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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선생, 1983년 9월 원주역
원재길 저
단강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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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장 김정옥
2장 박영수
3장 김문일
4장 이동철
5장 강진만
6장 장 선생의 아내
7장 위기일발
8장 마지막 순간
9장 장 선생
해설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원재길

원재길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사학과를 나왔고, 같은 대학원 국문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1986년 시동인지 「세상읽기」, 문예지 「한국문학」 「문예중앙」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지금 눈물을 묻고 있는 자들』(문학과비평, 1988), 『나는 걷는다 물먹은 대지 위를』(민음사, 2004)을 냈다. 『들소 바위』는 열아홉 해 만에 내는 세 번째 시집이다. 장편소설 『겉옷과 속옷』(문이당, 1993)을 발표하며 소설가로도 활동하여 『장 선생, 1983년 9월 원주역』(단강, 2020)에 이르기까지 열다섯 권의 소설을 냈다. 2023년 8월 현재 개인전을 다섯 차례
원재길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사학과를 나왔고, 같은 대학원 국문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1986년 시동인지 「세상읽기」, 문예지 「한국문학」 「문예중앙」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지금 눈물을 묻고 있는 자들』(문학과비평, 1988), 『나는 걷는다 물먹은 대지 위를』(민음사, 2004)을 냈다. 『들소 바위』는 열아홉 해 만에 내는 세 번째 시집이다. 장편소설 『겉옷과 속옷』(문이당, 1993)을 발표하며 소설가로도 활동하여 『장 선생, 1983년 9월 원주역』(단강, 2020)에 이르기까지 열다섯 권의 소설을 냈다. 2023년 8월 현재 개인전을 다섯 차례 연 화가이기도 하다. 2001년 고향 서울을 떠나 강원도 원주 산마을로 이주하여,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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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16g | 127*198*15mm
ISBN13
9791196322540

책 속으로

정옥은 지갑을 꺼내려고 앞에 든 가방 지퍼를 열었다. 그때 누군가 왼쪽 팔뚝을 거칠게 잡아챘다.
“어머, 왜 이러세요?”
정옥은 발끈하며 왼쪽을 휙 돌아보았다.
누군가 곧 팔뚝을 놓아 주었다. 다시 앞으로 얼굴을 돌린 정옥은 가방을 내려다보았다. 어깨를 파닥 떨며 비명을 질렀다.
“어머나! 어머나!”
--- pp.16~17

다시 장 선생이 책상에 올라섰다. 영수는 입술을 깨물며 장 선생의 종아리를 세게 때렸다. 뒤이어 일흔 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차례로 나가 똑같이 회초리를 잡았다. 일흔 번에 걸쳐 짝 소리를 낸 장 선생의 종아리 빛깔이 시퍼렇게 바뀌더니 핏물이 흘렀다.
장 선생이 책상에서 내려와 다리를 쩔뚝이며 교실 문으로 향했다.
“나 대신 반장이 종례를 하고 아이들을 집에 보내라.”
이튿날 아침에 아이들은 창밖을 내다보며 입을 벌렸다.
“어, 저기 좀 봐!”
“선생님이 리어카를 타고 오셔!”
--- p.42

“손님들 가운데 말을 함부로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데, 대놓고 반말을 합니다. 기껏 밥 한 그릇을 사 먹으면서요. 이것 갖고 와라 저것 갖고 와라, 그러면서 온갖 심부름을 다 시켜요. 그때마다 정말 죽을 맛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장 선생이 빵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나 물어봅시다. 사람이 밥을 먹지 않고 살 수 있습니까?”
“아니요, 못 살지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밥 앞에 ‘기껏’이라는 말을 붙이면 안 되지요. 기껏 밥 한 그릇이라니요. 그리고 선생께서 식구들을 먹여 살리려면 돈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지요?”
--- pp.87~88

동철은 장 선생이 지금 단풍나무 그늘에서 다른 사람들과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서로 눈이 마주칠까 봐 걱정되어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왼손을 바지주머니에 찔러 넣고 밖에 내놓은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소매치기를 하며 생긴 오랜 버릇이었다.
동철은 손가락 움직임을 뚝 그치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낯을 일그러뜨리며 속으로 툴툴거렸다.
‘일이 단단히 꼬였어. 골치 아프게 생겼네.’
--- p.116

