하면 안 되는 거다 어둠이여! 빛이여! --- 「도문을 말하다」중에서 가이드는 사파리를 안내하며 읊조리듯 말한다 아프리카 남부 오지로 들어가면 불륜을 저지른 남녀를 말에 매 달아 달리게 하는 형벌이 있습니다 추장이 지휘하고 부족 모두가 이 극형 장면을 보게 됩니다 모든 정염이 잿빛으로 변한다는 걸 알았다하더라도 달빛을 꺾었을 남녀입니다 정오가 되면 남녀를 묶어 말에 매답니다 궁사는 말 엉덩이에 화살을 쏩니다 말이 놀라 뛰기 시작합니다 말은 밤이 되어서야 마을로 돌아옵니다 돌아온 말의 로프에는 남녀의 등뼈가 매달려 있습니다 밀림은 검게 빛나고 별들 광활한 어둠 속으로 숨습니다 달빛은 등뼈를 희미하게 비춥니다 등뼈에는 안타까운 비명, 푸르게 빛납니다 무거운 적막 흐릅니다 훼절되는 관절 어느 지점에서 서로의 눈빛을 잃고, 목소리를 잃었는지 --- 「슬픈 등뼈」중에서 붉은 땅 베르베르로 가겠네 손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등도 붉게 문신하고 볼 붉은 아이를 낳고 아이의 붉은 잇몸을 보겠네 붉은 흙으로 붉은 집을 지어 사하라를 건너 온 귀한 사람을 위해 넓다란 응접실을 만들고 화덕에 커다란 빵을 굽고 마끌루바를 내겠네 붉은 땅 베르베르로 가겠네 가서, 붉은 벽돌에 설형문자로 사막을 노래하겠네 버킷리스트의 목록이 하나 남을 때까지 베르베르의 붉은 흙집에서 사막으로 지는 해를 보겠네 사하라에 묻힌 낙타의 턱뼈가 붉게 물들 때까지 붉은 모래바람은 사구에서 사구로 옮겨 갈 것이지만 하나 남은 버킷리스트를 열지 않겠네 베르베르의 붉은 저녁 멀리 사하라 넘어 한 생애, 붉게 물들이는 그날 까지 --- 「베르베르의 붉은 저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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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세속적 관습을 거부하는 역류의 사랑, 절대의 사랑을 탐색하다
사랑의 속살은 복잡 미묘해서 제대로 헤아리기가 어렵다. 사랑의 표피를 들추면 황홀함, 기쁨, 외로움, 그리움, 슬픔 등의 감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다. 다시 내피를 들추면 안타까움, 괴로움, 분노, 저주, 파탄, 자멸 등의 착잡한 정동情動이 출몰한다. 사랑의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감정의 층위는 다양한 편차를 보인다. 이성간의 사랑의 경우, 과거의 애틋한 사랑은 보랏빛 환영으로 떠오르지만, 그것을 추억하는 사람의 내면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그런 종류의 사랑은 황홀하면서도 외롭고, 그리우면서도 애달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김윤배 시인은 그렇게 복잡 미묘한 사랑의 바다를 향해 탐사의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 다음 시는 사랑의 처절함을 극단적 형태로 제시한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인간 사랑의 절대적 모순을 체험하게 된다. 가이드는 사파리를 안내하며 읊조리듯 말한다 아프리카 남부 오지로 들어가면 불륜을 저지른 남녀를 말에 매달아 달리게 하는 형벌이 있습니다 추장이 지휘하고 부족 모두가 이 극형 장면을 보게 됩니다 모든 정염이 잿빛으로 변한다는 걸 알았다하더라도 달빛을 꺾었을 남녀입니다 정오가 되면 남녀를 묶어 말에 매답니다 궁사는 말 엉덩이에 화살을 쏩니다 말이 놀라 뛰기 시작합니다 말은 밤이 되어서야 마을로 돌아옵니다 돌아온 말의 로프에는 남녀의 등뼈가 매달려 있습니다 밀림은 검게 빛나고 별들 광활한 어둠 속으로 숨습니다 달빛은 등뼈를 희미하게 비춥니다 등뼈에는 안타까운 비명, 푸르게 빛납니다 무거운 적막 흐릅니다 훼절되는 관절의 어느 지점에서 서로의 눈빛을 잃고, 목소리를 잃었는지 「슬픈 등뼈」 전문 사회의 금기를 어기고 불륜의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도 판단력이 있기에 자신들의 사랑이 타인의 지탄을 받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랑의 마력에 매혹된 사람은 불타는 열정으로 인해 사회적 형벌에 대한 공포도 사소하게 여긴다. 유사 이래 불륜남녀를 처벌하는 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전해 오는 것은 태초로부터 불륜의 사랑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멈출 수 없는 사랑의 열정은 사회의 윤리적 통제를 무화시킨다. 불륜에 가하는 형벌이 아무리 끔찍해도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회의 금기를 넘어서게 되어 있다. 이것이 인류 역사에 길이 전하는 사랑의 모순율이다.(...) 인간은 늘 혼자인데 혼자인 주체가 다른 주체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일종의 기적이다. 그래서 사랑의 열병에 후회가 없고 사랑의 운명에 추락이 없다. 사랑의 환생을 믿는 사람에게 죽음을 알리는 묘비명은 무의미하고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는 호곡이나 묵념도 의미가 없다. 환생을 믿기에 운명의 사랑에 돌진하고 돌 속에 묻혀 천년의 세월을 버틸 수 있다. 사랑의 꿈은 풍화되는 법이 없고 암석의 단층에 갇히지 않는다. 암각의 새가 눈동자를 움직여 날개를 펼치는 날은 새로운 운명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곳과는 다른 곳에서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니 과거의 사연을 따질 필요가 없고 그들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새로운 사랑의 언약이 시작되었으니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길 뿐이다. 새로운 사랑의 꽃을 피우는 사람에게 고뇌가 없을 리 없다. 그러나 그것은 온전히 그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꽃이 필 때 아픔을 견디고 스스로 피어났으니 질 때도 누구를 원망할 필요가 없다. 꽃이 질 때의 슬픔과 아픔도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꽃이 질 때 무슨 소리를 남겼느냐고 물을 필요도 없고 꽃 진 자리를 건너다보며 아픈 독백을 읊조릴 필요도 없다. 꽃이 지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여 눈 먼 사람처럼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온당한 일이다. 가장 예민한 관절이 통째 훼절되는 순간에도 사랑하는 상대의 눈빛을 보며 그 눈빛의 애잔함과 떨림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 사랑의 속성이다. 인간 내면의 모순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랑이다. 김윤배의 이번 시집은 인간의 일상적 세속적 관습을 거슬러 올라 사랑의 뿌리를 흔드는 역류의 사랑, 환생의 시간을 오르내리며 어떠한 극한의 곡절에도 꺾이지 않는 절대의 사랑을 집중적으로 탐색했다. 김윤배 시인의 시작 경력에 없던 새로운 서정이고 우리 시의 경로에도 흔히 보이지 않던 이채로운 시도다. 세월의 흐름을 역류하여 새로운 서정을 창조한 시인의 저력에 박수를 보내며 이 항해가 또 다른 전환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이숭원(평론가), ‘해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