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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과 나눈 대화를 훔쳐 읽는 재미
10년 만에 『소박한 정원』을 다시 출간하며 프롤로그 1부. 유채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 봄 그리고 여름 바람의 소리, 바람의 은총 고맙다, 장미야 시드는 꽃의 열정 여름 소낙비, 정원에 듣는 비 여우를 만나다 2부. 정원에 울리는 시계 종소리 : 가을에서 겨울 라벤더 씨를 받다 울타리 이발시키기 오디가 열릴 때 노동의 온도 정원에 가득한 크리스마스 3부. 자작나무에 부는 바람 : 겨울에서 봄 딱 한 번, 최선을 다해 살다 땅을 일구는 순한 남자들 식물들도 샤워를 해 때로는 폭풍우도 축복이다 천천히 느리게 에필로그 | 부록 | 영국의 정원 관련 볼거리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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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디자인 공부를 하겠다고 한국을 떠나온 건 어쩌면 빛 좋은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16년 동안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매일 써대는 방송 원고가 내 삶이고, 힘이고, 돈이고, 명예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마흔의 나이가 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어디쯤에 참 많이 지치고 망가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이들의 작은 실수를 참아주지 못하고, 작고 사소한 것들을 용서할 수 없어 괴로워하고, 불쑥불쑥 찾아오는 조급증은 늘 심장을 불안하게 뜀뛰게 했다. 아파트가 싫어 일산에 집을 짓고 들어간 뒤 작은 마당을 선물로 받았다. 그 손바닥만 한 정원에 나무를 심고, 꽃을 심고, 계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여섯 해를 보낸 어느 12월의 새벽, 밤새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마당에 서서 가을에 맺힌 고염을 먹으려고 찾아온 새들 속에서 문득 알았다. 이 작은 정원에서 지극한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을. 이게 영국으로까지 나를 떠나오게 한 진짜 이유고 변명이다.”
“머리 나쁘고 부지런한 일꾼이 가장 골칫덩이라고 하더니 내가 꼭 그 꼴이었다. 남들보다 깨끗해 보이는 화단을 만드는 게 정원을 잘 가꾸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뭐든 서둘러 남들보다 더 일찍 시작하고 정리하는 것이 잘하는 일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음 조급한 정원사의 손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충분히 스스로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하고 미리 자르거나 미리 내놓은 식물들은 엄청난 시련을 치르거나 죽어간다. 정원 일은 요즘 세상과는 반대로 가는 일이다. 빠르고 간단하게가 아니라 느리게 천천히 가는 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이다. 아무리 마지막 추위가 다 지나갔다고 일기예보가 장담해도 한 번 짚어가는 답답한 느림, 누렇게 빛바래가는 잎사귀가 보기 싫어도 식물 스스로가 이제는 됐다고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주는 무던함, 잘라놓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생각한 후 가위를 드는 신중함, 그게 정원의 일이다. 그 훈련이 정원사의 공부이기도 하다.” “나뭇잎은 스스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무가 잎을 잘라내는 것이다. 나뭇잎이 나무에 연결된 부분을 점점 부풀어오르게 한 뒤 결국은 떨어져내리게 한다. 자기 몸의 일부였을 텐데 그 잎을 잘라내는 나무가 많이 아팠을 것도 같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오면 잎이 필요 없어진다. 아니 잎을 계속 달고 있으면 나무 전체가 죽게 된다. 잎을 달고 있으면 뿌리로부터 수분을 빨아들여 밖으로 다시 수분을 빼내는 작용을 하게 되고, 결국 빨아들인 물이 얼어서 식물 전체가 동사하게 된다. 떨어지는 낙엽이나 잘라내야 하는 나무나 다 아팠겠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유난히 바람결에 부대껴 떨어지는 낙엽의 소리가 그렇게 슬프게 들리는지도 모르겠다.” “정원사의 일 역시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식물의 타고난 품성과 본성을 이해하고 그들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리라. 생각해보면 참 단순하다. 생김이 다르고, 키도 다르고, 피워내는 꽃과 잎도 제각각인데 같은 기준에 놓고 똑같이 자라 달라고 주문하면 모두가 행복할 리 없다. 어떤 식물은 햇볕 쨍쨍 내리쬐는 양지를 좋아하지만 어떤 식물은 그늘진 응달을 좋아하고 어떤 식물은 물기 없는 흙을 좋아하지만 어떤 식물은 뿌리를 거의 물속에 담그고 있어야 편안해한다. 그 타고난 본성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줘야 모두가 행복하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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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였던 여자가
