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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번개처럼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었어.
여우가 잘 아는 바람이었어. 호랑이 골에서 호랑님이 내려오신 거야. 효돌이 부부는 고개를 숙이고 어머님을 떠올리고 있었어. 그 사이 호랑님은 잠든 아기를 입에 물고 헌걸스레 대문을 빠져나갔어. 호랑님이 사냥을 하실 때는 쥐 죽은 듯 있어야 해. 제 아무리 백 년 묵은 여우라도 말이야. 하지만 여우는 가슴이 울렁거려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어. 여우는 저도 모르게 호랑이한테 펄쩍 뛰어내렸어.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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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제삿날]은 죽은 조상에게 예를 갖추는 ‘제례’의 의미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구수한 우화로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대대손손 지켜온 소중한 우리 제례 문화를 배운다! 제례는 제사를 지내는 의례입니다. 그리고 제사는 음식을 차려놓고 죽은 조상의 넋을 기리는 우리의 전통의식이지요. 옛날에는 이 제사를 지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수(제사 음식)를 장만하는 일은 물론 제사상에 음식을 놓는 순서도 엄격했고, 제사 지내는 시간이나 절을 하는 방법 등 절차도 무척 복잡했습니다. 그 의례가 얼마나 까다롭고 복잡했던지 제사를 이끄는 종손은 벼슬자리를 맡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엄격한 의례의 바탕에는 죽은 조상에 대한 공경과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깔려 있었습니다. 먼저 이 세상을 살다 간 선조에 대한 예의와, 후손에게 복을 내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한데 모여 제사의 엄격한 의례를 이룬 것이지요. 오늘날 제사는 옛날에 비해 아주 간소해졌습니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간단히 차례를 지내거나 조상의 생신날에 조촐하게 지내곤 하지요. 그런가 하면 아예 제사를 지내지 않는 집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례는 분명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지켜온 소중한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는 매우 낯설고 생소한 문화로 여겨집니다. [여우 제삿날]은 그런 어린이들에게 제례의 참뜻을 알려 주고자 합니다.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어동육서니 하는 어려운 제사 용어를 풀이해 주거나 제사 지낼 때 절을 몇 번 하는지, 향을 왜 피우는지 등의 제사 절차를 알려 줌으로써 제례의 의미를 전달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에 앞서 제사가 지니는 본질적인 의미를 먼저 이해토록 하려는 것입니다. 어린이에게 친숙한 우화를 통해 제사의 의미를 차근차근 알려 준다! 이를 위해 저자인 한미경 작가는 우화를 선택했습니다. 사람의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연스럽게 책 속 이야기 세상으로 이끕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여우는 처음에 제사가 뭔지 전혀 모릅니다. 요즘 어린이들과 같은 모습이지요.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어린이들은 주인공 여우에 쉽게 동화되고 여우처럼 낯선 이의 시선으로 제사의 의미를 차근차근 알아갑니다. 여우는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팔려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합니다. 그렇게 헛물만 켜다가 대충 사람들의 흉내를 내며 제사를 지내 보지만 헛수고일 뿐입니다. 고심하던 여우는 마침내 가난한 효돌이네 제사를 보게 되고 그 소박하고 조촐한 제사상에서 왠지 모를 편안함과 감동을 느낍니다. 달달한 음식 냄새에 정신이 팔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그것, 바로 ‘정성’을 효돌이네 제사상에서 보았기 때문이지요. 품격 있는 그림으로 완성도를 높인 웰 메이드 그림책! [여우 제삿날]의 그림은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는 등 수상 경험이 풍부한 이지선 작가가 맡았습니다. 이지선 작가는 과감한 터치와 강렬한 색감의 대비로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따뜻하고 밝은 느낌을 살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부드럽게 전달합니다. 또한 글로 표현하면 길어질 법한 정보들을 한 장의 그림에 함축적으로 담아내어 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합니다. 격식에 맞게 차린 전통 제사상은 물론 사람들의 복장과 절하는 모습 등을 제대로 재현하여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여우가 불퉁거리자 산신령이 이렇게 말합니다. "정성이란 꼭 모양새를 똑같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이지요.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제사의 참뜻을 기억하고 우리 조상들의 정감 어린 마음씨를 본받길 바랍니다. 시리즈 소개 ‘학고재 대대손손’ 시리즈는 오천 년 선조들의 삶과 정신이 담긴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 ‘의례와 잔치’를 중심으로 일상의 희로애락을 찾아 우리 빛깔의 그림책으로 빚어냅니다. ‘탄생’을 축하하는 그림책 [네가 세상에 처음 왔을 때], 성년식 ‘관례’를 다룬 [어른이 되는 날], 만 60세에 치르는 ‘환갑잔치’ 이야기 [육십 고개 넘으셨다! 우리 할머니], 돌잔치 그림책 [나는 뭐 잡았어?], 세책례(洗冊禮) 그림책 [책 씻는 날]에 이어 ‘제례’의 의미를 담은 [여우 제삿날]을 새롭게 펴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