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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1장 ~ 16장 오래전 이야기 외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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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같이 드센 계집은 처음 본다.”
“명심보감의 준례(遵禮)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정중히 대해 주길 바라거든, 우선 내가 다른 사람을 정중히 대해야 한다.’고.” “네 말인즉, 내가 무례하게 굴었기 때문에 똑같이 대하는 것뿐이다 이 말이냐?” 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좋든 싫든 소녀는 앞으로 백 일간 이곳에서 지내게 될 것이고, 도련님 또한 달포 가까이 되는 나날을 이곳에서 보내게 되실 거라 하셨습니다.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로서 이리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지내기는 싫습니다. 하여 여인의 방 앞에 몰래 계셨던 것도 답시로 대신하여 넘어가고자 했던 것인데…….” 명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었다. 알고 있다. 이 짜증이 마음 깊은 곳의 수치심에서 나온 것임을. 그녀의 말대로 억지를 부린 것은 그 자신이었다. 그의 신분을 모르는 그녀에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세자로서의 대접을 받고자 했었고, 불현듯 닥친 불행을 그녀에게 풀고자 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거지 같은 상황이 그를 이렇게 만들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방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그것조차 마음이 따라 주지 않아 화가 났다. 무엇보다, 이런 감정들을 느끼게 하는 이 여인이 참으로 거슬렸다. 네까짓 게 무엇이기에 내게 이런 수치심을 안겨 준단 말이냐! 아무것도 아닌 계집 하나 때문에 이런 감정에 휩싸인다는 것이 싫었다. 무슨 말이든 되는 대로 퍼부으면 속이나마 후련할 텐데 눈앞의 여인은 한 마디를 던지면 백 마디를 돌려주며 복장을 터지게 만들 것만 같았다. ‘어차피 이리된 거, 내가 참으면 그만이다.’ 지켜보는 눈들이 어디 있을지 모를 터, 명은 여인네와 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답시를 하였으니 난 이만 돌아가겠다.” “불리할 것 같으니 줄행랑을 놓으시려는 겁니까?” “줄행랑이라니, 말을 가려서 하거라.” “그게 아니시라면 소녀의 청을 들어주시지요.” “청?” “도련님께서 방금 들려주신 답시는 제대로 된 답시가 아닙니다. 허니 답시 대신 다른 것을 청하고자 합니다.” ‘감히 내게 청을 하겠다?’ 청이라 해봤자 값비싼 비녀나 노리개 같은 것이겠지. 여인들이 혀를 내두르며 좋아하는 거라곤 사치스런 물건들뿐이니까. 하물며 너 역시 별수 없는 여인이질 않느냐. 명은 콧방귀를 뀌며 섬돌 아래로 내려온 그녀를 거만하게 내려다보았다. “좋다, 말해 보거라.”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의 것이었다. 명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못했던 말. “소녀의 스승이 되어 주십시오.”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었다. 명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당돌한 계집의 입을 주시했다. “지금…… 뭐라 했느냐?” “소녀의 스승이 되어 달라 하였습니다.” 명의 눈이 급작스레 커졌다. 계집은 미친 게 틀림없었다. - 본문 내용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