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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5+5> 공동번역 출간 시리즈

책소개

목차

파랑과 초록 (Голубое и зеленое)
사냥개, 푸른 별 아르크투르 (Арктур-гончий-пёс)
테디 (Тэдди)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Вон бежит собакa!”)
고요한 아침 (Тихое утро)
귀신 이야기, 카비아시 (Кабиасы)
못생긴 여자 (Некрасивая)
빵 냄새 (Запах хлеба)
꿈속의 넌 슬피 울었지 (Во сне ты горько плакал)
작은 초 (Свечечка)
섬에서 (На острове)
참나무 숲의 가을 (Осень в дубовых лесах)
간이역에서 (На полустанке)
12월의 연인 (Двое в декабре)

역자의 말

저자 소개 2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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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y Pavlovich Kazakov

1927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고리키기념문예대학을 졸업했다. K.G.파우스톱스키를 사사하여 서정적인 단편을 주로 썼다. 단편집 『파랑과 초록』(1956), 『사냥개, 푸른 별 알르크투르』(1962), 『섬에서』(1963), 르포르타주 『북방일기』(1961) 등을 냈으며 1982년 세상을 떠났다

方敎榮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학사·석사·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통번역대학원 한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통역과 번역의 이론과 실제를 강의하고 있다. 통번역대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카자코프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메진스키 『러시아와 그 적들, 그리고 거짓말』 등의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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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58쪽 | 506g | 148*210*23mm
ISBN13
9791189128760

책 속으로

그렇게 우리는 처음으로 입을 맞추었다. 입맞춤을 끝내고 릴리아는 차가운 볼을 나의 얼굴에 붙인다. 나는 릴리아의 어깨 위로 승강장 뒤 어두운 겨울 숲을 바라본다. 닿아 있는 얼굴에서 어린아이처럼 따뜻한 숨결이 느껴진다.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도 들려온다. 아마 릴리아도 내 심장 소리를 듣고 있겠지. 그러다가 몸을 살짝 움직이며 숨소리를 낮춘다. 나는 몸을 기울여 릴리아의 입술을 찾은 뒤 다시 입을 맞춘다. 이번엔 릴리아가 눈을 감는다.
멀리서 낮은 기적 소리가 울려오고 별빛이 눈부시게 반짝인다.
--- p.33 「파랑과 초록」 중에서

매서운 추위가 몰려와 진정한 러시아의 겨울이 숲을 휩쓸기 시작했다!
테디는 점점 더 깊은 꿈에 빠져들었고 더욱 천천히 숨을 쉬었다. 더 이상 곰이 있는 구덩이 위에 안개가 끼지 않았다. 곧 눈으로 뒤덮인 구덩이는 작은 틈이나 나뭇가지 위에 노랗게 변해버린 서리를 누군가 우연히 보게 된 게 아니라면 발견할 수 없게 되었다.
--- p.129 「테디」 중에서

모터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버스가 움직였으며, 버스 안에서 새벽의 불행해 보이는 얼굴 하나가 작별의 의미로 크리모프를 바라봤다. 그리고 크리모프는 손을 살짝 흔들었고 미소를 짓고는 둑 아래로 내려가 강가로 곧바로 걸어갔다.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크리모프는 들판을 지나며 걸음걸이에 박자를 맞추고는 노래하듯 혼잣말로 되뇌었다.
--- p.145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중에서

