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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우리 모두는 언젠가 반드시 죽게 됩니다
둘, 죽음을 앞둔 사람은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셋,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는 순간, 내 이름을 불러주오 넷,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죽음을 맞이할 때와 그 이후입니다 다섯, “나는…… 더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여섯, 죽어가는 사람에겐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합니다 일곱, “기억하렴. 엄마가 만일 죽더라도, 그건 결코 너희들 때문이 아니야.” 여덟, 고통 속에서도 가슴 벅찬 행복을 건져 올릴 수 있습니다 아홉, “몸이 없어져서 어디든 갈 수 있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갈 거예요.” 열, “죽음과 마주한 지금,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열하나, 마지막 길을 떠나기 전, 가족의 체취가 곳곳에 담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간절합니다 열둘, 무언가를 기다리고, 그것을 만날 희망을 가진 사람은 놀라운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열셋, 사람은 죽는 순간 위대한 분의 마중을 받으며 빛의 세계로 떠납니다 열넷, 숨을 거둔 사람이 조용히 잠든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열다섯, 인간은 죽음에 의해 완성됩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모두 미완성일 뿐 열여섯, “이제 저에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요. 죽기 전에 저 자신과 당당히 마주하고 화해하고 싶어요.” 열일곱, “네가 곤경에 처하거나 눈물을 흘릴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많이 아프다.” 마치면서 |
鈴木秀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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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 받는 지름길은 손수 만든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덩달아 약해지지요. 그러니 우선 좋은 음식으로 몸에 에너지를 보충할 필요가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손수 만든 요리에 담긴 진심을 함께 나누는 거예요. 차라도 한 모금 대접하고 밝은 얼굴로 손님을 보내면 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옵니다. 태도도 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져 있지요. 어두운 얼굴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며 온 사람이 음식에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면 인간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한 경우가 많습니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에요. 반면 식사를 하고 나서 자신이 사용한 식기를 정리하고 돌아가는 사람은 안심해도 됩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이런 사람은 사회생활을 시작해도 무리가 없습니다.”---p.39
“임종이 다가오기 직전에, 건강을 되찾는 시기가 찾아온답니다. 갑자기 생기를 띠고 식욕이 생기고 말문을 열기도 하지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체념하던 가족들은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 다시 희망에 타오르지요. 하지만 그건 세상과 이별하기 전 받은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거예요. 잠시 건강해진 환자는 먼 길을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어져요. 하지만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지요. 그때 함께 호흡을 나누면서 일체감을 느끼면 비로소 환자는 안심하고 조심스레 입을 열어요.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말을 걸어서 물꼬를 터주면 이내 가슴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쏟아내지요. 오랫동안 막혀 있던 둑이 터지는 것처럼요.”---p.44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평화로운 웃음을 띠던 이마이 씨의 얼굴에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복잡한 심경이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한평생 죽도록 일만 하며 살았습니다.” 오하라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병실은 무거운 정적에 휩싸였다. 기나긴 침묵 후, 회한에 젖은 고백이 들려왔다. “나는…… 더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작은 중얼거림이었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진심 어린 울림이었다. 그녀는 단어 하나하나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선생님, 다행입니다. 진심을 말씀해 주셔서.” 그는 마음속 격랑이 진정된 듯 차분해진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떤 말도 필요치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을 나누었다. 잠시 후, 선생이 넌지시 물었다. “이제 더 이상 미련은 없으십니까.” 고개를 끄덕인 이마이 씨는 천천히 양 무릎을 끌어당겨 얼굴을 파묻었다. 어깨가 조금씩 들썩거렸고 그는 이내 오열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방에 들어왔을 때 위엄 넘치는 눈짓 하나로 건장한 사내 수십 명을 움직이던 남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응석받이 남자아이가 있을 뿐. 그녀는 양팔로 그의 어깨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pp.78~79 “만약 당신이 지금 눈을 감는다면 아이들은 자기들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할지 몰라요. ‘혹시 우리가 말썽을 부려서, 공부를 안 해서 엄마가 죽어버린 걸까?’ 하고요.” 그녀는 힘주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저 아이들은 정말 착한 천사들이니까요.” “그렇다면 당신은 아이들 덕분에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다음에 만날 때 말해줄 수 있겠어요?” 그녀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에 병실을 방문하자, 카오리의 병세는 상당히 심각한 상태였다. “나는 딸과 아들 덕분에 엄마로서의 기쁨을 맛보았어요. 분에 넘친 행복이었죠.” 