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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에게도 손편지 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키키 키린은 그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꿈을 찾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지방의 한 기차역에, 일하는 모든 분들께. 짧은 그녀의 편지에 담긴 한 마디 한 마디가 작지만 큰 위로가 된다. - 에세이 MD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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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소중히 가꿔온 인연
“나도 다른 사람을 따돌렸고, 따돌림당했어요” 왕따 근절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 “난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홋카이도 무인 역에 보낸 편지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영화의 모델이 된 여성에게 보낸 편지 강연회 주최측에 보낸 자필 팩스 한 기업의 새해 광고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낸 편지 제2장 청년의 미래를 응원하다 성인의 날을 맞은 이들에게 보낸 편지 “일단 일을 즐기세요” 개호복지사의 길을 가려는 청년에게 보낸 편지 “먹고살 게 있어야 예의가 생긴다고는 하지만” 국제간호사를 지망하는 청년에게 보낸 편지 “가르친다는 건 함께 성장하는 일” 교사를 지망하는 청년에게 보낸 편지 “누군가 열정을 발휘하는 곳에 한 발 들여놓는 것도 방법이에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청년에게 보낸 편지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말을 들어주는 사람” 교사를 지망하는 청년에게 보낸 편지 ‘오키나와의 사정’을 전하려는 청년의 열의에 응답한 키키 키린 제3장 사는 일 죽는 일 함께 인생을 논한 미술관장 일 관계자에게 병상에서 보낸 편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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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한 사람 다르게 태어나니 당연히 차별은 있을 수밖에 없죠.
따돌림은 차이에서 생겨나니까요. 나도 누군가를 따돌렸고 또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없애겠다는 건 끝이 없는 여정일 테죠. --- p.33 욕심과 눈은 쌓일수록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요. 올해는 사는 사람도 좋고 파는 사람도 좋고 세상에도 좋기를 --- p.58 “나는 전쟁을 겪지 않았습니다. 이제 칠십셋이나 되었지만 직접 겪은 적은 없어요. 그래서 전쟁에 대한 기억이 없죠. 그 힘듦에 대한 기억이요. 이렇게 전쟁에 대한 기억이 없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면, 전쟁 까짓것 한번 해도 좋은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 것만 같다는 걱정이 듭니다.” 키키 키린이 성인식에 모인 청중 앞에서 말한 내용이다. 그녀는 이 발언에 ‘국가나 권력처럼 실체가 불분명한 거대한 힘을 의심 없이 믿으면 안 된다. 자기 눈으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 pp.65-66 사와다는 성인식 이듬해에 꿈을 이뤄서, 현재 나가노 현에 있는 개호 노인 보건시설에서 개호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편지를 받았을 때 그는 그저 키키 키린다운 독특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개호 현장에서 일하면서 편지의 의미를 문득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가령 “인생의 대선배에게는 배울 게 많으니까 열심히 하라”는 말처럼, 알기 쉽고 독설도 없고 따뜻하기만 한 말은 읽는 이를 긴장시키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키키 키린은 자기의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청년의 앞날을 독려한다. “인생 대선배들은 만만치 않을 거다. 젊은 당신에게 불만도 말할 거고. 그게 힘들고 화가 날 때도 있겠지만, 자연스러운 감정이니까 깊이 고민하지 말라”고. --- p.71 키키 키린 님 귀하. 유머가 있고 따뜻하고 누가 뭐래도 자연인이신 키키 키린 님이 이제 계시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무척 슬퍼집니다. 2년 반 전, 몸이 좋지 않음에도 저희를 위해서 성인식에 참석해주신 일, 함께 대화 나눠주신 일, 따뜻한 손으로 저와 남동생의 손을 잡아주신 일,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 p.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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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말은 하지 않는다
키키 키린은 왕따 근절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면서도 “수고가 많으십니다. 참 좋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계속 수고하십시오” 같은 뻔한 말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길은 힘든 길이다. 그러나 일단 시작했으면 끝까지 하라”고 말한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청년에게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하라, 청년을 위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당신은 잘할 수 있다 같은 정형화된 말을 쓰는 대신에, 당사자가 세상에 나와서 마주칠 현실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해보길 권한다. 이처럼 키키 키린의 편지는 그저 공감하고, 상대로 하여금 현실을 직면하게 하고, 편지의 수신자가 간과하는 부분을 넌지시 짚어줄 뿐이다. 『키키 키린의 편지』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무례를 구분하지 못하는 숱한 어른의 말 속에서, 삶을 긍정하고 세상을 직시하는 참된 어른의 말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런 말을 전하는 데 ‘편지’라는 형식이 얼마나 좋은지까지도. 말이라는 건 상처도 주지만 행복하게도 만드는 단순한 문법 키키 키린이 편지를 보낸 면면은 다양하다.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들, 즉 이미 꿈을 좇고 있거나 혹은 아직 꿈을 찾지 못한 젊은이들, 사회와 격리된 삶을 강요당했던 전 한센병 환자, 미술관장, 일하는 모든 사람, 심지어 한 지방의 기차역에까지. 이처럼 다종 다색의 상대에게 편지를 썼지만 키키 키린의 목적은 한 가지였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살아오며 말로 쌓은 업을 글로써 털어내는 것. “뭐라도, 무슨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그녀의 방법 또한 한 가지였다. 최대한 마음을 담는 것. 한 통의 섭외 전화도, 한 번의 인연도 키키 키린은 편지를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았다. 심지어 개런티의 고저, 유무마저 상관없었다. 세상을 낫게 만들고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이라는 판단이 들면 바로 붓을 잡고 마음의 온기를 모아 그녀만의 유니크한 철학을 적어 보냈다. 직접 그린 귀여운 캐리커처와 함께. 그렇게 말년의 원숙한 한 인간이 남긴 ‘삶을 긍정하는 유연한 어른의 말’이 『키키 키린의 편지』로 묶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