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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004
무영수無影樹 007 책을 펴며 009 돌아보면 떠나온 그 자리 1. 봉평 메밀꽃과 달빛 019 2. 옹기장이 024 3. 지리산 할매 027 4. 진주 논개의 혼불 032 5. 진달래 꽃물 붉게 흐르고 036 6. 비 내리는 호남선 041 하나의 생명에 하나의 천하가 있다 7. 금강 휴게소의 추억 051 8. 대장장이와 구두쇠 057 9. 호리별천지壺裏別天地 060 10. 스님은 극락 갈 수 있습니까? 063 11. 에밀레 신종神鐘 066 강산을 걷는 사람 12. 객승 073 13. 광한루에서 신판 춘향전 076 14. 처용무處容舞 082 15. 쇠지팡이 이현李玄 089 16. 복사꽃이 보고 싶다 094 그림자 없는 나무 17. 무등산 경기장에 울려 퍼진 목포의 눈물 099 18. 법흥사法興寺에서 만난 노승 105 19. 낚시하는 노인의 한마디 111 20. 엉겁결에 스님이 되다 119 21. 화사畵師 126 22. 낙산 홍련암 129 23. 떠내려가는 꽃잎 132 24. 동지팥죽과 성불암 강도 사건 135 25. 옴 삼바라 삼바라 139 26. 마대부의 수행 144 27. 산천이 걷는 것 147 28. 궁남지 연꽃이 필 무렵 153 29. 만성 스님의 진도아리랑 157 30. 아랑녀의 유산 164 31. 얘야 가지 마라, 다 죽었다 172 눈 뜨면 다 비치는 것 32. 백운교白雲橋 난간에 앉아서 177 33. 가야산 앵금이 이야기 184 34. 섬진강 매화가 필 무렵 190 35. 백제의 미소 194 36. 진달래 성불받다 200 37. 차와 친구 205 산문山門 38. 마삼근麻三斤 213 39. 허공을 땜질한 수행자 216 40. 조주가 만난 문수와 보현 219 41. 송계암 아이들 223 42. 하늘에 표시한다 229 43. 조주趙州의 인사법 233 44. 조주의 세상 살아가는 방식 237 45. 도둑놈과 선사 240 46. 달을 병에 담은 동자승 246 47. 오대산五臺山 249 48. 영축산 천상 세계를 가다 253 49. 자장 율사 열반의 풍경 258 50. 동서를 구분 못 하다 267 51. 황악산 대종사의 영결식 273 52. 아득한 성자 280 책을 닫으며 286 |
長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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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남지에 핀 꽃과 아직 피지 않은 연 봉우리를 사람들은 자신의 눈 속에 넣으려고 드넓은 꽃밭을 헤매는데, 세상의 모든 연꽃은 여기에 다 와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사람들은 그날따라 얼마나 많이 왔는지, 연지蓮池 두렁길에서 부딪쳐 걸을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모두가 연꽃 이야기만 하는데 가만히 보니 사람들의 눈동자엔 수많은 연꽃들이 환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그들도 나처럼 연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눈 속에 담아가려는 것 같았지요. 서 대사에게 연꽃을 얼마나 찍었느냐고 물으니, 그는 말하기를 연꽃을 찍는 것이 아니라 연꽃 속의 미소를 본다는 것이었지요. (……) 염화미소? 부처님이 영산에서 연꽃을 드시니 가섭이 미소를 지었다는 그 염화미소가 생각났습니다.
