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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잘못 오셨습니다 2부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사람들 3부 디스코를 좋아하세요? 4부 밤이 오면 춤을 춰요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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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희망, 미래와 같은 관념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날의 공기는 낙관으로 가득했다.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도시 미관을 위해 희생된 철거민, 생존조차 보장되지 않은 노동자, 기득권을 지키려는 공권력, 그 부당함을 모두 우리 손으로 바꿀 수 있다고.
--- p.7 하도 성가시게 굴기에 점심을 먹어줬다. 빵집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늦여름의 유원지에 놀러가기도 했다. 손을 잡았고. 포옹을 했고. 결혼에 이르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고복희는 회상한다. --- p.10 원더랜드는 짙은 초록으로 가득 찬 세계다. --- p.14 남는 건 시간이다. 다만 돈이 없다. --- p.23 은근한 마음으론 이렇게 그냥저냥 살고 싶다. 소비 활동이 없으니까 생산 활동에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 제로의 상태로 살면 되잖아. --- p.24 그러니까 박지우에게 앙코르와트는 단순한 유적지 이상이었다. --- p.39 그렇게 융통성 없이 굴다간 주변에 사람이 하나도 남아나질 않을걸. 결국 혼자 남게 될 거야. 영원히 --- p.48 개 같은 세상. 그렇다. 총을 들고 위협하는 군인. 부패한 관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시스템, 생활용수나 전기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 p.55 장영수라면 말했겠지. 세상을 바꾸는 건 이런 멍청이들이라고. --- p.56~57 린은 많은 것을 일러준다. 옳다고 믿었던 것이 어쩌면 옳지 않은 행동일 수도 있다고. 그저 싫어만 했던 것에서 새로운 뭔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 --- p.77 한국인에게 정은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그건 사람이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이다. 타인을 그저 타인으로 대하지 않는 것,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반응하는 것. 안대용은 그렇게 배웠다. 못 먹고 살아도 정 없이는 살지 마라. --- p.78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더 불행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 이들을 보니 넌 좀 나은 것 같아? 여기서 안 태어나서 다행이니?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스스로가 역겨운 인간이 된 것 같다. --- p.84~85 낭비는 고복희가 용납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드는 건 게으름뱅이나 하는 짓이다. 항상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 p.88 물론 어른들이 봤을 때 제가 웃기겠죠. 나라 탓만 한다. 그런 생각이시겠죠? 그치만 저도 노력하거든요? 제 나름대로 하고 있다고요. 근데 다들 저만큼은 한단 말이에요. 모두가 빡세게 살아서 제가 빡세게 사는 건 티도 안 나요. 안 빡세게 사는 애들은 잘사는 집 애들이에요. 빡세게 살 필요가 없는 거죠. --- p.93 뭔가 이루고 싶으면 죽도록 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죽도록 하는 사람들은 진짜 죽어요. 살기 위해 죽도록 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 p.93 불행해지는 노동을 하면서 살고 싶진 않아요. 멋지게 살고 싶다고요. --- p.94 제 삶에 집중하라고요? 제 삶은 진짜 재미없거든요. --- p.94 지금까지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던 나쁜 일들이었다.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 나쁜 일마저 결국엔 좋은 일이다. --- p.102 박지우의 머릿속에는 실패라는 두 글자가 떠나지 않았다. 제발 좀 그만 보고 싶지만 명절마다 봐야 하는 지긋지긋한 사촌 같다. --- p.103 고복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여름의 한복판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 p.149 먹고사는 일의 부당함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 그건 강금자가 삶을 견디는 방식이었다. --- p.157 누군가는 남았고 누군가는 버려졌다. 선택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분명하게 나뉘었다. 사람들은 살아남은 자가 되기 위해 애썼다. 그들을 두렵게 하는 건 실체가 보이지 않는 불안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공격할 것인지 알려준다면 몸을 숨길 방책을 마련할 텐데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 p.160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을 생각보다 단순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 p.168 시나 소설에는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다분하다. 순식간에 들어와 감정을 난도질하고 도망가 버린다. 명확한 답을 내려줄 것도 아니면서. --- p.177 장영수는 쏟아지는 폭우를 온몸으로 기꺼이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 p.186 절대로 사라지지 말아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남아요. --- p.187 누구도 우리는 망하게 할 순 없어요. 세상에 감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 p.188 옳다고 생각하는 일만 하며 산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니까.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당신의 도덕성을 시험하려 들 거예요. 부당한 상황에 밀어놓고 옳지 않은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겠죠. 좌절하는 당신을 조롱하고 헐뜯을지도 몰라요. --- p.205 한 남자가 나타났다. 이 성가신 남자는 매일같이 찾아와 조금씩 그녀의 벽을 허물었다. 어떤 날은 달콤하게, 어떤 날은 아프게. --- p.206 내 인생을 정의하자면, 실패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 p.243 동그란 지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찍어놓은 발자국으로 빼곡할 것이다. --- p.2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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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유쾌하고
