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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냉장고를 따라 떠난 흥미로운 여행
1장 냉장고, 시대를 반영하다 어느 냉장고의 독백 | 거대 냉장고 전성시대 | 자꾸만 덩치가 커지는 이유 | 대형할인점과 냉장고의 관계 | 냉장고 음식만으로 살아보기 프로젝트 2장 사치품에서 필수 가전제품으로 나이지리아 겹 항아리 | 경주 석빙고 | 최초의 현대식 냉장고 | 최초의 국산 냉장고 GR-120 | 한국인의 위암 사망률을 낮추다 3장 변종 대장균 공포 냉장고 균 VS 화장실 균 | 채소로부터 시작된 식중독 사건 | 장출혈성 대장균 O-104:H4 | 최초의 사례자 | 새로운 매개체 | 마지막 퍼즐 조각 | 무서운 씨앗 | 그날 이후 | 농산물 검역의 한계 | 믿을 수 없는 유기농 식품 4장 푸드 마일 이제는 흔해진 열대과일 | 컨테이너의 비밀 |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아서 | 세계 최대, 한국의 푸드 마일 5장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다 꾸러미를 운영하는 솔뫼 공동체 | 원주천의 농산물 직거래 장터 | 제철을 요리하는 레스토랑 6장 뉴욕의 로컬 푸드 저가의 중국산 농산물 | 로컬 푸드 레스토랑, 마시 | 100마일 다이어트 | 지역 농장 살리기 | 정책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들 | 하나의 추세가 되다 7장 반소비주의를 향한 외침 쓰레기를 먹는 사람들, 프리건 |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대안 | 마치 원시시대의 식사처럼 | 노 임팩트맨 8장 변화를 담는 냉장고 음식 재료에게 질문을 건네다 | 냉장고를 찍는 사진작가 | 현실을 비추는 냉장고 | 냉장고 없이 살 수 있을까? 9장 새로운 트렌드, 채집 함께 걷고 맛보는 채집 여행 | 제주도 야생초로 차린 한 상 | 해녀에게 배운 자연산의 맛 에필로그 우리가 냉장고에 채워야 할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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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고, 잊고, 버리고
도서3팀 조세연 (renew@yes24.com)
2013.08.14.
‘유일하게 하루 24시간 돌아가는 가전은 냉장고뿐이다.’ 아니, 이런 관찰력을 봤나. 단 한 번도 생각 못했던 일이다. 맞다. 밤새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일하는 티를 내는 유일한 가전. 365일 멈추지 않는 가전. 컴퓨터를 하고, TV를 보고 전기코드를 뽑아놓지 않으면 머리에 별이 보일 만큼 짜릿한 등짝 스매싱을 가하는 어머니에게도 냉장고는 열외다. 얼마 전, 김치냉장고가 고장이 나 냉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한여름 폭염에 에어컨이 고장 났을 때 보다 더한 스트레스와 짜증을 보였더랬다.
대한민국 가정의 냉장고 보급률은 100%를 넘었다고 한다. 한 집당 한 대의 냉장고는 기본이고 이보다 더 갖춘 집이 많다는 뜻이다. 냉장고, 김치냉장고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화장품 냉장고까지 등장한 지 오래다. TV 광고에는 화려하게 꾸민 스타들이 냉장고가 그들의 연인인 양 사랑스러운 눈길로 응시한다. 한 때 부의 상징이며 수입품에서만 볼 수 있었던 양문형 냉장고는 점차 진화해서 이제는 세세하게 4개의 공간으로 나뉘기까지 하며 김치냉장고를 옵션으로 갖추기도 하고, 급기야는 문에 큐빅을 붙여서 ‘당신이라면 이 정도 화려한 냉장고를 가질 자격이 있다’는 식으로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모든 가전제품이 초소형, 간소화를 추구하는 마당에 오직 단 하나. 냉장고는 대형화를 택했다. 사는 집이 크건 작건, 냉장고는 크고 볼 일이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우리를 파고 든다. 10년쯤 전 구입한 양문형 냉장고를 놓고 어머니는 늘 말씀하신다. ‘냉장고가 너무 작다.’ 나와 동생은 늘 말한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 아버지도 늘 말씀하신다. ‘도대체 냉장고에 뭘 그렇게 많이 넣어 놓는 건가.’ 일주일 오래는 열흘에 한 번, 대형 마트에 들러 한 가득 장을 봐 오고 냉장고에 넣어놓는다. 살 때는 대단위로 단가는 더욱 싸게 구입하지만, 정작 얼마나 쓰고 있는 걸까. 근래는 창고형 마트까지 등장해 판매단위는 더욱 커지고, 장을 보는 절대금액도 점점 커지지만, 단가는 줄어든다는 명목 하에 우리의 소비도 한없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누굴 위해 증가하는 소비규모인지는 찬찬히 생각해 볼 일이다. 신선한 야채를 쌀 때 왕창 구입해 냉장고에 넣고 시들시들 해질 때까지 꾸준히 먹는 것과 먹을 때 조금씩 사놓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좋을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일이다. 먼 길 건너 온 싼 가격의 식 재료를 한 번에 대량으로 구입하는 것과, 집 근처의 농장에서 생산한 재료를 조금 더 주고 먹을 만큼만 구입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좋을지도 마찬가지다. 냉장기술의 발달로 세계각지의 음식을 신선하게,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으나 이와 함께 전세계 어딘가의 농장에서 발생한 유해세균이나 질병유발물질도 가속도를 더해 확산된다. 몇 해 전 유럽에서 발생한 기이한 형태의 변종 대장균도 이런 냉장기술을 등에 업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한국의 푸드마일은 세계적으로 그 거리를 자랑한다. 1인당 식품수입량 역시 전세계 1위를 차지한다. 우리의 식탁은 전에 없이 풍성해졌지만 우리의 건강은 시시각각으로 위협받고 있다. 지금 당장 당신의 냉장고에 든 것의 리스트를 작성해보라. 