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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중에서
내 인생은 내 인생, 자식 인생은 자식 인생이라고들 하지만, 맞벌이 부부인 딸과 사위가 아이 맡길 데 없어 쩔쩔매는 걸 보며 부모 된 처지에 모르는 체할 순 없다고 생각한 아내가 딸아이한테 “내가 키워줄게.” 하며 손을 내밀었던 모양이다. 귀여운 외손자의 재롱을 보며 사는 것을 만년의 홍복이라 믿고 있는 나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밖에. 요즘 세상에 아무나 누릴 수 있는 복도 아니다. 키우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텐데 그 이상 뭘 더 바라겠는가? 이미 차고도 넘치는 것을. 5월 26일 토요일 집사람이 웃으며 “네 새끼 예쁘냐?”고 물었다. “그럼, 예쁘지, 안 예뻐?” 하고 딸이 깔깔 웃었다.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딸아이도 차츰 제 엄마가 자기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고, 지금은 만년에 외손자까지 맡아 키우느라 노고가 크다는 걸 조금씩 깨달아가는 것 같다. 부모 노릇이 힘들다는 걸 자식이 알아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그런 식으로 자식이 하나하나 깨달아 간다는 것이 더욱 고마운 일이다. 그러니 내가 좀 힘들다고 해서 “네 자식은 네가 알아서 키워라.” 하고 외면할 수가 차마 없는 것이다. 6월 10일 일요일 요즘은 외할아버지 흉내를 내어 기침도 따라 하고, 뒷짐 지고 걷는 거나 맨손체조하는 것도 그대로 따라 하고, 커피를 후후 불고 한 모금 마신 뒤 “하아!” 하는 것까지도 그대로 따라 하곤 한다. 우리 집에 따라쟁이가 하나 생겼다. 8월 13일 월요일 “하찌 해봐.” 하면 곧잘 따라 하면서도 “함매 해봐.” 하면 미음 받침을 발음하기 어려운지 입을 꼭 다물고만 있던 녀석이, 놀이터에 가자며 바지를 입히니까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함매, 함매.” 하더라며 집사람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11월 30일 금요일 자식이 부모에게 반항하는 것은 불가피한 행동이다. 이따금 제 마음에 안 들면 엄마한테 톡톡 쏘고 시집간 뒤에도 대들다가 남편한테 야단맞기도 하더니, 저도 아이를 낳아 키워보더니 차츰 나아졌다. 제 새끼를 맡기더니 어미한테 대들던 버릇이 없어졌다고 집사람이 말하자 딸아이는 “나 엄마한테 약점 잡혔잖아.”라며 웃었다. 내가 보기엔 제 엄마가 딸한테 발목을 단단히 붙잡힌 꼴이다. 외손자만 아니면 만년을 여기저기 여행이나 하며 보낼 팔자라는 것이 아내의 확신에 찬 주장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모든 것을 자기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인 듯하다. 상대방 입장에서 보는 훈련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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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아니면 줄 수 없는 사랑, 그 대안을 찾다.
엄마의 출산휴가가 끝남과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맡겨지는 수많은 아이들. 따스한 애정이 듬뿍 담긴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유아기에 타인의 손에 맡겨지는 상황은 아이에게는 일종의 시련이다. 엄마 아빠가 돌보는 것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자 돌봄’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이 든 노부부가 손자를 위해 각종 만화 캐릭터를 섭렵하고, 품에 안고 토닥이며 노랫말이 예쁜 동요를 골라 나지막하게 불러주는 모습에는 가족이 아니면 결코 줄 수 없는 깊고 깊은 사랑이 가득 배어 있다. 육아를 노동이 아닌 만년의 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노부부의 이 따뜻한 이야기는 ‘아이 돌봄’의 가치와 가족 관계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