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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기에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는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아이들 방 한구석에 눈에 띌 듯 말 듯 앉아 있는 투박한 인형과도 같다. 요란스럽게 꾸미고 치장한 언어로 우리 마음을 뒤흔들어 놓지도 않고, 화려하고 기교 넘치는 그림으로 시선을 잡아끌지도 않는다. 밑도 끝도 없이 불쑥 던져지는 말, 간결하고 절제된 언어, 큰 변화 없이 잔잔하게 이어지는 그림… 감각적이고 세련된 편안함으로 단장한 요즘 그림책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아마도 아주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간결하고 절제된 문장 하나하나에 상냥함이 듬뿍 묻어 있는 작품이 책을 쓰고 그린 두 작가는 기존 그림책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 일상에서 벌어진 사건을 그려내면서, 우리에게 살아가면서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해야 할 중요한 한 가지에 귀 기울이게 한다. 생명은 서로서로 기대어 살아간다는 것, 그렇기에 힘들어하는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이 서로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고 기쁘게 하는지를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에 빗대어 들려준다.하이타니 겐지로는 사랑으로 가득 찬 아이들의 소란스러움과 절박한 로쿠베의 심정을 과장하거나 요란스레 늘어놓지 않고 간결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말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대신 순박한 아이들의 세계를 압축된 언어로 툭 던지듯 보여준다. 그것이 오히려 겉에 드러난 것 그 이상의 이야기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래서 두고두고 다시 읽을수록 그 안에 담긴 속뜻을 곱씹어 보게 되며, 다른 생명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그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독특한 색채와 공간 구성으로 마음의 흐름을 잘 드러낸 그림책그림을 그린 초 신타가 이야기를 표현한 방식도 작가의 뜻과 비슷하다. 공간이나 색채에서 아이들과 로쿠베의 심리를 중심에 놓고 보는이가 이를 따라가도록 해준다. 아마 풍부한 배경이나 아이들의 동작이 중심이 되도록 했다면 우리는 구덩이에 빠진 개를 구출했다는 사건만이 강하게 머리에 남을 뿐 그 과정에서 가졌을 모두의 마음은 별로 생각해 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제한된 공간과 색채, 움직임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 따라 변하는 표정과 어두운 구덩이에 빠진 로쿠베의 모습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그래서 로쿠베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마음과 ‘밤’을 뚫고 ‘아침’을 맞이하는 한 생명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하며 느낄 수 있다. 엉뚱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아이들의 재잘거림그렇다고 이 책이 작가의 의도가 넘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 책을 보여 주었을 때, 머리를 짜내고 힘을 합쳐 노래도 부르고 물방울도 불면서 로쿠베를 기쁘게 해주려는 친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며, 결국은 친구들 스스로의 힘으로 로쿠베를 구해냈을 때 손뼉을 마구 쳐대는 것도 아이들이다. 구덩이에 웅크리고 있는 로쿠베를 조바심 난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물론 아이들이다. 어른들에게는 애써 되뇌어야 하는 마음가짐이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자신들의 이야기로 다가와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책장을 덮고 그림책 속 세계를 떠올려 보면 눈앞에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하나 둘 물방울처럼 떠다닌다. 개를 구하려고 이리 저리 몰려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발소리와 소란스러움, 머리를 짜내어 로쿠베 구할 방법을 내놓는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기발한 생각들, 로쿠베를 걱정하는 안타까움과 한숨, 어떻게든 로쿠베를 구하려는 따스한 마음씀씀이, 기력을 잃고 한없이 자기 안으로 침잠해 들어간 로쿠베의 마음, 그리고 이미 보는이의 가슴 깊이 자리잡고 앉은 로쿠베의 끔벅거리는 눈.처음의 낯선 느낌이 있던 자리에는 어느 새 작가가 아이들과 로쿠베를 통해 보여 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이 들어와 앉는다. 살아가면서 때때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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