같은 재료를 계속 구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확인하라. 정말 필요한 것이 그 안에 있는지. 냉장고 구석 어딘가에 당신의 생명을 위협할 상한 재료가 있지는 않은지. 더 이상 대형마트와 전자 제품회사의 상술에 휘둘리지 마라. 당신의 건강은 물론, 통장의 잔고까지 지킬 수 있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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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냉장고 음식으로만 살아보기 프로젝트에 돌입한 첫날, 냉장고에 묵혀둔 반찬거리들이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저녁 식탁에 올랐다. 식탁에 사이좋게 둘러앉은 가족들의 최대 관심사는 냉장고의 음식 재료들이 과연 언제쯤 동이 날까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1주일, 조금 생각해보다가는 10일, 그래도 2주일은 넘지 않겠지?
그들은 식사를 하면서 냉장고를 개운하게 비우고 난 뒤 시작될 새로운 날들을 그려보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과연 무사히 끝날 수 있을지 취재팀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냉장고의 음식을 다 먹는 데 2주는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경림 씨의 예상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증명됐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겠다고 취재팀에게 연락해온 것은 냉장고 음식만으로 살아보기를 시작한 지 40일이 다 된 어느 날이었다.--- 「냉장고 음식만으로 살아보기 프로젝트」 1개월 동안 약 800명의 환자가 왔는데 대부분 처음에는 심한 복통과 피가 섞인 설사 증세를 호소했다. 곧 많은 환자가 급성신장장애를 동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감염 환자의 약 55퍼센트 가량이 반신 마비, 시각장애 등 다양한 형태의 신경계 이상을 일으켰다. 혈액투석, 혈장 교환술 등의 응급조치에도 신장의 기능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결국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채소로부터 시작된 식중독 사건」 수입 과일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될까? 늦가을 한국의 마트에서 만난 캘리포니아 포도의 여정을 처음부터 따라가봤다. 먼저 포도는 농장에서 LA 공항까지 375킬로미터를 이동한다. 거기서부터는 비행기로 날아서 한국의 인천공항까지 9,600킬로미터를 이동한다. 그리고 가락시장까지 75킬로미터를 더 이동한다. 포도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총 25번 왕복한 거리를 이동해 한국의 소비자와 만난다.--- 「세계 최대, 한국의 푸드 마일」 한살림 생협은 작은 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부와 도시의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생협에 꾸러미 회원으로 신청하면 가장 가까운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일주일에 한 번씩 받게 된다. 이를 ‘꾸러미’라고 부른다. 꾸러미에 드는 비용은 한 달에 9만 원꼴. 일주일에 2만 원이 좀 넘게 드니 대형할인점에서 장을 보는 것보다 절약된다. 가장 큰 장점은 근처 농장에서 보내오는 지역 농산물이기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영 씨에게 꾸러미를 보내주는 곳은 충주와 이웃한 괴산 지역의 ‘솔뫼 공동체’. 반경 6킬로미터 이내에서 사는 유기농 농가 12가구가 손을 잡고 만든 농업공동체다.--- 「꾸러미를 운영하는 솔뫼 공동체」 마라 셰프는 돼지고기를 다듬다 말고 이것이 자기가 아는 한 가장 비싼 돼지고기일 거라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비싼 고깃값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는 방법을 찾았다. 고기를 구매할 때 부위별로 나누어 사지 않고 한 마리를 통째로 구매해서 직접 도축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는 편이 비용도 줄이고 고기를 남김없이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부위의 고기를 다루다보니 어디에 어떻게 써야 맛이 더 좋은지 세밀한 부분까지 알게 됐다. 좀 더 세심한 미각에 다가서게 된 것이다. 푸드 마일이 짧은 데다 음식의 공연한 낭비까지 줄이는, 그래서 로컬 푸드는 세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음식이라고 셰프는 강조했다.--- 「로컬 푸드 레스토랑, 마시」 프리건에게는 쓰레기 봉지를 열고 내용물을 살펴보는 데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자넷처럼 숙련된 프리건이 먼저 봉지를 살피고 초보자들은 손을 대지 않은 채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숙련된 프리건이 후배들에게 물건을 고르는 나름의 기술을 전수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선배는 후배에게 기술을 전수할 뿐 아니라 아래의 세 가지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준다. 