불현듯 감동적인 소설 나는 내가 세상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고복희는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간이었고 나 역시 그녀의 방식으로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_「작가의 말」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밸러스트』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은강 작가는 문단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신예 작가다. 작가는 소설 쓰기에 집중하고자 하던 일을 그만두고 2019년 1월 프놈펜으로 떠났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음, 꽤 재밌었어.” 하고 말할 수 있는 소설을 쓰기 위해 열대의 빛이 쏟아지는 책상에 앉아 매일 여덟 시간 동안 소설에 몰두했다.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성석제 작가는 문은강 작가의 소설에 대해 “높은 밀도의 이야기를 차분한 문장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신뢰를 안겨준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양극화, 불평등과 사회 시스템의 잘못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느끼게 하는 페이소스가 있다”고 평했다. 첫 장편소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또한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삶의 유머와 페이소스”가 문은강 작가만의 “점착력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원칙을 숭상했던 한 세대의 삶과 그것을 더 유연한 사고로 안아 들인 한 세대의 삶이 얽히면서, 이 소설은 과감하게 한 시대를 시간적으로 은유하는 축도로 몸을 바꾸어간다.” 『오베라는 남자』의 한국판! 까칠한 여자 고복희 뭔가 이루고 싶으면 죽도록 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죽도록 하는 사람은 진짜 죽어요. 살기 위해 죽도록 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_93쪽 고복희가 딱 한 번 마음을 열었던 사람은 죽은 남편이다. 둘은 최루탄 냄새가 그득했던 캠퍼스에서 만났고 토요일 밤마다 디스코텍에 갔다. 절대 춤을 추지 않는 고복희와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는 장영수는 결혼에 이르렀다. 호텔의 유일한 투숙객 박지우는 남는 게 시간뿐인 스물여섯 살 백수다. 허구한 날 방에 처박혀 있지 말고 좀 나가라는 엄마의 말 때문에 충동적으로 한국을 떠났다. “앙코르와트를 보기 위해 캄보디아에 왔지만” “프놈펜에서 시엠레아프는 버스로 일곱 시간, 비행기로는 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방값을 환불해달라고 애원해보지만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고복희의 태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행동 하나하나 실수투성이”고 “머릿속에는 실패라는 두 글자”가 떠나지 않는다. 고복희와 박지우, 고집불통인 두 사람은 “짙은 초록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원더랜드’를 향해 있는 힘껏 한걸음 내딛는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는 “열대의 비와 빛이 쏟아지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사람들이 만나 서로 갈등하면서 화해와 성장과 변화를 이루어가는 경험적 기록이다.” 그리고 “인간 내면에 대한 지극한 관찰과 그 결실로서의 섬세하고도 역동적인 필치가 담겨 있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 따듯해진 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 옆 사람에게 고복희의 매력에 대해 말하게 되는 마법 같은 소설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소설의 품격과 재미를 통해, 단조로운 삶이 더 깊은 성숙의 차원으로 나아가는 감동적 시간”을 한껏 누리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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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강의 소설에는 인간 내면에 대한 지극한 관찰과 그 결실로서의 섬세하고도 역동적인 필치가 담겨 있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는 열대의 비와 빛이 쏟아지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사람들이 만나 서로 갈등하면서도 화해와 성장과 변화를 이루어가는 경험적 기록이다. 특별히 문은강은 주인공의 단호한 성격 안에 오래도록 춤추는 순간을 그리워했던 기억이 농울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인간 본연의 깊은 존재론을 친근하고도 속도감 있는 서사로 엮어간다. 만연한 피로감과 고지식을 브랜드로 삼던 한 여인의 잔잔하고도 아름다운 이러한 내면적 도약은, 이 소설이 충격하는 멋진 감동적 에너지다. 중간중간에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삶의 유머와 페이소스 역시 이 소설을 이어가는 문은강만의 점착력 있는 또 하나의 에너지일 것이다. 원칙을 숭상했던 한 세대의 삶과 그것을 더 유연한 사고로 안아들인 한 세대의 삶이 얽히면서, 이 소설은 과감하게 한 시대를 시간적으로 은유하는 축도(縮圖)로 몸을 바꾸어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뎌져가는 삶에 대한 우울에서 끊임없이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혹시 거기서 벗어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소설의 품격과 재미를 통해, 단조로운 삶이 더 깊은 성숙의 차원으로 나아가는 감동적 시간을 한껏 누리게 된다. 비로소 문은강은 자신만의 심미적이고 단정한 문장으로 미학적 정점을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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