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4
1 _ 바람 부는 날에도 밥에 관한 담론·13 새벽 푸념·14 공부방을 내며·16 낙수落穗·18 두루뭉수리 2·20 책을 읽으며·21 갑질에 관한 小考·22 계단을 내리며·23 시력 난조·24 아내는 목하 사경 중·26 보청기·27 신발에게2·28 도로徒勞·30 바람 부는 날에도·32 老化·33 책3·34 시를 읽다가·36 뼈대의 반란·37 사전을 찾으며·38 2 _ 모나리자에게서 돌아서다 투망 속 그것 하나·41 휴지 3·42 종이 위의 情事·43 모나리자에게서 돌아서다·44 고등어를 구우며 엿듣다·46 휴지통·47 사랑이네·48 연소·49 방출·50 부부 사이·52 소금·53 낙서하다·54 말이 숨는다·55 그 뒤로 온 것·56 메모수첩·58 흠칫하다·59 내 글의 문법·60 비백飛白·61 序詞·62 3 _ 무인도도 개념이다 무인도도 개념이다·65 雨後謠 ·66 돌이끼 3·68 섬그늘·69 풍경 속으로·70 해무 2·71 단풍의 의미론·72 한라산·73 홍시2·74 질경이2·75 아침햇살이 내릴 때·76 그늘2·77 공감·78 소낙비·79 낙엽수에게·80 꽃이 필 때·81 하늬 앞 억새·82 파장波長·83 갈 곳으로 가는·84 4 _ 유년의 집터에서 기도의 개념·87 의미망 2·88 모국어 ·89 공염불2·90 항아리의 방식·91 둥글다·92 이 아침 2·94 호두알·96 비누의 생애·97 곡선·98 제야에·99 사족·100 암각화·101 나의 실루엣·102 유년의 집터에서·103 빈병·104 풍경風磬 2·105 실험에 대한 의견·106 작지 않은 집·108 5 _ 담쟁이의 꿈 요약에 걸려·111 下山 길·112 춤판 자판·114 우우우·115 낙서한 건데·116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데·118 골짜기에서 난 길·119 섬 3·120 섬 4·122 담쟁이의 꿈·123 구석에는·124 간절하면·125 요일 1·126 요일 2·127 和音·128 일탈3·129 상상이 내리는 그곳서·130 色·132 변곡점·134 부록_ 『心象』에 실렸던 시편들이다. ‘창작 노트’가 곁들여 있다·137 발문·145 |
東甫
김길웅의 다른 상품
|
내 삶 속엔 늘 바람이 산다
바람 부는 날과 안 부는 날이 반반이다 다만, 바람 부는 날에도 바람 안 부는 시간, 바람 안 부는 지점이 있다 그 지점에서 그 시간을 바람 없이 지날 때, 뜻하지 않은 한때의 평화가 생광하는 자유에서 오고 있었다 그걸 마음으로 마중하면 통속에서 이탈한 하루가 길다 요즘, 내겐 바람 없는 삶이 바람 속에 산머루쯤으로 익어 가는 시절이다 이젠, 바람이 안 불 때를 기다리다 바람 부는 날에도 바람 속으로 들어가 바람에 부대끼며 바람의 글을 쓴다 쓰며 더 세게 흔들린다 --- 「바람 부는 날에도」 중에서 해후였다 첨엔 나만 반겼다 한참 쳐다보는데 그녀가 슬프다 돌아서자 나를 노려본다 나는 작심하고 눈 실룩이기 시작했다 그만 무표정하다 그림 속 모나리자에겐 눈썹이 없었다 눈은 웃고 있지 않고 안면 조직이 움직이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그림은 미완성 입가에 번지다 멎어버린 미소의 영원한 실종 한때 그녀에게 홀렸다 결국 나를 웃게 하지 않았다 웃게 한 건 어머니의 웃음이었다 당신의 흙 묻은 얼굴에 살포시 퍼지던 그 미소 --- 「모나리자에게서 