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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김정옥
2장 박영수 3장 김문일 4장 이동철 5장 강진만 6장 장 선생의 아내 7장 위기일발 8장 마지막 순간 9장 장 선생 해설 작가의 말 |
원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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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은 지갑을 꺼내려고 앞에 든 가방 지퍼를 열었다. 그때 누군가 왼쪽 팔뚝을 거칠게 잡아챘다.
“어머, 왜 이러세요?” 정옥은 발끈하며 왼쪽을 휙 돌아보았다. 누군가 곧 팔뚝을 놓아 주었다. 다시 앞으로 얼굴을 돌린 정옥은 가방을 내려다보았다. 어깨를 파닥 떨며 비명을 질렀다. “어머나! 어머나!” --- pp.16~17 다시 장 선생이 책상에 올라섰다. 영수는 입술을 깨물며 장 선생의 종아리를 세게 때렸다. 뒤이어 일흔 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차례로 나가 똑같이 회초리를 잡았다. 일흔 번에 걸쳐 짝 소리를 낸 장 선생의 종아리 빛깔이 시퍼렇게 바뀌더니 핏물이 흘렀다. 장 선생이 책상에서 내려와 다리를 쩔뚝이며 교실 문으로 향했다. “나 대신 반장이 종례를 하고 아이들을 집에 보내라.” 이튿날 아침에 아이들은 창밖을 내다보며 입을 벌렸다. “어, 저기 좀 봐!” “선생님이 리어카를 타고 오셔!” --- p.42 “손님들 가운데 말을 함부로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데, 대놓고 반말을 합니다. 기껏 밥 한 그릇을 사 먹으면서요. 이것 갖고 와라 저것 갖고 와라, 그러면서 온갖 심부름을 다 시켜요. 그때마다 정말 죽을 맛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장 선생이 빵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나 물어봅시다. 사람이 밥을 먹지 않고 살 수 있습니까?” “아니요, 못 살지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밥 앞에 ‘기껏’이라는 말을 붙이면 안 되지요. 기껏 밥 한 그릇이라니요. 그리고 선생께서 식구들을 먹여 살리려면 돈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지요?” --- pp.87~88 동철은 장 선생이 지금 단풍나무 그늘에서 다른 사람들과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서로 눈이 마주칠까 봐 걱정되어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왼손을 바지주머니에 찔러 넣고 밖에 내놓은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소매치기를 하며 생긴 오랜 버릇이었다. 동철은 손가락 움직임을 뚝 그치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낯을 일그러뜨리며 속으로 툴툴거렸다. ‘일이 단단히 꼬였어. 골치 아프게 생겼네.’ --- p.116 잠깐 누그러졌던 강진만의 표정이 다시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한 인간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이 인간은 빙긋빙긋 웃고 있었다. 진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자, 부드럽고 순진한 척하며 온갖 음흉한 일을 꾸미는 자, 체제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너뜨려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려는 자였다. 주먹을 꽉 쥔 진만은 이를 악물었다. ‘더는 늦출 수 없어. 이제 남은 건 어떤 방법을 쓰느냐 하는 것이야.’ --- p.143 장 선생이 느리고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무농약 음식을 먹으면 건강하다고 하고, 또 장수한다고 하고, 다 좋지요. 다 좋은데, 저만 오래 살려고, 저만 오래 건강하려고 그럴 적에는 바로 그 자체가 엄청난 공해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이기심을 버리자는 겁니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우리에게 이로우니까 이 일을 한다는 식으로 할 적에는, 또 하나의 좋지 않은 세력을 만드는 꼴이 될 것입니다.” --- p.174 동철은 허리를 숙여 바닥을 살폈다. 주먹보다 곱절로 큰 돌이 보였다. 돌을 집어 들고 섶다리로 올라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어스름 노을빛에 붉게 물든 개천,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쿵쾅쿵쾅 소리, 섶다리를 거의 다 건너가는 장 선생, 도끼를 들고 장 선생에게 잰걸음으로 다가가는 사내, 그리고 그 사내를 쫓아 달리는 또 다른 사내가 만드는 풍경은 참으로 희한했다. 만일 이 장면을 지켜본 이가 있 다면 곧 심장이 터질지도 몰랐다. --- pp.1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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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하루 앞둔 날, 한 여인이 원주역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큰돈을 잃는다. 여인은 앞서 두 번에 걸쳐 도움을 받은 ‘봉산동 장 선생’을 찾아간다. 사연을 들은 장 선생은 다음날부터 일주일 동안 날마다 쉬지 않고 원주역에 나간다. 이곳에서 장 선생은 자연스럽게 모인 여러 사람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인의 돈을 훔친 소매치기는 자신이 곧 붙들릴 거라는 생각에 초조한 나머지 장 선생을 해칠 계획을 세운다. 오래 전부터 장 선생을 추적하고 감시해 온 국가안전기획부 요원들도 한층 긴장한다. 어느 날 마침내 이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곧 폭발할 듯한 위기가 벌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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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면서 독특한 사람들, 극적인 사건, 즐거운 대화가 한데 어울린
서른 번 배꼽을 잡고, 열 번 눈물짓게 만드는 해학과 통찰과 각성의 한마당 이 대화의 마당에서 오가는 말들은 일상의 안부로부터 ‘선생이 제자에게서, 의사가 환자에게서 배우는 역전의 순간’과 같은 작은 깨우침, 또는 ‘생이불유(生而不有)’와 같은 노자의 말에 대한 풀이, 사람·풀·벌레 등 모든 생명체의 동등성, 밥 한 그릇에 담긴 우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위에 걸쳐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 말들이 가리키고 의미하는 것은 말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서로에 대한 공경과 모심의 마음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만큼 중요한 것은 아닐 테다. 원재길이 ‘장 선생’의 삶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마음은 정확히 이 어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풀어낼 때 그이의 ‘춤을 추는 듯한 손짓’에 담긴 기쁨과 천진함을 바라보려 한다. - 정홍수(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나에게 보물이 셋 있어 소중히 지닌다. 하나는 사랑이고, 또 하나는 검약이며, 다른 하나는 우쭐대며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이는 노자가 한 말인데, 세 단어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사랑, 검약, 겸손. 장일순 역시 이 단어들을 가슴에 담고 되새기며 일생을 살았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노자의 보물이 어떻게 장일순의 손에 들어갔는지, 그리고 장일순이 어떤 식으로 이 보물을 동시대 이웃과 나누었는지 추적하기를 통해,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며 구현해야 하는 덕목과 가치를 살피는 작업이 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