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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자유
김인환 산문집 양장
김인환
난다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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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4

독서의 가치 17
동학과 더불어 36
자정의 성찰 50
중세철학산책 69
릴케의 천사 87
과학기술의 위기와 인문학의 방향 99
문제는 계산이다 123
『법의 정신』에 대하여 141
황현산의 산문 : 비평의 원점 168
랭보와 모던 팝 189
라캉과 나 206

저자 소개 1

KIM Inhwan,金仁煥

1946년 6월 26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양방송 PD부에 입사했으나 정한숙(鄭漢淑, 1922~1997) 선생의 권유로 같은 대학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2년 [현대문학]에 「박두진론」을 발표하며 문학 평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마르쿠제의 『에로스와문명』(1972)을 처음 우리말로 옮긴 후 프로이트와 라캉을 연구하여 1985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37호)에 라캉을 한국 최초로 소개한 논문 「언어와욕망」을 발표했다.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를 거쳐 1979년부터 2011년까지 32년 동안 고려대학교
1946년 6월 26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양방송 PD부에 입사했으나 정한숙(鄭漢淑, 1922~1997) 선생의 권유로 같은 대학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2년 [현대문학]에 「박두진론」을 발표하며 문학 평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마르쿠제의 『에로스와문명』(1972)을 처음 우리말로 옮긴 후 프로이트와 라캉을 연구하여 1985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37호)에 라캉을 한국 최초로 소개한 논문 「언어와욕망」을 발표했다.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를 거쳐 1979년부터 2011년까지 32년 동안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고전 문학과 현대 문학, 정신 분석학과 경제학, 역사와 철학, 수학과 한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을 가로지르는 독자적인 사유를 현실 비평에 폭넓게 펼쳐 왔다. 2001년 김환태평론문학상, 2003년 팔봉비평문학상, 2006년 현대불교문학상, 2008년 대산문학상, 2012년 김준오시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언어학과 문학』 『비평의 원리』 『상상력과 원근법』 『형식의 심연』 『한국고대시가론』 『문학교육론』 『문학과 문학사상』 『다른 미래를 위하여』 『기억의 계단』 『의미의 위기』 『현대시란 무엇인가』 『The Grammer of Fiction』 『과학과 문학』, 옮긴 책으로 『에로스와 문명』 『주역』 『고려 한시 삼백 수』 『수운선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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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2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56g | 135*195*17mm
ISBN13
9791188862641

책 속으로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관계의 회로를 따라가면서 독자는 책들의 의미를 재조정하고 재분배해야 한다. 맥락은 닫힌 창고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광장이기 때문에, 맥락의 정체는 언제나 우리의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맥락이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맥락의 독서는 시작에서 시작으로 이어지는 놀이가 된다. 독서는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는 창조적 놀이이다. 맥락을 완성하여 고정된 한계 안에 가두겠다는 욕심은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는 인색과 게으름의 표시일 뿐이다. 모든 방면으로 흘러넘치는 맥락의 홍수 앞에서, 인색한 독자는 유일한 의미를 장악하려고 하면서 맥락의 풍부한 광장을 죽은 상품의 창고로 만들고 만다. 무한한 맥락에 대하여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는 겸손이다.
--- 「독서의 가치」 중에서

시민의 언어는 지껄임이고 시인의 언어는 얼말이다.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이고 스님은 시를 사는 사람이고 평론가는 시인과 스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사람이다.
--- 「자정의 성찰」 중에서

황현산의 일생은 오디세이의 활을 당기려는 고투의 연속이었다. 이 활시위의 한쪽 끝에는 현대시가 있고 다른 쪽 끝에는 민주주의가 있다. 그는 초인적인 정성으로 이 활시위의 양쪽 끝을 가깝게 끌어당겼다.
--- 「황현산의 산문 : 비평의 원점」 중에서