갑자기 쏘냐는 세상의 강렬한 아름다움과 별들이 얼마나 천천히 하늘을 가로지르며 떨어지는지 깨달았으며, 이 밤과 저 멀리의 아련히 보이는 듯한 모닥불, 그 모닥불 주위에 앉아 있는 선한 사람들이 떠올랐으며, 이미 고단하고 평온한 대지의 힘을 느꼈다. 쏘냐는 자신이 결국 여자이며, 어쨌든 간에 자신에겐 심장이 있고, 영혼이 있고, 이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행복해지리라 생각했다. 오! 미련한, 미련한 바보야. 쏘냐는 내면의 힘과 매력을 느끼고, 홀가분하고 또 분노했으며, 힘차게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뎠고, 밝게 빛나며 떨어지는 별빛 아래 어둠 속 혼자라도 좋았다.
--- p.206 「못생긴 여자」 중에서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일어나렴.” 너의 손을 가볍게 잡아 당기며 내가 말했어. “일어나, 일어나, 알료샤! 알료샤! 일어나렴….”
너는 잠에서 깼고 재빠르게 자리에 앉아 나에게 손을 내밀었어. 난 너를 안아 들고 꽉 껴안고는 일부러 더 씩씩한 목소리로 네게 몇 번이고 반복해 말했지. “자,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니! 꿈에 뭐가 나왔는지, 한번 보자, 쨍쨍한 해님이네!” 그러고는 커튼을 양쪽으로 밀고 열어젖히기 시작했어.
방은 햇빛으로 밝아졌지만, 너는 나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고르지 못한 숨을 들이쉬며 내가 아픔을 느낄 정도로 강하게 손가락으로 내 목에 매달린 채로 여전히 울고 있었어.
--- pp.246~247 「꿈속의 넌 슬피 울었지」 중에서

마침내 내가 엄숙하게 천천히 네 방 문을 세 번 두드렸어. “똑! 똑! 똑!” 곧바로 날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너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문을 열고. (너의 침대는 문 바로 옆에 있었거든) 노래를 부르듯 말했어.
“초-오다!”
촛불을 받아 너는 환하게 반짝였고, 너의 두 눈은 봄날의 하늘빛으로 빛났으며, 작은 두 귀는 불타오르듯 빨개졌고, 희게 빛나는 솜털 같은 머리카락이 너의 머리를 감쌌지. 그리고 일순간, 마치 네가 앞뿐 아니라 뒤에서도 촛불로 비친 듯 투명하게 보였어.
--- pp.269~270 「작은 초」 중에서

‘음, 이게 바로 행복이지.’ 자바빈은 생각했고, 곧바로 구스차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게 바로 사랑이지! 참으로 묘하단 말이지…. 사랑아! 내게 작별 인사로 티켓을 선사해주렴….’
그리고 자바빈은 슬프게 두 입술을 꽉 다물고 누워 구스차와 섬에 대한 생각을 계속했다. 구스차의 얼굴과 두 눈이 그려졌고, 목소리가 들려왔으며, 자바빈은 이미 이게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 p.298 「섬에서」 중에서

출판사 리뷰

러시아가 사랑한 서정의 대가, 유리 카자코프의 첫 한국어 번역서
“산문 쓰는 시인”으로 불린 단편 작가… 소설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 추구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집으로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1927~1982)의 소설집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가 발간됐다. 유리 카자코프는 러시아의 단편 작가로서, 산문 쓰는 시인이라 불리며 서정성과 그만의 섬세한 문체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는 유리 카자코프의 국내 첫 번역서로, 1954년부터 1977년까지 발표한 대표작 14편이 담겼다. 작품 곳곳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한 카자코프의 견실한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각·후각·청각·미각 등 감각을 통한 특유의 활달한 묘사 기법으로 인간의 인식과 보편 자연을 교호(交互)시키는, 낯설고도 매혹적인 서정의 세계가 펼쳐진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낸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
관계의 단절을 극복하고 자연과의 전일성을 회복하는 우리 삶의 특별한 여정