돌아서다」 중에서 둥글게 꺾여 늘어진 골목엔 흐르던 시간이 멈춰선 자리로 낯선 잡풀이 무성하군요 먼 데를 돌아오는 사이 집이 헐리고 밭이 된 세월만큼 철딱서니 없는 내 기억도 파이다 누렇게 삭은 몇몇 뼈대로 삐걱거립니다 그때의 바람은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을까요 어른으로 늙어 가고 있을 그때의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으며 흙 속에서 고물대며 알갱이로 일어나는 내 아잇적 서사의 서두입니다 이름으로 태어났던 자리에 서서 그때의 울음을 터트리고 싶지만 다독여 줄 손이 없는 지금, 차마 울지도 못합니다 그래도 이상한 것이 나이 탓일는지요, 혼자서 축축하군요 --- 「유년의 집터에서」 중에서 |
|
둥글다(시집)은 2005 『心象』 등단 후, 여덟 번째 상재이다. 해가 차면서 반듯하게 비평을 받으려 하다 다시 뒷걸음질이다. 상품이 좋아야 위탁하는 법이지, 미상불 아직은 ‘이것이오.’ 하고 내놓기가 그래서 손 잘 탈 참한 이에게 기댈까 하다 그만 두었다.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
목월의 자작시 해설 『보랏빛 素描』를 본받기로 했다. 평소 내 관성엔 근육이 제법 발달해 있어 많이 써 버릇해 왔다. 『둥글다』에 95편을 싣는다. 태반이 소품들이다. 2018이후 2020. 2.까지 쓴 시가 500여 편, 고르느라 진땀 쏟았다. 이번 선에 들지 못한 것들은 사장될 게 불 보듯 한 일이다. 갑자기 갓난이를 떼어 놓고 먼 길 나서는 어미마음이 된다. 여운이 마음자리로 너울 치는 중에, 발문에다 몇 편 올려놓아 다독이기로 한다. 『心象』 에 수록됐던 6편의 시를 올리고, 나머지 2편은 표제작과 최신작 각 1편씩이다. 이들 2편을 쓰면서 안에 꿈틀거렸던 시적 상념과 대상에 감응해 사유로 흘렀던 한 가닥 소회를 풀어놓고자 한다. 모티브이면서 졸시 해설이라는 소박한 수준에 머묾을 진즉 토설한다. 바람에/ 쓸려 각지고 모났다 오래 비/ 내려 질척이다/ 우기 지나 활짝 갠 날/ 아침 햇살/ 그 햇살에 연둣빛 풀잎 끝 이슬/ 눈 시렸더니/ 기어이 안으로 스며/ 둥글다 젊은 날/ 설익어 풋풋했다 꽃이 진다고/ 마냥 진다고/ 오랜 밤을 뒤척였는데/ 굽은 등으로/ 가파르게 그 한 고비 넘었어도/ 모를 일이네/ 내 속으로 오는 것들 다/ 둥글다 ―「둥글다」 전문 내 시는 뻔질나게 자연과 교통하고 세상과도 통섭한다. 바람, 이슬, 비, 햇살, 이슬들. 그것들과 노닥거리는 데 집중하노라면 어느새 속으로 침잠한다. 그런 한때의 도정을 거치고 나면 굽은 등이 고단하긴 해도 내 안에 화평함이 깃들어 있다. 순우리말 ‘둥글다’ 자체만으로 이슬처럼 둥글다. 시적 은유와 제휴했다. 이렇게 쓰고 나면 마음이 우주를 담아, 쪼그려 앉아 웃는다. 원만한 웃음이다. 안으로 스며드는, 그것은 둥글다. - 김길웅 시인 [저자의 말] 은유 하나 여름 아침 한 줄금 비 뒤 풀잎 끝 결로結露 가느다란 햇살에 눈부시다 나 기어이 해맑은 네 영혼이었으면 내 언어가 머리에 인 우주였으면 안으로 날 품어 준다던 결 고운 네 목소리 숨결이었으면 꿈이고 노래였으면 이글이글 타오르는 사랑이었으면 저기, 먼 속울음에 간신히 매달린 은유 하나 그게 내 시詩였으면 그랬으면 2020년 4월 東甫 김길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