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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사장님이 정말 열 명이에요?
1부 / 월급의 십분의 일만 내면 되는데 퇴사의 시작 수호천사라는 게 있는데 조금 클리셰이긴 하지만 백수 최후의 제국 을지로3가 임대 문의 건물주는 처음입니다만 세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1,000만 원 법 없이도 살 사람들 10% 동료가 되어줄래? 을지로에서 제일 이상하게 생긴 곳 그래서 제 월급은요 10명의 남자들이 만들어가는 내 꿈은 을지로왕 아빠 생각 2부 / 약간 인더스트리얼풍의 회색빛이 도는 동용이 형 넷째 작은아버지 공사 계획 철거 철거 2 - 다시 생각해보니 목공 조명 대청소 바닥 오늘도 을지로운 중고나라 약간 인더스트리얼풍의 회색빛이 도는 영업 사원 인쇄소 골목에 숨어 있는 나만의 아지트 가오픈 무서운 아저씨들 저 장사합니다 엄마 생각 3부 / 간판이 없는데 어떻게 오셨어요 첫 손님 첫 손님 2 스티커를 이렇게 이렇게 떼서 인쇄소 골목이니까 라라랜드 아는 손님 간판이 없는데 우리가 해줘야 될 일 짜파게티 그리고 계란 치즈 짜파게티 그리고 계란 치즈 2 고양이 소동 길 찾기 비가 새서 받는 중입니다 분실물 4부 / 구질구질해도 혼자보단 나으니까 총회 올리브 정치 복지 와인 주변 상인들 반달 을지로 예찬 무리 짓고 싶음에 대한 욕구 그해 여름의 일 1주년 파티 에필로그 / 사장이 여전히 열 명 맞습니다 부록 / 그래서 십분의일은 어떻게 운영되는 곳인가요 나오는 사람들 |
돌아가는 비행기를 취소하고 해외를 누비는 내 모습을 상상해봤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두 달간의 여행에서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을 애써 누르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아직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의 맛을 잊지 못한 회사원이었다. 서른, 퇴사자. 태어나 처음 갖는 직업이 어색했던 나는 다양한 가면을 썼다. 때론 전직 피디로, 어느 날은 예비 작가로, 또 어떤 땐 인도 여행자로. 대책 없는 백수로 비치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다.
--- 「조금 클리셰이긴 하지만」 중에서 우리는 각자 취향도 이곳에서 하고 싶은 것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일에 뛰어들고 싶다는 욕구는 같았다. 그런 공통점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줬다. 한여름 뜨거웠던 그 자리는 우리가 단순히 가게를 만들기 위한, 창업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는 걸 되새겨주었다. --- 「내 꿈은 을지로왕」 중에서 그때 떠오른 것이 와인이다. (…) 문제는 와인을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역시 소주와 맥주였다. 그때 아주 멋있는 반론이 등장했다. “그럼 우리처럼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와인을 팔면 되지 않나?” (…) “야, 근데… 너 한국에서 상그리아 먹어본 적 있냐.” “아니… 전혀. 그런 건 스페인 여행 가서나 먹는 거지, 한국에서 무슨 상그리아를 마셔….” 꾸준히 왔다 갔다 했다. --- 「10명의 남자들이 만들어가는」 중에서 내가 직접 만든 브랜드로 내 공간을 소개하는 건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십분의일이라는 이름과 로고를 향한 애정이 샘솟았다. 땀 흘려 만든 공간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했다. “분위기 좋고 나름 괜찮은 곳이니까, 놀러 오세요.” 이 영업 멘트에는 영혼이 담겨 있었다. --- 「영업 사원」 중에서 비가 새는 원인은 내부 천장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된 건물 지붕이 틀어져 틈이 생긴 탓이었다. 공사를 한 뒤로는 비가 와도 끄떡없다. 나는 다시 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끔은 그때가 생각난다. 떨어지는 비를 보며 손님들과 어색하게 웃음을 주고받던 그때, 바닥에 잔뜩 고인 물을 사진으로 찍어 ‘십분의일 워터파크 개장…’이라고 멤버들에게 전송하던 그때. 오랫동안 을지로에 있다 보니 어느새 을지로 감성이라는 것에 물든 것인지. --- 「비가 새서 받는 중입니다」 중에서 이곳 사람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많다. 뭐가 새로 생기는지 혹은 길 건너 냉면집 주인이 왜 바뀐 건지 등 시시콜콜한 소식들을 자주 나눈다. (…) 아마 이분들이 없었으면 젊은 이방인이었던 내가 이 골목 안에서 버티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오래된 맛집도 많다. (…) 거대한 도시 서울 안에 을지로 같은 곳은 흔치 않다. 언젠가 나는 이곳을 떠나겠지만 을지로는 변하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 「을지로 예찬」 중에서 자본주의를 따르는 건 아닌데 가장 자본주의스러운 장사를 하고, 일반 회사보다 훨씬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회의하는데 이상하게 자꾸 목소리가 큰 사람이 말하는 대로 흘러간다. 동등하다고 하지만 형이 있고 동생이 있으니 반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존대하는 사람이 있고, 문제가 있을 때 형은 동생에게 욕을 해도 동생이 형에게 욕을 할 순 없고. 아무튼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졌고 그 중심에는 늘 내가 있었다. --- 「총회」 중에서 요즘도 많은 분들이 나에게 묻는다. 정말 열 명이서 계속 같이하세요? 네, 여전히 같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
평범했던 회사원이
다 같이 행복하고 싶어서 와인 바 사장이 되기까지 이 에세이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정말 하고 싶어 했던 피디 일이었는데 그만둔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름의 계획이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평범한 백수로 방황하던 중에 ‘청년아로파’라는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공동체를 만들자는 거창한 비전이 있는 이 모임은 술자리에서 시작되었는데, 협동조합이라는 낯설지만 참신한 개념은 아주 조금 설렘을 느끼게 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을지로에서 열심히 와인 바를 만들게 되었다. 임대 계약부터 순조롭지 않았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셀프 인테리어로 공간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무작정 덤빈 탓에 고생도 숱하게 했지만, 결국 근사한 와인 바의 사장이 되었다. 고상하게 가게를 지키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역시나 생각했던 바대로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 저자는 청년아로파 멤버들을 비롯해 십분의일을 찾아주는 손님들까지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많은 걸 알았고, 배웠고, 성장할 수 있었다. 조금은 낭만적이면서도 굉장히 현실적인 이 모든 일들은 혼자가 아니라 해낼 수 있었고, 함께 살아가는 게 중요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혼자’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지 오래지만, 역시나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야 든든한 법이다. 오히려 함께일 때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나의 삶에서 중요한 건 무엇인지, 또 지켜야나가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