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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운명의 전화 한 통 뜻밖의 초대 카펫에 숨겨진 비밀 쪽지 여자아이, 남자아이, 노예 카펫 구매자 두 번째 쪽지 내 안의 마그마 바닥이 없는 우물 오, 나의 물주 마지막 속삭임 인도, 그리고 아이들 판카즈 샤 증거 찾기 어린 노동자들 작전 개시 지하실의 또 다른 이크발 마음의 소리 결전의 순간 이크발은 아직 죽지 않았다 혁명의 씨앗 아름다운 상처 새로운 가족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작가의 말 _ 어린 노동자의 피와 땀과 눈물 |
Jordi Sierra i Fabra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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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5천만 어린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현실과 닮은 이야기
네 살 때 카펫 공장으로 팔려 가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다가, 열두 살에 총기 사고로 죽은 파키스탄 소년이 있다. 바로 이크발 마시흐이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어린 노동자들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다 숨진 이 소년의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크발의 이야기에 대부분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정말 안됐네. 하지만 구만리나 떨어진 곳에 사는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는. 《카펫에 숨겨진 비밀 쪽지》는 이런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스페인 기자는 우연히 구조를 요청하는 쪽지를 발견하고, 우여곡절 끝에 인도까지 날아가 노예 노동을 하는 아이 아홉 명과 함께 공장을 탈출하는 숨 막히는 사건을 겪는다. 즉, 이 이야기는 단순히 노예 노동의 현실을 고발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모험담에 그치지 않고, 기자의 생각을 통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읽는 이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이 책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누군가의 절박한 목소리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되었다면, 거기에서 멈추지 말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한 번 더 고민을 해 봐야 하고, 그 고민은 가까운 내 주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 진실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옆에 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구만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이야기 속 스페인 기자처럼 자신의 주변에서 할 일을 찾아 한 발짝 더 나아가면, 그때부터 절대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세상이 조금씩 변해 간다는 사실을 전해 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쪽지를 쫓는 기자의 ‘진실 게임’ 앞서 이야기한 이크발은 이 작품에 실제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는 ‘나’를 머나먼 인도로 날아가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나’는 우연히 이크발이라는 인도 아이가 카펫 속에 숨겨 놓은 구조 요청 쪽지를 발견한다. 차라리 장난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곧 또 다른 쪽지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쪽지를 쫓아 인도까지 날아간 ‘나’는 정탐, 탈출, 방화로 이어지는 숨 가쁜 사건들 속에서 예상을 뛰어 넘는 비극적인 진실을 하나씩 발견하기 시작한다. 한 명당 십오륙 달러에 팔려와 지하 공장에 갇힌 채 카펫을 짜는 아이들, 이런 값싼 아이들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돈을 버는 카펫 가게 상인, 가게에서 파는 고품질 수공예 카펫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는 신 나게 웃고 떠드는 외국인 관광객들. 이크발이 시작한 게임에서 ‘나’ 자신이 찾은 진실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 모두 숨은 공범이며, 선하게 살아왔을지라도 진실 앞에서 눈을 감는다면 이 비극의 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 작가는 여기에서 간디의 말을 인용해 결정타를 날린다. ‘최악의 폭력은 무관심’이라고. 등장인물이 오롯이 악역을 맡는 단순한 설정에서 벗어나, 진실을 모른 척하는 독자들 역시 이야기 속의 악역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신선함을 넘어 짜릿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동 노동 착취’라는 무거운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카펫에 숨겨진 비밀 쪽지》는 교과서나 다큐멘터리, 혹은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익숙해진 현실 이야기를 소설의 감동으로 버무려 절묘하게 변주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이 책을 통해 문학이 주는 감동과 더불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의 힘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기자의 눈으로 묘사하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만나다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어린아이가 보낸 쪽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인도로 떠난 프리랜서 기자. 