프리건의 목적은 공짜로 얻는 게 아니라 다 함께 잘 사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한 것이기에……. ---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대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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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욕망을 채운 대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대형화 추세, 럭셔리 마케팅에 가려진 냉장고의 참모습 세탁기, 에어컨, 정수기 같은 전자제품은 자리를 덜 차지해야 사랑을 받는데 끊임없이 몸집 키우기 경쟁을 하는 가전제품이 있다. 바로 냉장고와 텔레비전이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화면은 커도 점점 날씬해져서 차지하는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몸집 키우기의 최강자는 냉장고인 셈이다. 그렇다면 냉장고는 왜 자꾸만 커지는 것일까? 핵가족화, 저출산, 1인 가족의 비중이 나날이 늘어나는 가운데 냉장고의 용량이 자꾸 커진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 아닐까? 『욕망하는 냉장고』는 이런 의문으로 시작된 책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대형마트, 대형구매로 이어지는 소비 패턴의 변화로 지목한다. 마트는 최대한 많은 상품을 팔기 위해 인간의 동선과 시선을 고려한 배치와 색깔을 선택하고, ‘할인 판매’ 같은 단순한 문구보다 ‘한정 판매’, ‘오늘만 이 가격’, ‘1+1’ 등의 조건을 달아서 구매욕을 자극한다. 게다가 웬만큼 넣어서는 차지 않는 큰 쇼핑 카트는 또 어떤가. 천천히 쇼핑을 즐기도록 느린 박자의 음악까지 들려준다. 이 가운데 소비자는 살까 말까 갈등하다가 어차피 쓸 물건이니 쌀 때 사야지 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다. 문제는 싸게 잘 샀다는 생각은 한 번의 좋은 기분으로 끝나지 않는다. 싸게 샀다는 생각은 횡재한 것 같은 쾌감을 주는데 그렇게 뇌리에 새겨진 쾌감은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그 쾌감을 계속 맛보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대형마트를 찾게 되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횟수는 늘어나고 냉장고에 쟁여두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대형마트는 절반 가까운 숫자가 늘어났고, 냉장고는 600대에서 700으로, 또 800에서 900리터급으로 용량이 늘어나며 급속히 대형화의 길을 걸었다. 대량 소비! 그 레일의 끝에는 속이 터져나갈 듯이 꽉 찬 거대 냉장고가 버티고 서 있다. 『욕망하는 냉장고』는 이처럼 냉장고에 보관되는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 외에도 건강, 질병, 과학기술, 경제적인 가치, 전 지구를 지배하는 시스템의 문제, 현대인의 욕망과 습관, 그 습관과 시스템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까지 담은 책이다. 냉장고는 어떻게 태어나고 우리 곁에 왔는지, 지금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각각의 개인에게는 어떤 존재로 머물고 있는지, 미래를 위해 진짜 가치 있는 냉장고는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냉장고에 대한 문화인류학’을 담았다. 냉장고 균 VS 화장실 균 : 보관의 혁명인가 세균의 온상인가 냉장고와 화장실, 둘 중 어디에 균이 더 많을까? 퀴즈 프로그램에 나가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얼른 답하지 못하고 망설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주부들은 냉장고보다 화장실을 더 자주 청소한다. 오물이 튀기 때문에 당연히 화장실이 더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서울대학교 생명공학부의 천종식 교수팀은 아파트 열 집을 표본으로 실제 냉장고와 화장실의 균 검사를 시행했는데 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같은 면적에서 변기보다 냉장고에 평균 10배 정도 더 많은 세균이 검출된 것이다. 흙이 묻은 채소가 드나드는 채소칸은 최대 만 배까지 균이 더 많은 사례도 있었다. 냉장고에는 대장균을 포함해서 바실러스균, 포도상구균, 슈도모나스균 등이 있었는데 모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들이다. 우리나라 1인당 식품 수입량 “최고” 미국의 오렌지를 한국의 소비자가 먹으려면 운송 거리만큼 화석 에너지가 소모되고 탄소가 배출된다. 다시 말해 운송 거리가 멀면 멀수록 녹색의 지구를 궁지에 몰리게 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또한 운송 거리가 길어질고 여러 사람의 손을 탈수록 식품의 위생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진다. 영국의 NGO ‘서스테인(Sustain)은 이런 현실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알릴 것인지 고민하다 ‘푸드 마일’을 고안했다. 푸드 마일을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농산물의 무게운송량에 운송 거리를 곱하면 된다. 양과 거리를 표시하는 푸드 마일의 단위는 톤킬로미터(t·km), 킬로그램 킬로미터(kg·km)를 사용한다. 푸드 마일은 표시된 숫자만큼 많은 석유가 소모되고 탄소가 배출됐다는 뜻을 포함한다. 한국은 1인당 식품 수입량 최고 국가답게 푸드 마일 역시 1위다. 이는 대형냉장고 소비 전 세계 1위와도 분명 연관성 있다! 『욕망하는 냉장고』는 그동안 단순히 편리한 가전제품으로 인식됐던 냉장고를 통해 사람도 살고 환경도 사는 ‘바른 먹을거리 실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현명한 냉장고 채우기와 비우기를 실천하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