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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서문
1. 서론 2. 본론 칸트 철학 야코비 철학 피히테 철학 3. 결론 역자 해제 찾아보기 |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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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헤겔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는 책. ‘칸트와 야코비와 피히테 철학으로 그 형식이 완성된 주관성의 반성철학’이라는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철학적 경향들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사변철학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몽주의의 대두로 인한 종교와 철학 간의 갈등, 계몽주의와 정통 교리주의의 갈등, 계몽주의와 낭만주의의 대립 등 18-19세기 독일의 문화적, 사상적 대립기에서 나온 이 책은 시간적 간격을 넘어 지금까지도 유효한 ‘이성과 종교’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헤겔은 ‘이성’이 ‘신앙과 종교’에 대해 승리를 거두었다고 확신하는 당대의 계몽적인 문화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에 따르자면 이러한 이성이 거둔 승리는 참된 이성의 이념을 실현하지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성은 신앙을 적대시함으로써 무한한 초감성적인 세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유한한 감성계만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유한과 무한의 통일이라는 이성 이념을 실현해야 할 이성은 실제로는 유한과 무한을 절대적으로 고립(대립)시키는 지성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진단한다. 헤겔이 볼 때, 칸트와 야코비와 피히테 철학에서 극명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러한 유한한 것과 무한한 것 간의 절대적 대립이다. 헤겔은 칸트와 야코비와 피히테 철학이 현세로부터의 비약을 동경하는 개신교와, 현세의 유용성과 절대성만을 내세우는 계몽주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박쥐와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이 주관과 객관, 믿음과 지식 등의 개념적 대립을 고수하는 반성철학들의 자기 한계와 이로 인한 이성 이념의 실현불가능성에 대한 분석이야말로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한 요점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헤겔 특유의 사변철학에 대한 방향 예고 이 책에서 헤겔은 칸트, 야코비, 피히테 철학을 비판하는 데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 만큼 주관성의 형이상학에 대한 비판적 분석 과정 자체가 자신의 사변철학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판의 요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헤겔은 칸트 철학을 분석하면서 참된 철학의 이념으로서의 절대적 동일성이란 인식이나 지식을 넘어선 피안이 아니라 대립이 절대적으로 지양되어 있는 통일에서 찾아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헤겔은 칸트 철학이 미해결로 남겨 놓은 이 문제가 바로 자신의 사변철학의 과제임을 시사하고 있으며, 이 책에서 칸트의 비판적 계승자로서 자신의 면모를 확실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이 책에서 야코비의 철학은 가장 길게 다루어지고 있는 동시에 가장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관적인 계시를 학문의 시발점으로 삼는 야코비 철학은 최소한 직접적인 주관적 욕망이나 경향과, 정당화된 학문적 주장들을 구별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도 자체 내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받는다. 세 번째, 헤겔은 피히테 철학을 반성철학 내에서 이론적으로 전진한 사유의 형태로 간주하기는 하지만, 그가 주관성의 철학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오히려 객관성과 대립해 있는 절대적 자아의 형식성만을 고수함으로써 ‘절대적 주관성의 철학’에 머무르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신앙과 이성에 대한 새로운 관계 모색 헤겔은 이 책을 통해 크게 두 가지를 보여준다. 우선 헤겔은 지식과 격리되거나 지식을 배척하는 파악 불가능한 초월적 믿음이 아니라, 인간의 지식과 조화를 이루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헤겔의 종교관은, 신성함이나 은총은 낯설고 초월적인 무한자로부터 나온다는 전통적인 종교관에 반하는 것으로 주목할 만한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 책을 관통하는 주관성의 형이상학에 대한 헤겔의 비판은 근대의 계몽적인 ‘이성’을 극복하려는 시도로도 이해될 수 있다. 헤겔은 인간이 세계의 주인임을 내세우는 근대적인 ‘이성’의 표상은 그 계몽을 규정하는 범주들 자체의 역동적인 운동에 의해 자기붕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헤겔은 신비로운 정신주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성의 형이상학에 대한 철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협소한 ‘이성’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일종의 자기반성적 ‘이성’의 유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신앙과 지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헤겔 철학의 진면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