그리고 이어지는 탈출과 화재. 지금까지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의외로 잔인하거나 무서운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가 극적으로 전개되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노예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아홉 명이나 되는데, 어떻게 지키는 어른이 한 명도 없고, 경보 장치 따위 하나 없을까? 게다가 탈출할 때 누군가 추격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등등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시각으로 묘사된다. 노예 노동을 하는 아이 한 명을 살 때 드는 돈은 기껏해야 20달러. 열 명이라 해도 200달러(한화로 약 20만 원) 미만이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 비싼 인건비를 들여 경비를 세울 이유는 전혀 없다. 게다가 아이들이 도망가면 또 사면된다. 싼 가격에 아이들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널렸으니까. 인도에서만 수십만 명 중에 하나인, 너무도 흔하디흔한 소모품이기에 굳이 쫓을 필요조차 없다는 작가의 현실적인 설정. 이런 의도를 깨닫고 나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잔인한 상황 묘사나 극적인 설정보다 냉혹한 현실 쪽이 훨씬 더 소름 돋는다. 이 이야기의 무서움은 이야기 자체가 바로 ‘현실’이기 때문이다. 팍팍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진정한 힘, ‘행동’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인 알베르토는 겁도 많고, 심심찮게 돈 걱정도 해야 하는 평범한 인물이다. 그래서 항상 생각이 많다. 쪽지를 발견하고 나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자책하고, 인도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에는 일을 벌인 걸 후회한다. 카펫 가게에서는 종업원들에게 정체를 들킬까 전전긍긍하고, 구출 계획을 짤 때는 경찰한테 잡히면 몇 년이나 감옥에 있어야 할지부터 계산한다. 이 정도면 영웅은커녕 못난 사람 축에 속할 확률이 높다고 하겠다. 하지만 알베르토의 장점은 ‘행동’한다는 점에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껴질 땐 비정부 기구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자문을 얻고, 여비가 없을 땐 잡지사에 기사를 팔아 돈을 마련하고, 증거가 필요할 땐 카펫 가게를 방문하여 직접 아이들을 만나는 등 현실과 신념 사이에서 오는 고민을 항상 행동으로 해결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민만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작가는 알베르토를 통해 고민과 시름이 깊은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있는 듯하다. ‘세상 돌아가는 상황이 마음이 안 들고, 내일이 걱정된다고? 그러면 지금 바로 행동하라! 무엇인가를 찾아보거나,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단순한 행동 하나만으로도 이미 세상은 변하기 시작한다.’라고. 우연히 발견한, 카펫 속의 구조 요청 쪽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촌 형 마르틴의 집 프리랜서 기자인 ‘나’ 알베르토는 인도 여행을 다녀 온 사촌 형 마르틴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는다. 그런데 사촌 형은 인도에서 사 온 카펫에서 뭔가를 발견했다며 내게 건넨다. 그건 다름 아닌 구겨진 구조 요청 쪽지. 언뜻 보면 장난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절박함이 흠뻑 묻어난다. 게다가 쪽지의 글씨가 아이 글씨체다! 누군가의 장난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기로 마음먹는다. 신문 모서리를 찢으면서 생긴 직각 삼각형의 빗변은 앞뒤 면 모두 기사 내용을 잘라먹고 있었다. 영자 신문이었다. 그런데 신문지 아래쪽 귀퉁이의 하얀 여백에 뭔가 쓰여 있었다. 역시 영어로 된 문장이었는데, 여기저기 철자를 빼먹은 데다 글자도 삐쭉빼쭉한 대문자였다. 살려 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우리는 노예들. 자유. 이크발 이게 전부였다. ---p. 24 두 번째 쪽지가 등장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긴급 구호대 지부 사촌 형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중 카펫을 구입한 사람들을 수소문한 끝에 빌바오에 사는 부부의 카펫에서도 똑같은 내용의 쪽지를 발견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쪽지를 넣은 지 이미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이다. 도저히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이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양심의 소리를 따라 쪽지의 주인공을 도와주기로 결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내 계획을 만류한다. 아드리안은 비난이 담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거기에 기삿거리가 있다는 생각은 지워 버려.” “그 망할 놈의 기사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야!” 