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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산사나무 아래 에필로그 징치우의 후기 |
艾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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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치우의 눈과 귀와 마음에서는 그가 마오쩌둥 어록 같았다. 매일 보고, 매일 읽고, 매일 생각하는 존재. ---p.37
사람이 떠난 뒤에야 사랑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 갑자기 그 사람을 볼 수 없게 돼서야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p.46 징치우는 두려웠다. 자기도 모르게 자기 심장을 그의 손에 건네줬고, 지금은 그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p.46 자신은 신데렐라가 아니었다. 신데렐라는 가난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아름다웠는가! 게다가 신데렐라의 부모는 지주도 반혁명가의 자녀도 아니었다. ---p.47 그대를 처음 본 날부터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습니다. 만약 우리의 삶이 좁은 길이라면 그대가 내 앞에 걸어 내가 항상 그대 모습을 바라볼 수 있기를. 만약 우리의 삶이 넓은 길이라면 그대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 수많은 사람 속에서 영원히 그대 잃어버리는 일 없기를.” ---p.53 “징치우, 징치우, 아마도 넌 아직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어서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 있다는 걸 믿지 못하겠지. 훗날 네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이 세상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할지언정 절대 그 사람을 배신할 수 없는 사랑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p.210 “나도 알아, 네가 무척 걱정하고 두려워한다는 거. 하지만 난 절대 네게 피해를 주는 일은 하지 않을 거야. 난 다만 널 보호해주고, 보살펴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네가 바라는 일만 하고 싶어.”---p.213 “내가 있는 곳까지 올 필요는 없어요. 그냥 기다려주기만 하면 돼요.” ---p.214 “난 스물다섯이 되기 전엔 연애할 수 없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 “기다릴 수 있어. 네가 기다리라고만 한다면, 네가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평생이라도 기다릴 수 있어.” “평생을 기다려요? 그러다가 모두 관에 들어가고 아무도 없겠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 거예요?” “내가 널 평생 기다릴 거라는 사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믿게 해주려고.” ---pp.214~5 “징치우, 징치우, 너도 평생을 바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야. 다만 넌 누군가가 자신을 그렇게 사랑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뿐이지. 넌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넌 정말 똑똑하고 예쁘고 착하고 사랑스럽고, 그리고…… 분명히 널 사랑한 사람도 내가 처음이 아닐 거야. 어쩌면 마지막도 아닐 거고. 하지만 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란 건 믿어.” ---p.215 쑨젠신이 자신을 향해 두 팔을 내미는 게 보였다. 이번에는 손을 흔드는 게 아니라 징치우를 껴안는 것처럼 두 팔을 둥글게 내밀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징치우도 쑨젠신을 향해 두 팔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두 팔을 내밀고 강의 이쪽과 저쪽 기슭에 서 있었다. 혼탁한 강물이 그 사이를 흐르며 둘을 갈라놓고 있었다. ---p.306 “남자가 자기를 위해 울면 안 된다고 남을 위해서도 울지 말란 법 있어?” ---p.323 징치우가 쑨젠신에게 기다리라고 한 것은 자기를 ‘사랑’해달라는 뜻이었다. 징치우가 ‘나를 평생 기다릴 수 있어요?’라고 묻는다면 ‘나를 평생 사랑할 수 있어요?’의 다른 표현이다. 다만 징치우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데 익숙지 않아 그곳 사람들이 즐겨 쓰는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을 뿐이다. ---p.347 ‘기다림’과 ‘사랑’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기다림’에는 두 사람이 함께 있지 않다는 뜻도 담겨 있다. 어쩌면 ‘기다림’은 ‘볼 수 없어도 사랑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p.347 “왜 항상 날 징치우라고 불러요? 여기 사람들은 다들 이름만 부르지 성까지 붙여서 부르지는 않는데.” “난 징치우, 이 이름이 좋거든. 이 이름을 들으면 무덤 속으로 한 발을 넣고 있다가도 발을 빼서 널 보러 올 것 같아…….” ---p.395 “난 네가 나와 함께 가길 원치 않아. 네가 살아 있으면 나도 살아 있는 거야. 하지만 네가 죽으면 그때는 나도 정말로 죽은 거야. ……내 말 알아듣겠지? 알아들었어?” “네, 그러니 함께 가겠어요.” ---p.3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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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을 울린 단 하나의 완전한 사랑
