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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말
제1장 역사철학의 가능성과 현실성 1. 역사적 기억과 정체성 2. 역사적 사실과 이념 3. 역사적 만남과 소통 4. 따로 또 함께 가는 산문 제2장 아주 짧은 역사학의 역사 1. 역사학 출현 이전의 역사 2. 역사학과 역사철학 3. 역사학의 새로운 지평 4. 역사철학의 미학화 제3장 다층적 역사비판이론의 설계도 1. 헤겔의 역사 배열과 새로운 가르기 2. 니체의 역사 배열과 새로운 판짜기 3. 역사의 새로운 짜임관계 제4장 사실(사건)로서의 역사 1.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역사 2. 사건과 가상의 경계에서 진리 찾기 3. 너무 일찍 아니면 너무 늦게 4. 서로 다른 그러나 너무나 같은 5. 선택과 배제, 그리고 배제의 배제로 6. 너무 조금 혹은 너무 많이 제5장 이념(뜻)으로서의 역사 1. 역사의 뜻과 이념 2. 칸트: 높디높은, 너무나 높은 3. 헤겔: 느린, 너무나 느린 4. 관계와 역사 제6장 현재와 과거의 대화 1. 현재와 과거의 대화 2. 현재와 현재의 대화 3. 우연의 변론 제7장 역사적 인식과 관심 1. 인식 속의 관심 2. 세 가지 인식과 관심 3. 역사담론의 세 가지 지평과 소통 제8장 소통(관계)으로서의 역사 1. 끝을 본 역사의 끝 2. 고독한 주체의 관계 해명과 소통 지향성 3. 사회진화와 소통의 역사 제9장 바깥으로(에서)의 역사 1.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니다 2. 반복 속의 새로움, 새로움 속의 반복 3. 선택과 사유 4. 전면적 부정과 끝없는 부정 5. 퇴행과 고통의 세계사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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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철저했던 '타자화'의 경험을 어떻게 역사철학적으로 길어 올릴 수 있는가
우리 역사의 문제를 '철학화'하는 작업은 분명 지난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 땅에서 철학하는 학자로서 이 끈을 놓지 않고 대결하고 있는 철학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 가운데 우리 역사 문제를 '우리 안의 타자'라는 독특한 철학적 사유로 끌어안고 자신만의 철학적 지평을 열어나가고 있는 철학자가 있으니 그가 바로 박구용 교수(전남대ㆍ철학)이다. 지난 2003년 저서 『우리 안의 타자: 인권과 인정의 철학적 담론』을 통해 자신의 철학적 토대를 밝혔다면, 이번 책에서는 자신의 철학적 주제의 핵심인 '우리 안의 타자'를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보다 더 치밀하게 논구하고 있다. 동학농민전쟁과 5ㆍ18민중항쟁 등 우리 역사 속에서 철저히 '타자화'된 경험을 가졌던 '우리'는 과연 오늘날의 역사상실에 맞서 새로운 정신적ㆍ철학적ㆍ역사적 지평을 열어 나갈 수 있을지, 나갈 수 있다면 그 철학적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저자는 '부정의 역사철학'이라는 사유방식을 통해 기존 서구의 역사철학적 전통을 비판적으로 바라봄과 동시에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위계적 체계가 아니라 열린 짜임관계로서의 '다층적 역사비판이론' 제시 지난 19세기와 20세기를 통해 우리는 역사철학적으로 목적론적 보편주의와 포스트역사주의라는 거대한 강을 건너왔다. 아니 어쩌면 아직도 우리는 포스트역사주의 시대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새로운 역사철학적 담론은 주체의 경직된 19세기 목적론적 보편주의도 아니요, 주체 상실 또는 역사 망각의 20세기 포스트역사주의도 분명 아니다. 저자는 19세기와 20세기의 역사철학적 담론을 '자기부정'이라는 새로운 가르기의 기준을 통해 첫째, 사실(사건)로서의 역사, 둘째, 이념(뜻)으로서의 역사, 셋째, 소통(관계)으로서의 역사, 넷째, 바깥으로(에서)의 역사로 구별하고, 각각의 역사철학이 가진 의미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과정에서 '다층적 역사비판이론'을 제안하고 있다. '다층적 역사비판이론'이 제시하는 네 가지 역사는 서로에 대해 각각 규제적이면서 구성적인 관계를 맺으며, 그 때문에 이들 사이의 인과적 선ㆍ후 관계나 위계적 서열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위계적 체계가 아니라 열린 짜임관계로서 다층적 역사비판이론은 다양한 틀을 가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실(사건)로서의 역사'는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은폐와 왜곡에 대한 실천적 저항으로서 기록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부재의 실재로 기록되고 기억되는 사실을 신문하고 소통하는 역사를, '이념(뜻)으로서의 역사'는 특수한 사실에서 추상된 이념들의 역사가 아니라 높낮이 없는 다수의 이념들이 각축을 벌이는 역사를, '소통(관계)으로서의 역사'는 만남, 소통, 연대의 과정에서 형성되는 상호주관적 문제 해결 능력의 향상을 발전논리로 재구성한다. 끝으로 '바깥으로(에서)의 역사'는 '우리 밖의 타자'나 '우리 안의 타자'의 시선으로 '우리'의 역사를 구성하고 해체한다.