유리 카자코프는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 무관심과 권태가 개인주의와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긴다. 표제작인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를 보자. 주인공 크리모프는 모스크바의 기계공이다. 그는 실로 오랜만에 휴가를 얻었다. 밤사이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그는 자신만의 특별한 비밀 장소로 삼 일간 낚시를 하러 간다. 어두운 버스 안 실루엣으로 감지되는 “옆자리 여자”와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되지만,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라는 그녀의 속삭임에서 질문 이상의 야릇한 무엇을 감지하기도 하지만, 곧바로 그녀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창밖의 길을 응시할 뿐이다. “자신만의 낚시터에 대해, 강에 대해, 안개에 대해서만 생각했고, 애타게 앞을 바라”볼 뿐. 그의 경험이 보여주듯 단지 자신만의 지극히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다 주위에 무관심하게 되고, 그 무관심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관계의 단절로까지 이어진다.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 크리모프는 중얼거렸고 갑자기 숨을 죽였다. 찌르는 듯한 열기가 그의 얼굴과 가슴을 뒤덮었다. 크리모프는 숨이 막히고 답답해지고, 날카로운 그리움이 밀려들었다. (148쪽,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소외와 고독, 무관심과 권태의 아픔을 견디기 위해서일까. 카자코프의 인물들은 자주 길을 떠난다. 「파랑과 초록」의 알료샤도, 「테디」의 곰 테디도 익숙한 터전으로부터 점차 멀어진다. 이 일련의 과정은 어쩌면 삶의 통과 의례일지도 모른다. 그의 길이 자연으로 향하는 이유는 인물들이 자연과의 교감을 통하여 자연과의 전일성을 회복하고 조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못생긴 여자」의 쏘냐는 자연과 교감하며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위안을 얻는다. 자연은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위로하며, 인간 내부의 아름다운 본성과 재능을 일깨운다. 쏘냐는 자연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전일적 사고에 이르고, 직선적 시간 개념을 넘어 순환의 세계로 의식의 확장을 경험한다.

쏘냐는 세상의 강렬한 아름다움과 별들이 얼마나 천천히 하늘을 가로지르며 떨어지는지 깨달았으며, 이 밤과 저 멀리의 아련히 보이는 듯한 모닥불, 그 모닥불 주위에 앉아 있는 선한 사람들이 떠올랐으며, 이미 고단하고 평온한 대지의 힘을 느꼈다. 쏘냐는 자신이 결국 여자이며, 어쨌든 간에 자신에겐 심장이 있고, 영혼이 있고, 이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행복해지리라 생각했다. (206쪽, 「못생긴 여자」)

의식의 확장은 인간의 눈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연은 인간만이 사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서커스단의 곰 테디, 눈먼 사냥개 아르크투르와 같은 동물의 시선으로 인간과 세상을 바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자코프가 그리는 모든 관계는 자연 안에 위치한다. 각 인물이 겪는 소외와 고독은 바로 그 자연의 길 위에서 해결을 이룬다. 누구든 길을 떠나 함께 삶을 부딪쳐야만, ‘나’도 찾고 ‘너’도 찾을 수 있다는 카자코프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인생의 길을 떠나 돌아오면서 진정한 가족이 된다는 것. 「간이역에서」의 바샤, 「섬에서」의 자바빈은 무관심과 권태를 느끼지만 낯선 곳으로 떠나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무관심과 권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카자코프의 인물들은 계속해서 길을 떠날 것이다. 그 자신 앞에 놓인 길이 끝날 때까지…….


한·러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란

2020년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문학번역원과 러시아문학번역원이 협업하여 한국 및 러시아문학 시리즈 공동출간(총 10권)을 지원, 양국 간의 외교-문화적 협력 관계 공고화를 도모하는 프로젝트이다.

양국 문학작품 공동출간기념회 및 문학 행사를 개최하여 상호 문화 이해를 증진하고 양국의 독자층에 한국문학 및 러시아문학의 홍보 효과를 증대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빅토르 펠레빈의 장편소설 『아이퍽10』과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의 소설집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에 이어 솔제니친의 평론집(『세기말의 러시아 문제』), 구젤 야히나의 장편소설(『줄레이하 눈을 뜨다』), 도스토옙스키 단편선이 번역되어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아울러 러시아에서는 채만식의 장편소설 『태평천하』를 비롯해 이문열 단편선, 20세기 한국시선(한용운·윤동주·박경리·김남조), 김영하 장편소설(『빛의 제국』), 방현석 소설집(『내일을 여는 집』)이 발간돼 러시아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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