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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2. 사막에서 3. 하얀 발목 4. 작별 5. K 6. 하나, 둘, 셋 7. 물 한 모금 8. 이쪽과 저쪽 9. 불 끄는 자들의 도시 해설: 악몽의 탈주와 혼돈의 수사학 _우찬제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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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어딘가에 갇혀 있었다. 어딘가에 갇혀, 밑도 끝도 없는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슬슬 이 도박장의 규칙에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난 여전히 잊거나 혹은 잃기만 한다.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무엇 하나 기대할 수 없는 패를 들고 지난 3년을 버텨왔다. 자금은 오래전에 바닥이 났는데, 더 배짱을 부리려면 뒷주머니에 숨겨놓은 차비마저 태연한 낯으로 내놓아야 할 판이다. 알거지가 되어 터벅터벅 돌아갈 멀고먼 거리를 헤아릴 때, 당신은 테이블 맞은편에서 고개를 들고는 오호라 그게 전부였구나, 그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여기까지 따라왔구나 하며 나를 꾸짖을 셈인가. 애써 무시하려 해도, 뼛속까지 훑는 듯한 그 시선에 자꾸만 고개가 숙여진다. 천연덕스럽게 너스레를 떨지도 못하고, 훌훌 털며 사내답게 일어서지도 못하고, 이건 전부 사기라며 울부짖지도 못하고, 요놈의 손모가지를 뎅겅 잘라버리지도 못하고, 아아 어찌하여 나는 이 빌어먹을 패를 확 내던지지도 못하고. 이제, 부끄러운 내 첫 패를 당신 앞에 늘어놓는다. 그러니 어서 이 패를 다시 섞으라. 부디 나에게도 무언가 좋은 것이 들어오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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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내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그 비밀을 표상하는 가장 근사치의 기호일 것이다. 나는 조용히 외로움, 이라고 중얼거렸다. 이내 곱게 분쇄된 외로움이 거실에 가득 차 질식할 것만 같았다. 〔……〕 “응애, 하고 태어날 때부터 난 그랬는걸요. 매력도, 사교성도 없던 주제에 외로움만큼은 언제나 질색이었지요” 하고 아내가 말한 적이 있었다. “마치, 토끼처럼요.”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에서 박형서는 왜소화된 현대성을 무의식적 심연의 측면에서 탐문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신예 작가이다. 그 노력은 독특한 서사 상황을 설정하는 구성의 능력과, 상황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끌고나가는 문체의 힘을 통해 개성 있는 작품이라는 결실을 맺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