욕망은 언제나 공백과 싸우고 있으며 시는 이 공백에 이름을 지어주려는 욕망의 실험이다. 욕망은 어떻게 작동하고 고장 나는가? 욕망은 어떻게 한 신체로부터 다른 신체로 옮아가는가? 어떠한 욕망이 어떻게 흥분하는가? 욕망이 편력하는 환경은 어떠한가? 문제는 거창한 지식이 아니라 정직한 욕망이다. 욕망만이 인간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자신을 개방하는 용기를 선사한다. 욕망은 있음이 아니라 넘어서서 있음이고 욕망의 본질은 타자의 부름에 있다. 욕망은 모든 한계를 꿰뚫고 분열과 모순을 자체 내에 보존하는 끝없는 의욕이며 깊은 정열에 의하여 특별하게 충격된 심적 운동의 끊임없는 충실성이다. 환상을 좇는 즐거움, 추억에 갇힌 우수는 진정한 의미의 욕망이라고 할 수 없다. 욕망은 객관적으로 관찰되지 않는다. 움직이는 감정을 속속들이 반영하는 눈길, 내면의 율동을 드러내는 높고 낮은 목소리, 피가 통하는 따뜻한 손길―이런 것들이 욕망의 집이다. 욕망은 거부인 동시에 개방이고 부정인 동시에 사랑이다. 욕망은 악을 정당화하지 않으면서도 악을 받아들이고 악에 대하여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투쟁을 감행한다.

--- 「랭보와 모던 팝」 중에서

출판사 리뷰

“공부의 모자람을 알게 하여 자유롭게 공부하도록 만드는 책!”
아랫배로 생각하는 우리 시대 인문학자 김인환의 산문

문학평론가 김인환 선생의 새 책을 펴낸다. 문학을 기본으로 하되 인문·예술 전반에 걸쳐 평생의 읽기와 쓰기로 그 고개 숙임의 기울기만큼이나 그 각도로 등이 굽어온 선생의 산문집이며 『타인의 자유』라 하는 바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가 좋아 그 읽힘에서 제목을 비롯해왔다는데 이는 이 한 권의 책이 왜 쓰이고, 이 한 권의 책이 왜 묶였는가에 대한 충분한 힌트이자 근접한 답일 것도 같다. 선생은 머리말 가운데 이렇게 밝히며 시작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든 사람이 각각 다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시끄러운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아무려나, 선생의 생각을 말하는 시끄러운 책이 될 것이 분명한 이 텍스트 안에서 우리는 배움의 자세라 할 책의 효용성을 간만에 재확인하게도 된다. 자신의 생각을 시끄럽게 떠들려면 논리적 근거란 게 그 바탕으로 깊어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제 공부란 걸 파묻지 않으면 안 될 텐데, 그런 마음으로 들여다본 선생의 변화무쌍한 공부 궤적에서 빈약하기 짝이 없는 내 공부의 텅 빈 곳간부터 떠올리게 되는 바, 이 책은 내 공부의 모자람을 인정하는 순간 끝도 없이 책을 불러내는 아름다운 책의 화수분으로 분할 줄 아는 책의 한 부류이기도 하다.

물론 자유롭고 창조적인 방식으로의 발현이다. “우리는 어떤 책의 하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고, 자연과 사회의 주인이 되기 위하여 책을 읽는다”라 선생은 재차 말하지 않았던가. 결코 윤곽이 분명할 수 없는 게 책의 경계라 할 때 선생은 주인의 주된 덕목이다 할 주체성을 돌무지로 가운데 놓고 제 공부의 안팎을 맘껏 넘나들어왔다. 『언어학과 문학』 『비평의 원리』 『상상력과 원근법』『문학교육론』『문학과 문학사상』 등의 책을 통해서는 제 업이라 할 문학이라는 징의 그 정수리만을 원론적으로 치고 있구나 그 공부의 깊이를 재게 했고, 번역을 행한 마르쿠제의 『에로스와 문명』, 풀이해낸 『주역』이나 『수운선집』 『고려 한시 삼백 수』 등의 책을 통해서는 제 업이라 할 문학이라는 원의 중심에서 접붙여나간 여타 학문의 맥락에 얼마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관심을 뻗쳤는지 그 공부의 넓이를 재게 했다.