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피어오르는 희망의 꽃을 찾아 '바깥으로의 역사'는 끝없는 부정을 통해 동일성의 체계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비동일자의 이질성과 타자성에 이름을 부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바깥으로의 역사'는 비동일자를 총체성과 통일성의 이름으로 관리하는 지배체계에 맞서 새로운 짜임관계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깥으로의 역사'는 관리되는 세계의 지배체계를 전복할 수 있는 새로운 판짜기가 되기 위해서는 '사실로서의 역사', '이념으로서의 역사' 그리고 '소통으로서의 역사'와 따로 또 함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사실, 이념, 소통이 없는 '바깥으로의 역사'는 공허한 이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짜임관계에서 역사는 주체나 대상이 아니라 부정의 과정이 된다. '다층적 역사비판이론'을 토대로 저자는 동학농민전쟁에서 5ㆍ18민중항쟁에 이르는 저항의 한국근현대사를 다시 정초하고자 한다. 이것은 바로 '타자'(제국주의 세력 내지 국가)에 의해 절대적 '자기상실'을 강요당한 한민족공동체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가 '우리주의'나 '세계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우리'와 '세계'를 가로지르는 자율성을 형성해온 과정을 해명할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저자의 열망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지속적으로 '다층적 역사비판이론'이 한민족의 역사에서 보편성을 찾아냄으로써 '우리'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한다거나 탈역사적 보편성의 이름으로 새로운 미래적 이상을 제시하는 데 대해 철저히 경계한다. 그것은 바로 그가 지향하는 역사철학이 '우리 안의 타자'의 시선으로 '우리'와 '모두'가 만들어낸 가상적 역사담론을 신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을 토대로 하되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 저자도 명백히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의 논의의 한가운데서 이론적 밑받침을 해주고 있는 것은 테오도르 W.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의 '부정변증법'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아도르노의 그 용어를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즉 저자는 이름을 빼앗긴 비동일자의 이름을 찾아가는 부정변증법이 주체의 자기인식 안에서 독단적으로 이루어지는 반성으로 소멸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의식 철학의 범주인 사실, 개념, 체계의 탈마법화를 의식 철학으로는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비판과 형성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서 부정변증법은 주관성에서 상호주관성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수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실로 밝혀질 수 없고, 이념으로 표현될 수 없으며, 체계 안에 동화될 수 없는 비동일자의 이름을 상호주관적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되찾는 것, 그것이 바로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부정의 역사철학'의 핵심근거이다. 결국 '부정의 역사철학'이 말하는 부정은 긍정과 부정의 이분법을 넘어선 비판과 형성의 변증법을 의미한다. 미래의 역사에서 평화의 가능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궁극적인 역사,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역사가 '평화'의 실현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어디에서 찾아질 수 있는가. 저자는 단연코 '패자의 역사'에서 평화의 가능성을 찾는다. 평화는 승자와 패자의 관계 역전이 아니라 관계 청산을 통해 찾아온다고 저자는 보는데, 이 책에서 그는 승자를 찬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패자를 승자로 혹은 승자를 패자로 바꾸는 미래를 꿈꾸지도 않는다. 하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는 미래는 패자의 역사에서 희망을 찾는다. 이 책이 지향하는 역사철학이 배제되고 감금된 패자가 그렸던 그림을 찾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동학농민전쟁의 농민군과 5ㆍ18민중항쟁 당시의 시민군이 가장 가까운 대화 상대인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