잠깐 누그러졌던 강진만의 표정이 다시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한 인간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이 인간은 빙긋빙긋 웃고 있었다. 진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자, 부드럽고 순진한 척하며 온갖 음흉한 일을 꾸미는 자, 체제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너뜨려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려는 자였다.
주먹을 꽉 쥔 진만은 이를 악물었다. ‘더는 늦출 수 없어. 이제 남은 건 어떤 방법을 쓰느냐 하는 것이야.’
--- p.143

장 선생이 느리고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무농약 음식을 먹으면 건강하다고 하고, 또 장수한다고 하고, 다 좋지요. 다 좋은데, 저만 오래 살려고, 저만 오래 건강하려고 그럴 적에는 바로 그 자체가 엄청난 공해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이기심을 버리자는 겁니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우리에게 이로우니까 이 일을 한다는 식으로 할 적에는, 또 하나의 좋지 않은 세력을 만드는 꼴이 될 것입니다.”
--- p.174

동철은 허리를 숙여 바닥을 살폈다. 주먹보다 곱절로 큰 돌이 보였다. 돌을 집어 들고 섶다리로 올라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어스름 노을빛에 붉게 물든 개천,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쿵쾅쿵쾅 소리, 섶다리를 거의 다 건너가는 장 선생, 도끼를 들고 장 선생에게 잰걸음으로 다가가는 사내, 그리고 그 사내를 쫓아 달리는 또 다른 사내가 만드는 풍경은 참으로 희한했다. 만일 이 장면을 지켜본 이가 있 다면 곧 심장이 터질지도 몰랐다.

--- pp.199

줄거리

추석을 하루 앞둔 날, 한 여인이 원주역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큰돈을 잃는다. 여인은 앞서 두 번에 걸쳐 도움을 받은 ‘봉산동 장 선생’을 찾아간다. 사연을 들은 장 선생은 다음날부터 일주일 동안 날마다 쉬지 않고 원주역에 나간다. 이곳에서 장 선생은 자연스럽게 모인 여러 사람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인의 돈을 훔친 소매치기는 자신이 곧 붙들릴 거라는 생각에 초조한 나머지 장 선생을 해칠 계획을 세운다. 오래 전부터 장 선생을 추적하고 감시해 온 국가안전기획부 요원들도 한층 긴장한다. 어느 날 마침내 이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곧 폭발할 듯한 위기가 벌어진다.

출판사 리뷰

평범하면서 독특한 사람들, 극적인 사건, 즐거운 대화가 한데 어울린
서른 번 배꼽을 잡고, 열 번 눈물짓게 만드는
해학과 통찰과 각성의 한마당


이 대화의 마당에서 오가는 말들은 일상의 안부로부터 ‘선생이 제자에게서, 의사가 환자에게서 배우는 역전의 순간’과 같은 작은 깨우침, 또는 ‘생이불유(生而不有)’와 같은 노자의 말에 대한 풀이, 사람·풀·벌레 등 모든 생명체의 동등성, 밥 한 그릇에 담긴 우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위에 걸쳐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 말들이 가리키고 의미하는 것은 말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서로에 대한 공경과 모심의 마음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만큼 중요한 것은 아닐 테다. 원재길이 ‘장 선생’의 삶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마음은 정확히 이 어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풀어낼 때 그이의 ‘춤을 추는 듯한 손짓’에 담긴 기쁨과 천진함을 바라보려 한다.
- 정홍수(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나에게 보물이 셋 있어 소중히 지닌다. 하나는 사랑이고, 또 하나는 검약이며, 다른 하나는 우쭐대며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이는 노자가 한 말인데, 세 단어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사랑, 검약, 겸손.
장일순 역시 이 단어들을 가슴에 담고 되새기며 일생을 살았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노자의 보물이 어떻게 장일순의 손에 들어갔는지, 그리고 장일순이 어떤 식으로 이 보물을 동시대 이웃과 나누었는지 추적하기를 통해,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며 구현해야 하는 덕목과 가치를 살피는 작업이 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리뷰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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