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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 긴 이야기 속으로
캠프 나인 사람들 낙원을 꿈꾸며 세 남자 제 안의 것들 파파야가 익어가는 시간 기회의 땅, 힐로 스텔라, 사랑에 빠지다 너무도 사소한 것들 목마른 사람들 먼 곳을 바라보는 일 어둠 속으로 부유하는 시간 죽음의 골짜기, 칼라우파파 돌아온 여인, 순례 새로운 인연 편지 대륙에서 온 남자 마지막 인사, 마할로 누이 사랑과 사람 사이 사랑의 방식 슬픈 행복, 동지촌에서 가벼워진 생애 - 너무 많은 이름들 속에서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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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생존의 공간에서도 파라다이스는 존재한다.
당신과 내가 함께했던 시간을 간직하는 한…… 작가는 하와이 첫 이민자들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만나 서로 얽히고설키며 만들어내는 사랑과 우정, 선택과 이별을 섬세한 인물 묘사와 긴장감 있는 플롯으로 그려냈다. 낙원을 꿈꾸며 한국을 떠난 그들은 과연 그 꿈을 이루었을까?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던 시대,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자기 몫의 삶을 선택하고 받아들이며, 이 세상에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만들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한 세대가 바뀌고, 우리들은 우리들의 방식대로 또 오늘을 살아간다. 110년 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두웠던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모티프로 하고 있지만, 작가는 낯선 땅에서 자신의 삶을 낙원으로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꿈과 사랑, 선택과 갈등, 욕망과 좌절을 섬세하면서도 감동적인 필치로 그려냈다. “나는 낙원을 향해 가는 긴 여정이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한다. 파라다이스가 생존의 장소가 되었을 때, 그곳은 일상에 파묻혀 빛을 잃고 삶은 또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파라다이스를 꿈꾸게 한다. 주인공 강희와 창석이 끝내 함께 다다르지 못한 곳, 그러나 꿈꾸었던 곳이 있었기에 그들에겐 영원한 파라다이스가 존재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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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우리 모두를 위한 결정인가요?”
내가 물었다. “모두를 위한 결정?” 창석이 나를 보고 못 알아듣겠다는 듯 물었다. 상학과 나영의 문제가 아니었느냐고 묻는 표정이었다. 나는 속으로 ‘모두를 위한 결정’이라는 말을 다시 곱씹었다. 다 같이 살아내는 일이었다. 사소한 결정이 인생을 바꾼다는 교회 여자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네 명이 함께 사는 일이니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서로의 짝이 반대로 정해졌다고 여기면, 지상낙원이라는 이 섬에서 모두 살 수 있어요.”---p.39 상학은 부끄러웠다. 창석에게 ‘운명’으로 여기자고 한 자신이 한없이 비겁하게 느껴졌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나영을 설득할 자신도 없었고, 잡아두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결혼이라니, 잠시 헛꿈을 꾸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강희가 짝을 바꾸자고 말했다. 열여덟 살 여자가 쉽게 할 말은 아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감탄했다. 사는 것이,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때라는 것을 그녀는 아는 걸까. 상학은 강희를 택한 게 아니라,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선택을 존중했을 뿐이었다. ---p.85 “너무나 많이 기다렸어요.” 그의 말이 어둠 속에서 툭하고 떨어졌다. 기다렸다는 짧은 말 한마디에 사람이 울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처음 알았다. 내 안에서 보이지 않는 균열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세상에 태어나 뭔가를 기다려본 적은 처음이었어요. 그것도 사람을. 그런데 그 감정이 참 묘했어요. 기다리면서 하나가 되어가는 느낌. 그래서 그런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럼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어요? 그때 당신을 포함해서 아무도 나를 말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이유를 묻다니 이해할 수 없네요. 우리 넷은 그때 서로의 몫을 받아들이고 살겠다는 무언의 동의를 한 게 아니었나요?”---p.174 창석은 문득 산다는 것이 꿈처럼 여겨졌다. 눈을 뜨면 사라지는 것들을 힘들게 부여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고 있는 강희를 그는 오래 바라보았다. 희망이면서 절망이었던 사람의 얼굴은 어둠처럼 고요했다. 창석은 자기도 모르게 헉 하고 눈물을 삼켰다.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얼굴을 또렷하게 가슴에 새길 만큼 보고 또 보았다. 오늘을 위해 그 모든 것을 견뎌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움의 실체를 눈앞에 두고 보니 기쁘기보다는 허무함이 더 깊게 다가왔다.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다. 오히려 마음 놓고 그리워하고 원망하던 시간들이 더 달콤했다. ---p.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