---p.155~156 사람은 본시 착한디, 그란디 왜 잘못되는가 하면 욕심 때문이라 그것여. 그라믄 어떡하냐 하먼 욕심만 버리면 된다 이거여. 그것 같고도 안뎌. 또 뭐냐 하먼 부지런하고 공부도 해야 허구요, 뭐 할 것 많지라. 안 그렇소? 그리고 눈으로 보는 거, 귀로 듣는 거, 그거 다 내가 아녀. 눈 따라가고, 귀로 들은 것 따라가다 보먼 다 망하는겨. 내 안에 있는 내 맴도 나 아니지라. 언제 변할지 모르는 게 맘여. 그라먼 뭐로 중심을 잡아야 쓰것소? 역시 맘여. 그란디 그 맘은 부처님 같은 맘을 써야 한다 이거요. 알것습니까? ---p.243 노스님이 동자를 보고 “동자야, 무엇을 그리 조심스럽게 가만가만 들고 오느냐.” 하고 물었지요. 동자가 “시님, 시님.” 하면서 목소리까지 낮추어 조심스럽게 들고 온 물병을 감실 부처님께 따라 부었지요. 그런데 동자는 매우 실망하며 “시님, 제가 분명히 달을 물병에 담아와 감실에 따라 부었는데 달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하고 낙담하였답니다. 괄허 스님은 동자를 보고 “애야, 걱정하지 마라. 감실이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가 보다.” 하고 동자 손을 잡고 물병을 들고 밖으로 나와 동자와 함께 옹달샘에 가니 여전히 달이 있었습니다. 다시 물병에 달까지 담아 암자에 돌아왔지요. 그리고 달빛이 밝은 뜨락에서 차관에 물을 부으니 달도 고스란히 거기 있더랍니다. ---p.246~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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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 스님이 세밀하게 그려낸
세상 사는 사람 속 ‘이야기 스케치’ 이 책에는 전국 방방곡곡 홀연히 길을 떠난 장산 스님이 마주한 풍경들로 가득하다. 불현듯 도반의 연락을 받고서, 또는 계절이 바뀌거나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떠난 길 위에서 스님은 눈부신 정경과 인상적인 사람들을 만난다. 이십 년 전 가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속 정취를 보러 봉평으로 향한 스님은 허생원과 동이가 걸었을, 무릉도원 같은 메밀꽃밭에서 강렬한 달빛에 취한다. 가야산 해인사 길목, 홍류동 계곡은 천 년 전 최치원 선생이 “천상이 어딘가 했는데 바로 예로구나”라며 감탄한 곳. 붉디붉은 진달래로 가득한 계곡에서 스님은 봄의 향연을 본다. 마치 즐거워 비명을 지르듯 흐드러지게 핀 부여 궁남지 연꽃밭의 정경은 「궁남지 연꽃이 필 무렵」에 담겼다. 이 수필은 월간 [신문예] 2019년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작이기도 하다. 또 이 책의 표제가 된 「달을 병에 담은 동자승」에는 자상한 노스님과 순수한 동자승의 대화가 훈훈하게 그려진다. 세상 사는 사람들 속 장산 스님의 ‘이야기 스케치’에는 위트가 넘친다. 남원 광한루에서 춘향이와 이몽룡을 즉석 연기하는 유쾌한 청춘남녀, 울산 진하 해변을 덮친 해무를 보며 처용가를 읊는 교포 3세 고대 언어학자 헤일리 킴, 가야산 해인사에 살던 기인 앵금이 등 저마다의 개성을 간직한 이들이 보통의 우리네 삶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모습들을 이야기한다. 이상일태異象一態 겁劫 밖에 떠도는 그림자 그 속에 세상이 있다 했다 너와 나는 흩뿌려진 홀씨 아무리 보아도 알 수 없는 얼굴들 자세히 보면 너무나도 닮은 하나의 무영수無影樹 (본문에서) 아름다운 풍경으로 변주되는 장산 스님의 맑고 순수한 영혼의 빛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지은경 문학박사는 장산 스님의 수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극찬했다. 자연 합일 사상의 덕목을 갖춘 스님의 글들은 고통이 없다. 세상사와 인간사를 관통하는 수행자로서 양심, 도덕, 인간미가 녹아 있는 글 속에는 평범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창출해 내는 미적 가치가 구현되고 있다. 혼탁한 시대에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맑고 투명한 소년 같은 순수한 감정이 살아 있으며 진솔한 내면세계는 눈과 귀와 마음을 맑게 하는 순정이 있어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지은경, 「추천의 글」에서) 장산 스님은 종교인이자 문인이며 글과 삶이 동일하다. 세상사를 꿰뚫고 있으며 인간사를 변화시키는 글, 대중을 위해 만상의 참모습을 밝혀주는 글을 쓴다. 장산 스님은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이 책의 각 글 말미에 짧은 시구절로 남겨 깊은 여운을 자아냈다. 책 곳곳에 그려진 세밀화는 다방면에 취미가 있는 장산 스님의 솜씨다. 스님은 숨겨진 옛날이야기들을 마치 곁에서 들려주는 듯 친근하게 풀어나가며 삶에서 되새겨야 할 지혜와 교훈을 전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