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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어떤 것 … 10시도가 있었다 … 12나의 기원 … 14불안의 밤 … 16별빛에 취해 … 17멈춰버린 시곗바늘 … 19태양의 나라에 봄은 없다 … 21해안절벽 … 23노인과 아이 … 25경계에서1 … 27레지스탕스 … 30라마단의 밤 … 31빗속의 플랫폼 … 33거리에서 … 35부끄러움 … 37사랑에 대하여 … 38이방인, 타자화 … 39우상숭배 … 40미아 … 41텅 빈 테이블 … 42슬픈 고향 … 43왜곡, 굴착 … 45추락1 … 47진단, 몽유병 … 48그럼 지금은 … 49새로운 인생 … 50낯선 친구, 날 데려다 줘 … 51탈피1 … 52젊음 … 54카산드라 … 55라비린토스 … 56델피, 아폴론 신전에서 … 57세상의 중심에는 … 58낯선 골목 … 59레테강 … 60피레우스 항(港) … 61구원의 등대 … 62현기증 … 63도피 … 64경계에서2 … 65존재한다는 것 … 66운명이란 이름의 추격자 … 67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 68그럼에도 남겨진 것은 … 69탈피2 … 71텅 빈 강의실… 72 낯선 정거장 … 73경계에서3 … 74세계의 대전제(大前提) … 75추방 … 77지진 계측기 … 78대서양, 치유의 밤 … 80영원에 못 박힌 것은 … 82동굴을 나서다 … 84경계에서4 … 85환원 … 86거울 … 87추락2 … 88탈피3 … 90영원회귀 … 91낙소스, 에게해의 밤 … 92변주곡 … 93경고문, 바리케이트에 부쳐 … 94조율 … 95구조신호 … 96불안의 계(界) … 97구원 혹은 구애 … 98경계에서5 … 100조율인가 수긍인가 … 101당신에게, 고백 … 102잡지 못할 순간의 아름다움 … 104적송(赤松) … 105사해(死海)에서의 표류 … 106그렇게 나는 … 108경계에서6 … 109언약의 궤 … 111이우(異愚) … 113발자취 … 114수인(囚人) … 116왕조의 몰락 … 117경계에서7 … 119은빛 꿈, 은빛 해안 … 121구원을 기다리며 … 123작가의 말 - 어느 지리학자의 기록 …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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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명하게 괴리된 두 세계의 경계,좀처럼 화해할 수 없는 간극에서의 처절한 기록 시집 『경계에서』의 화자는 관조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있는 곳을 ‘경계’라고 일컬으며, 경계를 구분 짓는 두 세계를 진득하게 관조한다. “이 두 세계는 사랑과 고독이기도, 희망과 절망이기도, 신앙과 불신이기도, 이상과 현실이기도, 기쁨과 슬픔이기도 하다.” ( 「작가의 말」 ) 그에게 있어 경계는 그가 니체적 관점에서 형이상학적으로 창조해낸 일종의 무법지대이다. “신을 죽였고, 세상을 영원에 못 박았다 도덕도, 규율도, 전통도, 가치관도 십자가에 못 박힌 모든 것이 죽어버렸다” ( 「언약의 궤」 ) 경계는 모든 것이 부정된 무법지대, 마치 아무것도 정의되지 않은 태초의 상태로 돌아간 세계이다.화자는 새로운 가치와 자기 자신을 헤아리기 위해 형이상학적 모험을 감행한다. “나의 세계를 찾고 싶었다/ 따스한 안락도 아니오/ 달콤한 사랑도 아니오/ 든든한 기반도 아니오/ 뜨거운 우정도 아니오/ 확고한 믿음도 아니오(…)저 멀리 일렁거리는 신기루. 저것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의 세계가 아닐는지” (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 그가 경계에서 모험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바로 이상향에 대한 갈망과 자기 실현이다. “미지의 자양분을 흡수하고 자라나리라/ 듣도 보도 못했던 꽃봉오리를 피우고/ 유일무이한 향기를 세상에 남기리라” ( 「새로운 인생」 )하지만 화자는 경계가 무한한 가능성이 도사리는 만큼 황량한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곳은 ‘두 세상’과 괴리된 화자만의 세계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풍요의 바다’라고 여겼던 곳이 일순간에 ‘죽음의 바다’로 변모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그간의 모든 경험들을 헤어릴 수 있는 경계가 사실 ‘미라처럼 방부된 과거의 조각들’만이 부유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곳에는 오직 그 자신밖에 없다. 