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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풀어내는 무한한 상상력
옛 사람들에게 밤은 두려운 시간이었다. 해가 저물면 어둠을 틈타 온갖 맹수들이 사람들을 노렸고, 사람들은 변변한 무기도 없이 모닥불에 의지해야 했다.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밤을 보내는 동안, 고대인들은 왜 해가 지고 밤이 오는지, 짐승과 사람은 어째서 서로 죽여야 하는지 알고 싶었을 것이다. 이러한 호기심은 인류의 탄생, 하늘과 땅의 창조와 같이 거창한 것부터 박쥐가 왜 밤에만 활동하게 되었는지처럼 아주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을 둘러싼 세상 전체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어떤 사람은 강물이 범람하고 홍수가 나는 이유를 옷을 잃어버려 화가 난 용에게서 찾았고, 또 다른 사람은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보살피지 않았기 때문에 박쥐가 밤에만 돌아다니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짜낸 지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외워서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도록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담겼다. 그리고 마을의 큰 어른에게서 호기심 많은 젊은이들에게로, 할머니로부터 손주들에게로 전해졌다. 이렇게 수천 년의 지혜가 응축된 이야기들이 바로 민화다. 「세계의 민화」 시리즈는 세계 각국의 민화 중에서도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민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부족들, 중국 소수 민족들, 고대 유럽의 패자 켈트족 사이에서 전해지는 민화들은 저마다 민족 고유의 세계관과 독특한 문화를 담고 있어 흔히 만날 수 없는 감성으로 가득하다. 이국적인 상상력으로 풀어 가는 이야기는 자연과 인간, 이승과 저승, 현실과 꿈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한편으로 인류의 보편적인 삶을 이야기 속으로 옮겨 놓기도 한다. 맞서야 할 자연 재해는 맹수나 요괴, 머리 셋 달린 용처럼 형태를 바꿔 등장하며, 자연과 운명이 베푸는 은혜는 친절한 처녀 신령, 금빛 요정 등 선량한 조력자로 나타난다. 또한 사랑하고, 시기하고, 다투고, 화해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또한 다양한 경험 속에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폭넓은 시각을 제공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인류가 지금껏 삶을 이어올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자 여전히 비밀 투성이인 세상을 파헤쳐갈 수 있도록 도와줄, 상상력이라는 열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낯설고도 매혹적인 이야기와 환상적인 그림의 만남 「세계의 민화」 시리즈의 또 하나의 매력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각 민족의 특징과 분위기를 잘 살린 그림들은 글로 된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하며, 그 자체만으로 한 편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우화집』의 그림을 그린 밀로시 콥타크는 슬로바키아 출신의 화가로, 『아프리카 우화집』으로 프라하국제도서전에서 일러스트 부문 골드리본을 수상했다. 드넓은 사바나와 우거진 열대 정글, 내리쬐는 태양, 제의를 위해 피운 화톳불과 주술 인형처럼 원시 아프리카의 광활한 자연과 토속적인 풍경이 빨강, 초록, 노랑과 파랑의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되었다. 아프리카의 조각이나 가면을 닮은 이국적인 그림 속에 맹수들의 뜨거운 숨결과 신비한 주술사의 목소리가 생생히 재현된다. 『중국 민화집』과 『켈트 민화집』에서는 체코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레나타 푸치코바가 전혀 다른 동서양의 환상 세계를 그려 냈다.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 IBBY에서 구약 성경을 다룬 그림으로 명예상을 수상한 그녀의 책은 이미 세계 30여 개 나라에 소개되었다. 『중국 민화집』에서는 호방하고 너른 중국의 산하에서부터 꿈틀대는 용의 비늘과 선녀의 옷에 수놓인 꽃잎까지, 섬세하고 화려한 필치로 중국 대륙의 옛 영화를 표현했다. 또 전혀 다른 풍습과 문화에도 함께 어우러져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이룬 소수 민족들의 모습 역시 생생히 표현했다. 『켈트 민화집』에서는 이와는 사뭇 다르게,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풍경을 선 굵은 그림을 통해 선보였다. 그림 너머로 용맹한 켈트족 전사들의 칼과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 음유시인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와, 마치 재주 많은 이야기꾼의 육성으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시적인 언어로 가득한 매혹적인 이야기와 강렬하고 역동적인 그림의 만남은 독자들을 이국적인 정취와 살아 숨 쉬는 이야기의 세계로 인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