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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학
고광률
나무옆의자 202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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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오래된 뿔』에서 한국 현대사를 문학적으로 구현한 작가 고광률의 신작 소설. 한국 사회의 기득권층 교수 집단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지질한 욕망을 담았다. 작가가 30년간 대학에서 강의하며 고민한 '대학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외치고 있는 소설. - 소설 MD 이주은

책소개

목차

1부 부실 대학
2부 학생 중심 대학
3부 모도일의 대학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61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국문학으로 석사, 문예창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단편 「어둠의 끝」(1987)과 「통증」(1991)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소설집으로 『어떤 복수』, 『조광조, 너 그럴 줄 알았지』, 『복만이의 화물차』가 있고, 장편소설로는 『오래된 뿔 1, 2』, 『시일야방성대학』, 『뻐꾸기, 날다』, 『성자(聖者)의 전성시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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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82g | 145*210*24mm
ISBN13
9791161570860

책 속으로

대학 총장으로 적을 옮긴 모도일은 밖으로 나가 얻어올 생각은 않고, 지게미에서 술을 짜듯이 안에서만 쥐어짰다. 총장은 일광학원 산하 초?중?고교의 교장을 불러들여 여전히 이사장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후임 이사장인 큰아버지는 실권이 없었다. 초?중?고?대가 서로 다를진대, 지시 사항은 같았다. 적은 인풋에 큰 아웃풋을 강조하면서도 파이를 키우지는 못했다.
--- p.27

“대체 이 대학의 주인이 누굽니까?”
학칙이 물러 터져서 학생 데모가 끊이지 않는다며 볶아치는 시열에게 참다못한 모도일 이사장이 내지른 말이었다.
--- p.39

공민구에게 있어서 비정년 계약직은 정규직 교원으로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였다. 대학은 교원과 직원의 구분과 거리가 엄격한 신분 사회였다. 그러니까 교수와 직원 들 양쪽 모두가 민구를 교원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왕따를 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총장은 멀어도 에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 p.56

학교법인은 모도일이 이사장으로 들어온 뒤, 지난 18년 동안 살뜰한 등록금 집행으로 매해 학교 부지를 추가 매입하고 건물을 짓는 데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다. 교육부 간섭이 없거나 지금보다 덜한 시절에 지출을 실제보다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등록금을 최대한 올렸고, 지난 10년 동안 그 차액을 이월금 또는 적립금이라는 이름으로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었다.
--- p.65

자신을 창학 일등 공신이라며 스스로 떠벌리며 다니는 그가 정년 퇴임을 얌전히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그는 일광대가 설립자 모준오와 자신의 합작품이라고 했다. 실제 이 논리로 자신의 공적 조서를 스스로 꾸며 비공식 루트를 통해 교육부에 국민훈장 동백장 서훈을 상신하기도 했다. 농담 같아서 안 믿었으나, 교육부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
--- p.81

“고객이라는 표현이 듣기 싫으시다면, 쓰지 않을게요. 등록금 90퍼센트, 기부금 3퍼센트, 재단 전입금 7퍼센틉니다. 막말로 자본주의사회에서 90퍼센트의 재정을 담당하는 게 학생이니까, 주인이나 마찬가지네요. 그러므로 학생은 대학의 주인이다. 됐죠?”
--- p.90

하지만 4년 전에 한 말을 뒤늦게 문제 삼아 열 명 가까운 조사관이 비정년 교원 한 사람에게 들러붙어 3개월씩이나 조사할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부관참시가 따로 없었다.
--- p.140

이 중에 여섯 대는 눈에 띄는 곳에, 나머지 석 대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에 위장하여 설치했다. 카메라의 위치는 사각지대이지만 화각은 출입구 쪽을 확보하고 있었다. 덫을 놓은 것이다.
--- p.228

“중구난방으로 울어 대는 개구리 새끼들과 달아날 구멍만 찾아 날뛰는 쥐새끼들뿐이로구먼.” 모 총장이 푸념인 양 꿍얼거렸다. 교수는 개구리, 직원은 쥐새끼였다. 비서실장이 듣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전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 p.232

모 총장이 감사실장의 ‘우리’라는 표현에 흐믓해했다. 술상머리에서 삼배구고두례 --- p.三拜九叩頭禮) 를 하고, 절대 복종을 다짐하는 충성주로 일편단심과 분골쇄신을 외친 자가 하는 말이었다.
--- p.235

백구의 수중에도 모 총장의 지시로 이루어진 여러 채증 자료들을 비롯해서 파괴력 있는 패가 많았다. 주시열의 팻감에 못지않았다. 궂은일을 도맡아 해 오면서 어찌 버림당할 일을 대비하지 않았겠는가.