아드리안은 조금 수그러들었다. “그래도 어떤 이유에서든 잊어버리는 게 나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절망적인 외침을 보냈어. 너는 그 외침을 들었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어 해. 그래, 여기까지는 아주 좋아. 하지만 이크발을 만나는 순간부터 넌 큰 책임을 떠맡게 되는 거야. 이크발을 어떻게 할 건데? 양자로 삼을 수도 없고, 인도에서 데리고 나올 수도 없고, 몇 달러 쥐어 주며 거리로 내보낼 수도 없어. ‘얘야, 이제 자유다. 그만 가 봐라.’하고 말할 수는 없잖아. 그러려면 오히려 만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그러니 다시 잘 생각해 봐.” (중략) 제기랄! 나는 굴복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모두 맞는 말이라서 가슴 한구석이 몹시 아팠다. ---p. 69 쪽지의 주인공을 찾아 인도로 #인도 남부 도시 마두라이, ‘판카즈 샤’ 뒷마당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인도 행 비행기를 탄다. 나에게는 나만의 양심과 신념이 있고, 이것이 나를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손님으로 가장하여 모든 사건의 중심이 된 대형 카펫 가게 ‘판카즈 샤’를 정탐한다. 카펫 가게 지하 공장에 실제로 어린 아이들이 일하고 있음을 알게 된 나는, 밤이 되기를 기다려 가게 담을 넘는다. 하지만 진실의 맨얼굴을 보고, 듣고, 느끼며 큰 충격을 받는데……. “카펫 시접에 들어 있는 쪽지들,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니?” “네.” 나라얀이 재빨리 대답했다. 나라얀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너희 중 누가 이크발이니?”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라고 믿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포로로 붙잡힌 누군가를 멋지게 구출하는 낭만적인 영화, 항상 행복한 결말로만 끝나는 영화를 찍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나라얀의 대답을 듣는 순간 모든 게 무너졌다. “이크발, 일 년 전에 죽었어요, 아저씨.” ---p. 115 대탈출, 화재, 그리고 자유의 몸 #인도 남부 도시 마두라이, 기차역 쪽지를 쓴 이크발은 이제 없지만, 나에게는 남은 아홉 명 모두 이크발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지하 공장에 갇힌 아이들을 탈출시킬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위험한 방법이기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아이들과의 약속이 나를 지탱한다. 가게를 탈출하여 기차역으로 향하려는 순간, 등 뒤로 느껴지는 대형 화재의 불꽃. 의외의 결말에 나는 할 말을 잊는다. 우리는 뛰었다. 온 힘을 다해. 골목길을 돌아 큰길로 나오자, 나는 충동적으로 판카즈 샤를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건물에 불꽃이 일렁였다. 일층에서 시작된 불은 이미 위의 두 층을 위협하고 있었다. 나는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뒤에서 나라얀이 나를 급히 잡아끌었다. “가요, 빨리 가요!” 걸음을 옮기자 가슴이 아려 왔다. 이제 그 누구도 ‘판카즈 샤’와 그 안의 아름다운 카펫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정의를 피해 숨어 있던 어둠, 그 어둠이 찬란한 횃불로 바뀌는 걸 막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크발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크발이 이겼다. ---p. 153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인도 중남부 소도시 아난타푸르, RDM 본부 나와 아홉 명의 아이들은 불편하고도 힘든 이틀 동안의 여행 끝에 스페인 사람이 운영하는 ‘농촌개발운동(RDM)’에 도착한다. 연락도 없이 들이닥친 탓에 입을 딱 벌린 설립자 마스페레르 씨. 그러나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는 흔쾌히 아홉 명의 아이들을 받아들인다. 나는 곧 내 자리로 돌아가야겠지만, 아홉 명의 아이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이미 그들은 가족이자 내 삶의 일부분이니까. 나라얀과 작별 인사를 나눌 때였다. 나라얀이 내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는 인물을 떠오르게 하는 말 한마디를 던졌다. “바푸!” 인도 사람들이 애정을 담아 마하트마 간디를 부르는 말, 바푸. ‘아버지’와 비슷한 뜻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외국인인 나로서는 그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나는 쪼개질 듯 아파오는 가슴을 안고 문을 나섰다. 하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다시 돌아올 걸 알고, 또 내 삶의 일부분을 남겨 두고 떠나는 길이니까. 마스페레르 씨 말처럼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일단 한 발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도미노 효과가 즉각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정의로운 일에는 기다림의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이크발은 내 삶의 게임에서, 그리고 그의 동료들을 비롯해 다른 많은 이들의 삶을 건 게임에서 첫 말을 옮겼다. 게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p. 1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