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아이들이 활기차게 병실에 뛰어들며 엄마를 부를 때, 걱정스런 눈길로 자기 얼굴을 응시할 때, 그녀는 하늘에 감사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상상할 수 없는 행복과 기쁨을 안겨준 둘도 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 와중에 아이들이 할머니와 함께 병실에 들어섰다. 나는 방금 한 이야기를 그대로 아이들에게 들려주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두 아이들을 침대맡에 가까이 오게 한 다음 사랑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너희들 엄마여서 정말 기쁘단다. 너희들이 있어서 엄마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한 가지만 기억해주렴. 엄마가 아픈 건 절대 너희들 때문이 아니야. 너희가 말썽을 부리거나, 싸움을 하거나,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란다. 엄마는 너희들이 건강하게 놀아줘서 너무도 기뻤는걸.” 카오리 씨는 끓어오르는 슬픔을 억누르며 유언하듯 말을 이었다. “그러니 꼭 기억하렴. 엄마가 만일 죽더라도, 그건 결코 너희들 때문이 아니야.”---pp.104~105 사실…… 제 몸은 텅 비어 있는 동굴입니다. 지금까지 대수술을 여덟 번 받았습니다. 자궁암부터 시작해서 위암, 대장암…… 암이 점점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대수술을 반복해야 했어요. 몸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졌지요. 의사 선생님조차도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 있는지 신기해할 지경이었습니다. 지금 제 몸속에 웬만한 장기는 다 드러내서 없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 있는가 하면, 정신장애를 앓는 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선천성 장애를 가진 아들이 태어난 직후 남편과는 바로 이혼했다고 했다. 온종일 침대에 누워 있는 아들은 현재 스무 살이지만 어린아이 수준의 대화밖에 구사하지 못했다. 절대적으로 엄마를 필요로 하는 아들이 있기에, 첫 번째 수술 이후 의료진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조차 가망이 없다고 여겼지만 보란 듯이 살아남아 지금 이렇게 일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가면요, 아들이 이불 속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손발을 치고 웃음을 터트리며 그렇게 반길 수가 없어요. 끔직한 대수술을 여러 번 한 몸이라 날씨가 나쁘거나 무거운 짐을 들거나 하면 몸에 무리가 와서 고통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아들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피로가 싹 가시고 힘이 솟습니다. 지금까지 처절하리만치 암과 싸워왔어요.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요. 하지만 ‘이 아이를 남겨놓고 갈 순 없다.’라는 일념 하나로 지금까지 이를 악물고 살아왔어요. 매일매일 다짐합니다. ‘아들이 집에서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내가 죽으면 아들도 죽는다.’라고. 저는 암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했어요. 병이야 어찌 됐든, 의사가 뭐라고 하든 아이가 있는 한 살아가겠노라고요. 활짝 웃으며 절 맞이하는 아이 얼굴을 볼 때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오늘 선생님 강연을 듣고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세상의 통념으로 행복이나 불행을 나눌 수 없다는 걸요. 정신장애 아들과 만신창이가 된 몸을 가진 저 역시 이토록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pp.118~119 어느 일요일 오전, 그는 병상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갑자기 사진으로 본 어머니의 처녀 시절, 신혼 당시 수줍고 풋풋했던 모습, 아이를 업고 피난 행렬에 나섰던 힘겨운 발걸음, 큰아들이 전사했다는 통보를 받고 심하게 떨리던 손 등등이 차례차례 선명히 떠올랐다. 순간 콧날이 시큰해지고 가슴에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솟구쳤다. 넌지시 모친의 두 뺨을 손으로 감쌌다. 그녀의 얼굴은 아들의 두 손에 쏙 들어갈 만큼 수척해져 있었다. “어머니,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걱정만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입 밖에 내본 적 없는 말이었다. 모친은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치고 힘껏 힘을 주었다. 그러고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칸지, 널 낳고 기른 건 엄마로서 당연한 일이란다. 넌 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야.’ 그녀의 표정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용서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pp.143~144 당장 입원해야 될 만큼 급속히 간이 나빠졌다는 얘기를 들은 순간, 나는 엄청난 분노와 절망에 사로잡혔다. 그동안 건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포기하며 살아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즐기면서 사는 건데……. 많이 억울했다. 더 이상 살아서 뭐 하나 싶어 자포자기 심정도 들었지.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 빨래를 말리던 엄마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렇게 공허하고 외로운 표정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어. 그 순간 난 다짐했지. 남은 시간 가족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병에 걸렸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를 남들 혹은 나 자신에게 퍼붓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병원 사람들, 직장 동료들의 배려와 이해가 큰 도움이 되었어.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엄마와 너희들의 존재란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내 기분을 맞춰주려고 노력한 것 잘 안다. 가족의 사랑이 없었다면 결코 지금까지 버틸 수 없었다는 것도. 아들아, 죽음을 앞둔 지금 아빠는 신기하리만치 마음이 차분하다. 공포나 불안 따위는 없다. 하지만 조금 더 살고 싶구나. 앞으로 사회에 나갈 너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어른이 되어도 부모가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란다.