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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괜찮아 보일 뿐, 괜찮지 않았다
1. 경단녀, 전업 맘 10년 차 별 볼일 없는 곳에서 뜨는 별 | 경단녀의 꿈 | 아들 맘, 딸 맘, 어린 맘 | 반 모임? 맘 모임! 말 모임 |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2. 상처 진짜 어른 | 낮잠의 색 | 스물네 번째 이사 | 셋방살이 | 지독한 홍수 3. 미완성 구부러진 엄지손 | 70kg | 자격지심 | 숨바꼭질 | 버림받이 4. 방황 중국 북경행 | 끊어지지 않는 굴레 | 부딪히면서 깨닫는 것들 | 시드니의 꿈 | 마카오의 방황 5. 경험 부족함이 재주 | 기자와 아나운서 | 하늘 위 뭉칫돈 | 기본이 무엇? | 세부의 야망 6. 사랑 가장 높은 프로포즈 | 욕조에 눈물을 받고 | 이불 한 장 신혼집 | 아들이 건넨 세상 | 서울에서 온 현리댁 7. 희망 제주도의 걸음마 | 중고백과 명품백 | 살아 있는 돌 | 지나치기에 아쉬운 것들 에필로그_글로도 사람을 반하게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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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자 엄마의 역할은 역시나 분주해졌다. 혼자만의 여유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때로 교육과 관련된 소소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만남의 시간도 자주 할애해야 했다. 그 틈에 나의 꿈은 다망함 속에 까맣게 잊혀져 갔다. 어느 날 아이 친구의 엄마가 불쑥 내게 꿈을 물어보았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
“요즘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대요.”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시 물었다. “아이의 꿈 말고 엄마의 꿈이요.”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이 나이에 꿈이 어디 있겠어요.” 무안한 듯 자리를 빠져나오며 지금껏 의식하지 못한 문제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았다. 나는 삼십대를 불가능의 나이라고 단언했고 꿈의 영역을 부정하며 살았다. 아이와 상관없는 나만의 꿈은 엄마의 역할을 등한시하는 거라고 오인했다. 애써 감춰서 들춰보지 않았던 문제들이 그 순간 한꺼번에 소용돌이치며 몰려왔다. 몇 해 전까지 나는 직업을 꿈이라고 여기며 직장을 고르는 일에 매진했다. 비로소 수많은 직장을 거치고 나서야 직업은 꿈의 단편이지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눈에 보이는 반짝이는 것을 후련히 떨쳐내자 좋아하는 책 속에 파묻혀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나는 더 이상 꿈의 모양을 거대하게 그리지 않기로 했다. 여러 빛깔의 소소한 꿈을 한 손에 쥐고 있는 기쁨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그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엄마와 아내의 삶을 꿈으로 삼자 순간마다 꿈이 실현되는 벅찬 감동을 선물 받았다. 그러자 집에서 부대끼는 온 시간이 귀한 보석처럼 소중해졌다. 39살, 꿈꾸기 아직 좋은 시절이다. --- pp.27-28 대학을 다니며 선생님의 꿈을 키웠던 그녀에게 불쑥 아이가 생겼고 학업을 그만두면서 인생의 꿈도 함께 버려야만 했다. 그런데도 아이를 가진 축복이 선생님의 꿈보다 컸다면서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이가 태어나자 그녀의 삶의 희망은 더욱 확고해진 듯 했다. 자신의 인생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축약되고 단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삶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전했다. 학원에서 일을 하고 번 돈으로 아이를 부족하지 않게 키울 수 있어서 좋았고 일을 마치면 자신을 반겨주는 아이가 있어서 매일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나를 한마디로 정의했다. 한국에서 사는 것과 언제라도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 그리고 미래의 기회가 가득한 것만으로도 마땅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녀의 말마따나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니, 그녀의 눈을 통해서 나를 바라보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행복에 겨워 살면서 아프다고 힘들다고 징징거렸던 지난날이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소피아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었다. 온전한 그녀만의 삶을 아이에게 몽땅 내어주는 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정의했다. 미혼이었던 나는 그녀의 일방적인 결심이 이해되지 않았다. 거짓말로 행복을 꾸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희생하며 옭아매인 삶이 결코 행복에 겨울 수 없다고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 나는 결혼할 때까지도 엄마라는 삶을 동경하지 않았다. 깜깜한 어둠에 휩싸인 그저 알고 싶지도 않은 동굴 같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내 아이를 맞았다. 탄생의 기쁨도 잠시 기본적인 생활권을 아이에게 모조리 박탈당한 채 버거운 삶을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놀랍게도 내 안의 사랑과 희망이 점점 커져만 갔다. 매일 밤 아이는 내 귀 를 간질이며 말한다. “엄마, 사랑해.” 상상해본 적 없는 웃음이 내 안에서 싹텄고 기대하지 않던 미래가 내게 다가왔다. 어느새 내 아이를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일생의 원대한 목표도 생겼다. 지난날 소피아가 누렸던 행복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 pp.127-128 “손님, 뭐 불편한 거 있으세요?” 창밖만 바라봤던 그의 두 눈이 내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리곤 하얀 삼베옷 왼쪽 주머니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넣었다. 