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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아직은 여기 밤길 사는 일 낯선 집 선물 벌써 가을 가난하지 않기 위하여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빌뱅이언덕 도깨비 이야기 꽃씨처럼 그 겨울 선창 풍경 빛의 무게 꽃 사태 앞에서 제2부 별들의 고향을 다녀오다 동주의 우물 이산(移山) 어떤 나무 세월호, 이후 하루하루 사라지지 못하는 것 불-꽃 사드, 촛불의 시 평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촛불은 촛불을 부른다! 평화 출간 기념회 성밖숲 땅버들 사람 세상에서 흐른다는 것 제3부 소례리 길 아름다운 사람, 박영균 백설기 띄어쓰기와 어법 공부 수륜초등학교 함께 쓴 시 순간 이동 별, 꽃 아이들이 날아온다! 이 시대의 교실 풍경 빼앗긴 아침 꽃을 든 아이 삶, 한 편의 시처럼 제4부 손 내 주소 할매해장국집 어떤 유모차의 기억 분이 이야기 노실고개 포장마차 고비의 밤에 돌아오다 눈알 낯익은 허기 단촌 개미 천북(川北) 정지창 발문 시인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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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 않기 위하여
큰 꽃은 큰 꽃을 달고 작은 꽃은 늦가을에 죽을 힘 다하여 작은 꽃이라도 피워 올린다 가난하지 않기 위하여 큰 사람은 큰 사람으로 살고 작은 사람은 젖 먹던 힘 다하여 아이도 낳고 돈도 벌면서 처마에 작은 연등 하나라도 애써 밝힌다 어떤 이는 돈을 남기고 어떤 이는 남부럽지 않을 자식을 남기지만 또 어떤 이는 가슴에 그늘 깊은 나무를 심고 따뜻한 시를 남기고, 뒷사람이 찾아 밟을 눈길 위에 곧은 발자국을 남긴다 해 뜨면 곧 녹아 사라져 없어질지라도 가난하지 않기 위하여 가난한 이들은 어둔 밤 귀갓길 골목 어귀에 낯익은 별무리 찾아 띄워 길을 밝히고 키 낮은 담장 아래 볕살 닿는 자리마다 시간의 긴 터널 건너온 여문 꽃씨를 뿌려 거둔다 -「가난하지 않기 위하여」 전문 이 한 편의 시는 마치 ‘삶의 서약’을 담아 놓은 듯 의미심장하면서도 처마에 걸린 은은한 연등 불빛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밝혀 준다. 비록 자신이 처한 경제적 삶은 빈곤할지라도 사람 사는 세상의 정신적 풍요를 위해 “작은 꽃이라도 피워 올”리고, “별무리를 찾”고, “여문 꽃씨를 뿌려 거두”겠다는 의지. 이 한 편의 시에서 보듯 그의 시는 곧 그가 살아온 삶의 집약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배창환의 시는 과시를 모르고 위장을 모르고 거짓을 모른다. 그리하여 한없이 담백하되, 따뜻한 서정을 담지하고 있는 시편들이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러면 나는 안녕, 나의 집이여, 고마운 햇살이여 그늘이여, 바람에 쌓여간 시간이여 안녕, 지난날들에 무수히 고맙다고 아프다고 절하고 돌아서면서 변함없이 돋아난 마당의 잡풀마다 머리 쓰다듬어 주고 변함없이 푸르른 하늘, 동산 상수리나무 머리 위로 내려온 파란 하늘에 손 적시면서 발걸음에 바위 추를 달고,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으려고 이 악물면서 그래, 인생이란 이런 거야, 그럼, 이런 것이고말고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다짐하며 돌아서는 집 그날을 꿈꾸면서, 그날이 오기를, 그날이 오지 않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오늘도 그리운 그 옛집, 낯선 집에 산다 -「낯선 집」 부분 추천사를 쓴 도종환 시인의 표현대로 배창환 시인의 시는 아직도 “뜨겁다”. 연민의 눈으로 소소한 것들, 소외된 사람들,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작고 힘없는 이들을 바라본다. 따뜻한 삶을 그리워한다. 외로울 때는 시를 읽어라 비가 뜨겁게 젖어 올 때도 읽고 함박눈이 곤한 잠 흔들어 깨울 때도 시를 읽고 읽어라 인생이 한 편의 시가 되게 하라 삶은 어차피 내가 산 만큼의 삶, 감동이 없는 삶은 죽은 것이다 -「삶, 한 편의 시처럼」 부분 시인 배창환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시인이다. 이웃을 향한 시선은 한없이 너그럽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며, 자기 스스로를 향해서는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해 나가는 사람. 헛말을 경계하고 넘침을 경계하고 교만을 경계한다. 그 맑고도 곧은 마음이 감동 있는 삶으로, 시로 이어지고 있음을 이번 시집에서도 여실히 발견하게 된다. “땅을 이고, 하늘을 지고” 사는 인간 본연으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시인 정신(精神)을 반갑게 만난다. 까마귀 떼 가맣게 나는 빈 나락 논- 대지는 하늘 아래 있다 거기, 사람들이 깃들여 산다 땅을 이고 하늘을 지고 -「천북川北」 전문 ■ 저자의 말 참 오랜만에 시집을 낸다. 그동안 시를 떠나 산 적이 없고, 사는 일에 게으르지 않았는데도 유독 내 시집을 내는 일에 게을렀다는 것은, 시와 삶 어느 한쪽 또는 모두가 서툴렀거나 조화를 얻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일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듯이, 사는 일도 시를 쓰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내가 만드는 삶이고 시도 내가 쓰는 것이므로 결국 내가 커지는 것 외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안다. 그걸 믿고 또 한 걸음 디뎌 보는 것이다. 이 작고 느린 시집을 기다려 주고 채찍을 주신 분들, 도반들, 제자들, 스승들께 진 사랑의 빚 크고 깊다. 감사드린다. 2019년 초가을 배창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