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른으로서 책임을 짊어지고 나아가는 너의 번듯한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 부질없는 집착이겠지. ---pp.219~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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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순간, 당신은 어떤 말을 남기겠는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선사하는 책 이 책의 저자 스즈키 히데코는 특정 종교의 입장을 넘어 삶과 죽음, 사랑과 고통 등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내면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제시하며 일본에서 ‘이 시대의 스승’으로 불린다. 그녀는 이 책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말』을 통해 죽음의 찰나에서 맞이했던 감동적인 화해의 순간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간에게 죽음이란 결코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운명이지만, 겪어보지 않고는 그 누구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이 책 안에 담긴 열일곱 개의 감동적인 스토리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정리하는 법, 주변 사람들이 곧 세상을 떠날 이를 위해 배려해줘야 할 것들 등, 언젠가 마주치게 될 죽음을 보다 현명하게 맞이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우리 자신의 죽음, 부모의 죽음, 친구의 죽음, 사랑하는 반려 동물의 죽음 등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류의 죽음에 대해 가슴 깊이 돌이켜보는 기회와 아름다운 깨달음을 선사하는 이 책은 순간순간 눈가를 촉촉이 적시는 주옥같은 선물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임종을 앞둔 사람과 죽음에 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쩐지 너무하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스즈키 히데코는 그동안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고 한다. 환자가 자신에게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고 삶의 의미를 찾고 아쉬움이 남는 일을 해결하고 얽혀버린 인연을 화해로 푸는 등 인생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은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을 슬프게 만들 만한 일은 가급적 피하려고 한다. 그것이 자신이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환자와 가족 모두는 진심을 숨긴 채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곧 죽음을 마주할 사람의 진심은 그게 아니다. 여러 사정으로 포기했던 일, 이루지 못한 꿈, 가질 수 없었던 만족감 등 인생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을 털어놓고 싶어 하고, 타인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채 화해하지 못했다면 상대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렬하다. 그러나 가족이 마음의 준비를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환자는 자신의 마음을 담담하게 고백할 수 있는 가족 이외의 사람, 무엇을 말해도 동요하지 않고 자기 기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상대를 바라게 된다.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누군가 진지하게 들어준다면 죽음을 앞둔 사람은 비로소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여기게 된다.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사람은 한없이 외로워집니다 가령 누군가 여행을 떠나거나 멀리 유학이라도 가면 그 떠나는 길을 가족이나 지인들이 배웅해준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고 모국과 이별하고 미지의 나라로 떠나는 이들의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하물며 죽음을 앞둔 사람이 이승과 완전히 작별하고 전혀 다른 세상으로 홀로 떠나려는 심정은 오죽할까. 그래서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사람이 마지막 떠나는 길을 가족이 지켜주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몸이 아파 고통스러워하는 이에게 ‘아파?’ 하고 묻기보다 ‘아프구나’ 하고 공감해주기를 권한다. ‘아파?’라고 물을 때는 아파하는 사람과 그것을 지켜보는 다른 이가 존재하지만, ‘아프구나’라고 하면 같은 입장에서 함께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사람은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생을 마감하는 사람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편안히 새로운 세상으로 떠날 채비를 할 수 있도록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이다. 간절한 기다림과 희망을 가진 사람은 놀라운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1984년 봄, 도쿄의 한 국립병원에서 일어난 신기한 현상이다. 수많은 중병 환자들이 병원에서 예측한 임종 시기를 늦추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소위 국민 드라마라 불리던 〈오싱〉이 일본 열도를 달구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의사가 병실을 회진하던 중 간병인 하나가 울상을 지으며 다음 주에 드라마 〈오싱〉이 끝난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 한마디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고 환자들은 하나같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오싱〉이 방영하는 날이면 방영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췌했던 환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잠자고 있던 환자도 번쩍 눈을 뜨곤 했다. 그 드라마는 환자들의 유일한 낙이었던 것이다. 의사는 드라마가 끝나면 머지않아 여러 환자들의 생명도 끝을 맞이할 수 있겠다고 직감했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드라마의 최종회가 끝난 날 밤, 네 명의 환자가 숨을 거두었다. 이튿날부터 일주일간 무려 열 명의 환자들이 그 위를 따랐는데, 그들은 누구보다 〈오싱〉에 푹 빠져 지내던 사람들이었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그 드라마가 꺼져가는 생명에 다시금 불씨를 지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희망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인간이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이 있으면 놀라운 치유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