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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늦은 시각이다. 오늘은 이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작정이다. 해질 녘 나는 거울 한구석과 마주하고 앉아 있다. 어둠이 침입해 들어오기 시작한 무대에서 나는 내 이마의 윤곽과 둥그스름한 내 얼굴과 깜빡거리는 눈꺼풀 밑에서 내 시선을 본다. 마치 무덤 속으로 들어가듯 그 시선을 통해 나는 내 안으로 들어간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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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이란 언제나 미쳐 있죠. 그걸, 당신 자신이 말씀하셨어요. 제가 만들어낸 말이 아니에요. 그처럼 많은 지식과 지성을 가진 당신은 제게 말해주었죠. 두 사람의 대화자란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는 장님이며 거의 벙어리라고, 그리고 뒹구는 두 연인이란 바람과 바다처럼 서로 낯선 것이라고. … 귀를 기울여 들을 때는 거의 들리지 않고, 들릴 때는 거의 이해되지 않죠. 연인들이란 언제고 미쳐 있어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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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바라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오. 다시는 기도도 없소. 기도 또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오. 왜냐하면 그건 하나의 절규로서 올라가고 우리를 버리기 때문이오. … 다시는 미소도 없소. 미소란 언제고 반쯤은 슬픈 게 아니오? 사람은 오직 자기의 비애, 불안, 미래의 고독, 멀리 달아나는 자기의 고뇌에 대해서만 미소 짓는 것이오. 미소란 지속되지는 않소. 미소는 본래 죽어가는 것이지….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