꼼지락하더니 구겨진 뭉치가 내 손바닥 위에 올려졌다. 나는 뭔지도 모른 채 손에 쥔 뭉치를 살살 풀어헤쳤다. 100위엔 지폐였다. 나는 돈을 건넨 그를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손님, 이게 뭔가요?” “먹을 것 좀 주면 안 되겠나? 혹시 돈이 부족한가?” “네?”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서비스를 거절하며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 판단이 착오일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첫 비행을 하는 날, 그는 생애 첫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신발을 벗는 줄 알았다. 그래서 벗기 편한 슬리퍼를 신고 왔다고 했다. 음료와 식사는 돈을 내고 사먹어야 한다고 오인했다. (내가 속한 항공사는 전 노선의 모든 기내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꼬깃거리는 뭉치 돈을 내밀며 부탁하던 그의 앞으로 나는 몸을 낮췄다. 주름진 따뜻한 손도 지긋이 잡았다. 다시 돈을 건네며 그에게 말했다. “여기서는 돈이 필요 없어요. 그러니 이 돈은 다시 주머니 속에 넣어두세요. 드실 음료와 식사는 제가 얼른 가져다드릴게요.” 나는 그를 뒤로하고는 갤리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목 안에 모래알이 박힌 듯 까칠해지더니 목 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자 하늘나라로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우리 할아버지가 서글피 눈가로 젖어들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비행기 한 번 타본 적 없었다. 그래서인지 못해드려 아쉬운 마음을 뒤 열의 노인에게 그대로 전하고 팠다. --- pp.158-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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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2019년 8월의 끝자락, 누군가의 상처를 책으로 만나고서 나는 결국 꽁꽁 감춰두었던 과거를 손끝으로 써보기로 했다. ‘아!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성대를 타고 흘러나온 이 한마디가 내가 지나온 시간을 쓰다듬어 주었다.” 아나운서, 승무원, 기자, 쇼호스트, 리포터, 홈쇼핑 게스트, MC, 강사 등 17가지 직업을 거친 저자 이다루가, 행복을 전시하는 시대에 상처와 아픔을 터놓고 이야기하기 위해 『내 나이는 39도』란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눈물겨운 날에 마음을 채는, 글로써 독자를 반하게 하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처럼 매력적이면서도 공감이 가는 글이 가득하다. SNS를 보면 누구나 행복한 것 같지만, 저자는 책을 통해 ‘아!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타인의 기쁨으로 자신의 기쁨이 완성되기도 하고, 슬픔 또한 타인의 눈물로 반쪽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을 느끼게 하는 글들을 직접 만나보자. 결핍을 마주해야 성장이 찾아온다 “성장은 모든 게 충분히 갖춰진 사람에게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결핍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성장을 붙들려면 내 안의 부족함을 일단 받아들여야 했다. 창피하고 외면하고 싶은 결핍을 마주해야 비로소 성장이 찾아왔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수시로 어플의 업데이트를 알리는 공지가 뜬다. 그냥 사용할 수도 있지만 기능적인 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사람도 마찬가지다. 부족한 부분을 알지 못한다면 보완할 일이 없고 업데이트도 필요하지 않다. 성장은 모든 게 충분히 갖춰진 사람에게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창피하고 외면하고 싶은 결핍을 마주해야 비로소 성장이 찾아온다. 이 책에서 고백하는 다양한 경험들은 결핍이 어떻게 성장을 이끌어내지는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시련의 유효기한 “인생을 사는 일과 시련을 견디는 일은 어쩌면 같은 마음이기도 했다. 거기엔 보이지 않아도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다. 15살의 시련이 아직까지 유효하지 않고 하물며 저번 달의 시련도 이 시간조차 흔들지 못한다. 나는 불시에 찾아든 시련에 애써 유효기한을 정하곤 했는데 그 방법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남편의 의무복무로 인해 한적한 시골에서 신혼생활을 하게 된 저자가 갖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행복을 찾을 수 있었던 까닭은 머지않아 도시로 돌아갈 기약 때문이었다. 이렇듯 시련이 언제 끝날지 안다면 결코 못 견딜 이유가 없다. 인생을 사는 일과 시련을 견디는 일은 어쩌면 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거기엔 보이지 않아도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불시에 찾아든 시련에 애써 유효기한을 정하곤 하는 방법으로 견디어 냈듯이 우리도 시련의 유효기한을 정해보자. 인생의 출렁다리 “나는 지금도 인생의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다. 한 발 한 발 익숙한 시련을 맞으며 비범한 세상을 가로질러간다. 저 멀리 눈부신 풍경에 매료된 사람들의 눈빛을 그득히 바라봤다. 그 안에는 내가 서 있었다.” 평생 출렁다리를 건너본 적이 없는 저자가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으로 힘겹게 건넌 후 뒤를 돌아보니 황홀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토록 찬란한 풍경을 눈을 감고 가로질러야만 했을까 하고 탄식한 뒤 돌아올 때는 풍경을 놓치지 않고 건넜다. 『내 나이는 39도』는 인생의 출렁다리를 건너는 저자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시련에 눈을 감아버리면 절경을 놓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시련에 눈을 감지 않고 찬란한 풍경을 감상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