문화대혁명이 끝나갈 무렵인 1970년대 중반, 고교생이던 징치우는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주어진 교재편찬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농촌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항일 용사들이 흘린 피에 물들어 붉은 꽃을 피운다는 전설의 산사나무가 자라는 마을에서 자원탐사대에 다니는 청년 쑨젠신(라오싼)을 만난다.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에게 끌리지만, 자산계급의 아들인 아버지와 반혁명분자의 딸인 어머니 때문에 당의 감시를 받는 집안에서 힘들게 살아가던 징치우는 다가온 사랑을 욕심내지 못한다. 그러나 쑨젠신은 징치우가 아무리 밀어내고 상처 주는 말을 내뱉어도 언제나 곁을 지키며 그녀만의 든든한 수호천사가 되어준다. 남녀의 연애조차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징치우는 남자 문제로 가족이 더한 비판을 받게 될까봐, 그로 인해 삶이 더 힘들어질까봐 전전긍긍하지만 “매일 보고 매일 읽고 매일 생각”해야 하는 마오쩌둥의 어록보다, 이 사랑은 강렬했다. 징치우의 눈과 귀와 마음에서는 그가 마오쩌둥 어록 같았다. 매일 보고, 매일 읽고, 매일 생각하는 존재.(37쪽) 징치우와 쑨젠신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나기 시작한다. 폐수가 흘러 아무도 오지 않는 강가의 자갈밭에서 칼바람이 몰아치는 외딴 정자에서 밤의 산길에서 조용히 속삭이고 수줍게 입맞춤하고, 강의 이쪽과 저쪽에서 두 팔 벌려 서로를 껴안듯이 마주 서서 이별의 아쉬움을 달랜다. 급하고 자극으로 점철된 이 시대의 눈으로 보면 이들의 행동은 촌스럽고 유치하고, 너무도 느릿하다. 그들은 애인이나 사랑, 보고 싶다, 안고 싶다 같은 말도 자연스레 입에 올리지 못한다. 이 투박하고 더딘 사랑은 아무 데서나 멈춰버리는 낡은 버스, 흙먼지 이는 터미널, 밭두렁, 개울, 징검다리, 털털거리는 경운기, 사람들을 싣고 강을 오가는 나룻배 같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지난날의 소박한 풍광들과 어우러지면서 아스라한 과거의 지점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우리가 그곳에 서서 유년의 반짝거리는 기억들, 순수했던 첫사랑을 다시 기억하며 온몸이 노글노글해지는 따스한 행복감에 젖어들 무렵, 젊은 연인들의 달콤한 시간은 끝이 나버리고 안타까운 비극이 시작된다. “징치우, 기억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널 사랑한 남자가 세상에 살았다는 것을.” 사랑의 가치와 숭고함을 일깨우는 이 소설은 저자의 극사실화 같은 세밀한 표현으로 실화가 갖는 진정성을 끝없이 증폭해간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스토리의 익숙함과 진부함 같은 감상도 이 진정성 앞에서는 소리 없이 사그라지고 만다. 사실 징치우에 대한 쑨젠신의 사랑은 이 소설에 나온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비록 소설에서는 징치우가 보고 들은 이야기밖에는 알 수 없지만, 저자 아이미의 섬세하고 특별한 묘사 덕분에 독자는 어렵지 않게 그 사랑을 짐작하게 된다. 그는 징치우의 무거운 수레를 대신 끌어주고, 미래를 불안해하는 그녀에게 “하늘이 나를 낳았다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다”라며 위로해주고, 잉크가 새는 낡은 만년필을 새 만년필로 바꿔주고, 침침한 전등을 새 전등으로 갈아주고, 맨발로 일하는 그녀에게 장화를 사다주고, 상처 난 연인의 발을 씻기며 마음 아파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남자였다. 또 그는 남녀가 손만 잡아도, 껴안기만 해도, 한 방에 있기만 해도 임신하는 줄 알던 너무도 순진한 연인의 순결을 끝까지 지켜주었고, 또 자신이 백혈병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 순간에도 상처받게 될 연인을 배려해 거짓말로 안심시켰던, 죽는 날까지 오로지 한 여자만을 위했던 지고지순한 남자였다. “기다릴 수 있어. 네가 기다리라고만 한다면, 네가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평생이라도 기다릴 수 있어.”(214쪽) 징치우와 쑨젠신이 처음 만난 1974년의 어느 봄날, 쑨젠신은 징치우에게 다음해 봄 산사나무에 꽃이 피면 같이 꽃구경 가자며 환하게 웃는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서는 그곳에 함께 가지 못했다. 그들은 처음 만난 날로부터 이 년 후인 1976년 화창한 5월의 어느 날에서야 함께 그곳으로 갔고, 쑨젠신은 산사나무 아래에 묻혔다. 병원 침대에서 하루하루 고통과 싸우며 그리움으로 무너지는 가슴을 달래다 떠났을 쑨젠신은 이제 그를 평생 잊지 못하는 징치우의 가슴속에서, 그리고 삼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수백만의 가슴에서 되살아나 “평생을 기다리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여전히 지켜가고 있다. 이들의 순애보는 인간이 열망하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답인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믿어야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여러분의 눈물을 보면서 저도 다시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러분의 안부와 부탁과 기대와 존경을 모두 가지고 쑨젠신에게 가서 전해주겠습니다. ‘삼십 년이 지났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이야기에 감동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요. 당신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어요’라고 말입니다.” _징치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