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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며 4
제1부 ‘노란’의 거처 생강나무로부터 시작하다 봄이오나 봄 15 ‘노란’의 거처 18 디딤돌 22 형제라는 향기 26 화단 만들기 30 계절은 쉬이 오지 않는다 34 지게와 가방 38 홀로 피는 꽃 42 봄을 타고 있나 봄 47 봄장마 50 모란이 피기까지 54 노을, 생각이 붉어지는 58 아그배나무 아래에서 63 삶의 또 다른 방식 66 제2부 ‘파란’의 마음 흐르는 물결에 다듬어지다 유월은 사랑 72 샤스타데이지 76 부역 80 그런 줄 85 초복 88 돌탑을 쌓으며 92 장마 96 그해, 푸른 물결 100 팔도잔치 104 모두가 떠나간 후 108 김장을 파종하다 112 식어가는 여름 116 태풍 전야 120 안부를 읽는 방식 124 구름이 그린 그림 128 제3부 ‘보라’의 자세 버릴 건 버리고 더욱 실하게 여물다 가을에 편지 135 꽃구름 길 138 어느 심심한 가을날 142 고목의 환생 146 가을 단상 150 마당에서 캠핑 154 대가족 한가위 보내기 158 고소한 날 162 이삭줍기 166 가래열매 171 가을애愛 낚시 174 가을습작 178 꽈리 182 보랏빛 추억 186 가을걷이 191 낯선 방문 194 원예치료 198 길의 간격 202 제4부 ‘하얀’의 성분 얼음 위에서 길을 찾다 겨울 파종 208 땔감은 겨울의 또 다른 양식 212 손칼국수 216 지게를 위하여 221 나무 향에도 그리움이 배어나고 224 폭설 228 고드름 232 혼자 놀기 236 어처구니 241 양철지붕 원주민 244 네 얼굴에 시가 있어 248 쥐불놀이 253 얼음 위의 길 256 한밤중에 먹는 동치미 국수 260 사이렌 264 그림풍경 268 |
韓吉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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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태양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 아름다운 사람과 자연이 있는 그곳, 살둔마을을 떠올린다. 오대산, 개인산, 계방산 등 해발 1500m 이상의 산들이 둘러싸고, 내린천이 S자로 돌아나가는 마을. 살둔에는 ‘사람이 기대어 살만한 둔덕’이란 뜻이 담겨 있다. 시인은 몇 년 전부터 도시의 삶을 접고 아내와 함께 그 둔덕에 기대 새로운 삶의 가치를 일궈가고 있다. 정감 넘치는 지명과 다르게, 그곳은 ‘바람과 비가 거세지면’ ‘맘먹고 고립될 준비를 해야(「태풍전야」)’ 하는, 때로 ‘아무것도 닿지 않는 허공에서 막막함을 견디기도(「그런 줄」)’ 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한 이유는 그곳이 ‘가슴이 원하는 곳(「봄장마」)’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따르는 것이야말로 현대사회 속에서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싶다. 『살둔마을에 꽃이 피고 시가 되고』에는 오지 마을의 자연으로부터 배운 삶의 지혜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것들은 하나같이 맑다. ‘미소로 다가가면 웃음꽃이 피고 눈물로 글썽이면 위로가(「샤스타데이지」)’ 된다고, ‘그늘에 나를 맡기면 내 안의 그늘은 어느새 사라지는 것(「그늘에서」)’이라고, 또 ‘삶의 맥락은 먼 여행 같은 것, 귀촌은 삶에 밑줄 하나 새로 긋는 것(「꽈리」)’이라고 쓸 때, 거기엔 시인과 함께하는 숲과 개울과 오솔길의 향기가 배어든다. 그리하여 문장을 읽어가는 동안 행간에서 살둔마을을 거쳐 가는 계절의 발소리가 들린다. 얼음이 녹고 그 사이 꽃 피어나는 소리, 솟대의 새들 날개에 빗방울 닿는 소리, 낙엽이 질 때마다 개울물 깊어지는 소리, 외롭고 쓸쓸한 마음에 눈이 쌓이는 소리……. 시인의 계절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니 나에게도 마음을 기댈 또 하나의 고향이 만들어진 듯하다.
- 길상호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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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수 시인의 글은 자신의 삶을 지극하게 살아온 이가 지나온 시간들을 반추하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예비하는 마뜩한 매듭이다. 섣달 그믐날의 하루와 새해 첫날의 하루가 시간의 동질성과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나무의 마디는 일정한 생장의 마무리인 동시에 새로운 성장을 시도하는 출발점의 매듭인거처럼 시인은 발문에서 도시 생활을 접고 귀촌한 오지 화전마을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그동안 소중히 여겼던 것을 멀리하자 그때서야 비로소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고 고백하며 생의 매듭에 대한 깊은 사유를 던지고 있다. 시인이 부려놓은 산문집을 관통하는 풍크튬은 자연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꽃차례로 ‘생강나무의 노란에서 얼음의 하얀’ 까지 시인의 거처는 자연이며 시인의 마음자리 또한 깨달은 이의 자연스러움이다. “지게 위 가방 얹고 가방에 수선화 심고 나는 또 어떤 짐 짊어지고 살아 온 날 올려 질 짐을 생각한다(「지게와 가방」).” 도시 생활을 접고 오지 화전마을에서 새로운 매듭을 풀고 있는 시인의 모습에서 탈세속의 은둔자는 찾기 힘들고 되레 세상 속으로의 적극적이고 발전적인 매듭이 보인다. 따라서 시인이 거처하는 자연, 생활의 전모에서 독자는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서도 만나기 힘든 공감의 깊고 큰 공명통을 선사받을 것이다. - 이령 (웹진시인광장 부주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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