세상을 부정했기에 세상과 함께할 수 없는 것이다. “아, 이 환상의 바다에는 온기를 가진 것이 없구나!” ( 「사해에서의 표류」 ) 이상향을 향한 갈망과 끝나지 않을 방황앞으로도 숱한 시도로 얼룩질 영원한 대지, 경계지평선 끝에 일렁이는 환상의 제국이여수평선 끝에 출렁이는 행복의 제국이여어째서 다가갈수록 멀어져만 가는가― 「경계에서1」 중에서 사실 화자가 만든 형이상학적인 세계, 경계는 현실에서 실존할 수 없는 공중누각 같은 세계이다. 모든 것을 부정하고 이상향을 찾아 방황하던 그가 이제 지쳐 스스로 이상향을 창조하려 하기 때문이다. “꿈꾸는 세계를 그려내리라// 바닥에 나뒹구는 석판을 가져와 시를 썼다/ 우주와 혼돈에 대하여/ 해와 달에 대하여/ 밤과 낯에 대해여/ 아름다움과 추악함에 대하여/ 죄와 벌에 대하여/ 기쁨과 슬픔에 대하여” ( 「언약의 궤」 ) 하지만 그가 스스로 신이 되어 만든 세계는 오직 자신만이 살고 있는 작은 형이상학적 공중누각일 뿐이었다.공중누각이 무너지는 것은 그 형용모순이 드러날 때이다. 화자는 공중누각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부단하게 투쟁한다. 그리하여 경계에서는 그와 함께 존재한다.나아갈 수 없는 세계의 끝, 방파제를 쌓아 올린다돌아갈 수 없는 세상의 끝, 철옹성을 쌓아 올린다닿을 수 없는 꿈의 왕국을 영원토록 동경하기 위하여이젠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기 위하여― 「해안절벽」 중에서 새로운 가치를 향한 모색과 끊임없는 시도,아름다운 청춘의 방황과 불안의 스케치그렇다면 화자가 경계에서 우직하게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자는 세상의 부조리를 부정하며 새로운 세상을 찾아보고자 했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자기 자신이 되어보고자 했다. 하지만 그 시도가 거대한 세상 앞에서 한낱 공중누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그는 경계라는 가능성의 대지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경계에 있는한 모든 가능성들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경계로부터 벗어나 사람과 사랑을 갈망한다.환원되고 싶다. 그들의 기억 속에, 그들의 웃음 속에, 그들의 사랑 속에. 그대들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그대들은 따스하기에. 보다 온전하기에. 그대들 역시 한 줌의 재로 사라진다 하더라도. 나는 그 속에 환원되고 싶다. 나의 모든 것을 소진한다 하더라도.― 「환원」 중에서공중누각의 아름다운 보물하지만 이러한 욕망은 경계를 향한 부정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대지 경계를 ‘고향’이라고 칭한다. 사람과 사랑을 갈망하지만 고향을 결코 잊지 않으려 한다. 불변의 진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결코 근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낙원을 동경할 거라는 것” ( 「나의 기원」 ) 화자는 마침내 자신의 작은 제국인 경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우리는 경계에서 공중누각의 형용모순이 아닌, 시적 형용 그 자체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의 보물이 될지도 모르는, 한 인간으로서의 절박한 갈망과 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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