--- p.377

출판사 리뷰

대체 이 대학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일광대학교 모도일 총장은 일광학원 설립자 모준오의 외아들로서 하버드 의대 졸업 후 귀국하여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가 2대 총장에 추대되어 18년째 절대 권력을 행세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사립학교법이 사립학교 소유주들에게 유리하도록 개정되었다. 이전에는 4년 더하기 4년, 즉 8년까지 중임을 하면, 한 텀(term)을 쉬어야만 연임이 가능했던 총장 임기를 쉼 없이 이어서 할 수 있도록 했다. 모 총장은 등록금, 재단 유입금 등등 재원을 학생의 복리나 학습권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우선하여 제2 캠퍼스를 핑계로 부동산을 늘려가는 데에 열을 올린다. 교수들에게는 성과연봉제라는 프레임으로 연봉은 해마다 인상되기는커녕 해마다 깎고 있으며,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되는 편입 정원을 늘려가고 있다.

1대 총장이었던 주시열은, 일광학원 설립자 모준오가 세금 절약을 위해 고민할 때에 학교 설립을 추천하고 도움으로써 일광학원 재단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주시열은 자신이 일광학원 재단에 무형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언젠가 그 대가를 돌려받을 날을 고대하고 있다. 그는 재단 설립 이후 36년간의 모든 회계와 부정한 자금 흐름에 관한 서류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직원 출신 비정년 교원인 공민구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지켜보는 동안 학교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다. 일광대학교 『35년사』 집필 및 편집위원이었을 뿐인 그에게 예산 과다 책정과 집행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학교에서 점거 농성이 벌어지는 동안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에도 그는 학교로부터 갖은 압력을 받게 된다.

대학교수 사회의 암투와 질투, 모략, 계략, 지질한 욕망

모도일 총장은 그의 권위와 권력에 힘입어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에 둘러싸여 누구에게도 잘못을 지적당하지 않음으로써 안온하게 자신을 자리를 누리고 있다. 이에 반해 주시열은 정년퇴직을 1년여 앞두고 아무런 보장 없이 일광학원이라는 커다란 그늘을 벗어나게 된 현실에 대해 깊은 회한과 함께 분노 어린 불안을 느낀다. 이에 36년간 간직했던 일광학원 운영자금에 대한 서류들로 폭로하려 하지만 되레 모 총장 측이 횡령으로 고소함으로써 체포당하게 된다. 다시 한 번 총장 자리에 올라 영속하려던 주시열의 욕망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모교 출신 1호 교수인 윤우는 30년 전 편입 반대 시위의 주동자였지만, 현재에 와서는 학생들이 벌이는 편입 반대 시위에 반대하고 있다. 모도일 총장의 큰누나는 결혼하는 남자들마다 교수로 임용되도록 한다. 비서실장을 위시한 총장의 주변 인물들은 총장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모략하고, 움직이는 와중에도 자신을 위한 패는 숨겨 두는 비열한 면면을 드러내고 있다.

『시일야방성대학』은 최고의 지성이라 일컫는 대학교수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암투와 질투, 모략, 계략, 지질한 욕망에 사로잡힌 모습들을 포착하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그 알량한 권력을 좇으며 그에 기대어 벌어지던 가슴 서늘한 횡포들을 기억케 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저는 이 소설을 통해 오늘날 대학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등을 잘 들여다보시길 바랄 뿐입니다. 글이 권력인데, 글 자체가 권력이었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르거나 적게 알면 부당한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글을 많이 아는 지식인들이 그 신분과 지위를 이용하여 어떻게 사실을 뭉개고 진실과 정의를 어떻게 조리돌림 하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어떻게 벗어나는지, 이 얕은 소설을 통해 깊이 들여다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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