어느 날 정원 일을 배우겠다고 영국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3년 동안 바람과 비, 햇볕, 흙 속에서 식물의 지혜를 배우며 가든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초록의 정원에서 자연과 삶을 동시에 배운 그녀의 내밀한 정원 일기가 펼쳐집니다! 본문은 총 100여 가지 정원 일기와 50여 가지 가든 팁, 23가지 정원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식물과 자연, 정원 일과 가든디자인, 나아가 영국의 정원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정원 일기」 봄과 여름,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 모두 세 개의 장 안에 정원에서 보낸 3년여 시간을 기록한 100여 가지의 소박한 산문들이 빼곡하다. 바람과 비, 햇볕, 흙 그리고 식물들 속에서 땀으로 일구어낸 노동과 배움의 기록들이다. 이 산문들은 단지 정원 일과 식물들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삶 속에서 지켜져야 할 가치와 의미에 대해 소박하게 묻는다. 방송작가 출신답게 눈으로 읽는 맛에 더해 소리 내어 읽는 맛이 잘 살려진 산문들은 이미지와 신변잡기식 감상에 치우친 최근의 흐름 속에서 그 가치가 더 빛난다. 「가든 팁」 서울 동숭동 대학로, 옛 서울대학교 문과대학 자리에는 1929년에 심긴 마로니에나무 한그루가 아직도 푸른 잎을 드리우고 있다. 유럽이 자생지인 마로니에의 공식 식물명은 aesculus hippocastanum으로 프랑스에서는 marronier로, 영국에서는 horse chestnut으로 불린다. 우리가 쓰는 마로니에는 바로 이 프랑스 말에서 따온 것이다. 지은이는 50여 가지 가든 팁을 통해 정원과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식물들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정원을 대표하는 식물들의 자세한 이력부터 식물의 학명이 필요한 까닭, 겨울 추위가 식물에 필요한 이유, 식물의 습성을 알아내는 방법, 그리고 일상에서 쉽게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방법에 대한 간단한 아이디어까지 『소박한 정원』은 우리의 정원 상식 지수를 높여줄 정원사의 꼼꼼한 메모장과 같다. 「정원 부록」 5월 중순에 유럽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런던에서 열리는 ‘런던 첼시 플라워쇼’에 들러볼 일이다. 우리 돈으로 8만 원이 넘는 비싼 입장료인데도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와 이 꽃 축제를 즐긴다. 단순히 꽃을 보는 경지를 뛰어넘어 정원 예술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그 진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소박한 정원』의 부록으로 실린 ‘영국의 정원 관련 볼거리 23’은 독특하면서 의미 있는 여행을 떠나고픈 이들을 위한 유용한 팁이다. 지은이가 일했던 큐가든과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정원 시싱허스트 캐슬 가든, 거리 꽃시장인 콜롬비아 로드 플라워마켓 등 읽는 것만으로도 생생한 영국 정원과 관련 명소들의 핵심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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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소박한 정원』을 읽는 것은 마치 잘 가꾸어놓은 정원을 둘러보는 기분입니다. 구석구석 공감이 가고 미소도 짓고 탄성도 울리는 그런 정원. 이처럼 정원에 대한 휴머니티가 진정으로 담긴 책은 없었습니다. 일기를 보는 듯 현장 기록이 이토록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큰 즐거움입니다. 읽다 보면 제 이야기를 대신해주는 듯해서 혼자 웃고 혼자 한숨도 쉬고 그랬습니다. 정원 일을 아무리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적절히 글로 표현해내지 못하면 그것도 좀 아쉬운 일이지요. 예리한 작가의 눈과 손맛은 역시 다르구나 싶습니다. 저는 고생이 단지 고생으로 끝나지 않고 멋으로 승화될 때, 경험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주변과 나누어질 때 그 가치를 얻는다고 여깁니다. 우리의 삶에 올바른 해석이나 모범답안은 없겠지요. 펜대를 쥐고 있던 그가 삽과 가위를 들고서 정원 여기저기를 누비는 모습, 여우를 만나 지었을 표정, 꽃망울 하나에도 깊은 사랑을 담는 눈……. 그런 오경아 씨의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우리 삶의 한 길이요 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또다시 훈훈해집니다.” - 최호숙 (외도 보타니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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