깊이 깊고, 넓이 넓은 공부 속에 폭발하는 사유의 잔치. 총 11장으로 이루어진 『타인의 자유』는 매 장마다 큰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물골을 크게 트고 있는데 독서, 동학, 성찰, 중세철학, 천사, 인문학, 음양, 법, 황현산, 팝, 라캉을 그 주제어로 대표한다 할 적에 저마다 소용돌이치는 사유의 힘이 참으로 세서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호흡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좋아서 여러 번 읽기 이전에 깊이 진입하지 못함으로 다시금 첫 장으로 돌아와 서는 일을 반복하게도 되리라. 결기가 단단한 정확한 문장은 벼림을 잘도 알아 단문의 매서운 눈매를 책을 읽어나갈수록 더더욱 날카롭게 하는데 여하간 중요한 무언가가 읽고 지나간 뒷맛에 안 보이게 남는다. 그 없을 무의 다심, 그 있을 유의 다짐.

자칫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는 책이겠다. 그러나 이 한 권의 독서로 말미암아 우리로 하여금 모름지기 진짜 인간의 교양이란 걸 배워보고 가져보게도 하는 책이겠다. 이 한 권을 맘껏 탐닉해보는 일, 이 한 권에 맘껏 져보는 일, 이 한 권을 공들여 천천히 읽음으로 정직하고 관대한 생활의 태도를 갖게 되는 일, 그리하여 종국에는 책이라는 “무한한 맥락에 대하여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 ‘겸손’을 섬기게 되는 일. 그만만 하더라도 말이지, 선생은 말하셨지. 한밤에 혼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그 앞에 이 책이 놓여 있다면 펼쳐질 것이라고. 무엇이? 아마도 무한한 앎의 우주가 아니겠는가!

머리말 중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든 사람이 각각 다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시끄러운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안재홍은 먼저 모두 말하게 하고 나중에 갈피 짓는 것이 화백이며 신라의 화백 제도가 바로 “다(和) 말하게 하는(白)” 민주정치의 원형이라고 하였다. 다 말하게 하는 다성(polyphony)의 정치와 남의 입을 막고 자기만 말하는 단성(monophony)의 정치는 정치 현실의 이해에 유용한 모델이 된다. 현실 정치는 두 모델의 중간 어디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일성과 박정희는 단성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18년 유지된 박정희 체제보다 한 세기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김일성 체제가 더욱 전형적이라는 점에서 화백 모델의 대극에 김일성 모델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의 정치체계는 어느 나라건 대체로 자유민주당과 사회민주당의 양극 체제로 구성되어 있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정부당과 반대당이 그런 레디메이드 유형을 따라가지 말고 대중을 이끌고 나가려고 하는 대신에 다 말하게 하고 나중에 갈피 지으면서 대중을 뒤따라가는 화백당(和白黨)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쁜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를 탓하지만 좋은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어떠하건 유치하면 유치한 대로 연주자들의 능력을 최대한도로 발휘하게 한다.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에서 말한 대로 역사는 “무의식적이고 집단적인 공동의 삶”이다. 길게 보면 대중은 이데올로기의 유인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자본론』의 중심선은 대중 생활의 장기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 나는 로자라는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고 그녀의 『축적론』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라는 그녀의 말이 너무 좋아서 책의 제목을 『타인의 자유』라고 지어보았다.

스물넷에 홀로 되시어 1950년부터 20년 동안 북창동 노점에서 옷가지를 파시면서 두 아들을 키우신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친다.

그것은
전쟁과 비참,
죽음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손상되지 않는
인간의 완강한 원리이다.

그것은
물을 빛으로
꿈을 현실로
적을 형제로 바꾸는
인간의 온유한 원리이다.
―엘뤼아르, 「올바른 정의」

2020년 3월
김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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