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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역자의 말
일러두기

오층탑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저자 소개 2

고다 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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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han Koda,こうだ ろはん,幸田 露伴,고다 시게유키幸田成行

본명은 고다 시게유키(幸田成行), 별호는 ‘집이 없는 달팽이’라는 뜻의 가규안(蝸牛庵)이다. 1867년 에도 막부 가신(家臣) 가문에서 태어난 로한은 어린 시절부터 형인 시게쓰네의 영향으로 시 짓기를 익히며 한문과 한시를 배웠다. 1883년 관립 전신수기학교에 입학하여 졸업 후 전신 기사로 홋카이도에 부임하지만 1887년 돌연 기사직을 사임, 쓰보우치 쇼요(坪_逍_)의 평론과 소설을 읽은 뒤 깊은 감명을 받아 스스로 로한(露伴)이란 필명을 짓고 문학에 뜻을 두게 된다. 1889년 22세 때 「이슬방울(露??)」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하고 뒤이어 1889년 『로단단』과 단편
본명은 고다 시게유키(幸田成行), 별호는 ‘집이 없는 달팽이’라는 뜻의 가규안(蝸牛庵)이다. 1867년 에도 막부 가신(家臣) 가문에서 태어난 로한은 어린 시절부터 형인 시게쓰네의 영향으로 시 짓기를 익히며 한문과 한시를 배웠다. 1883년 관립 전신수기학교에 입학하여 졸업 후 전신 기사로 홋카이도에 부임하지만 1887년 돌연 기사직을 사임, 쓰보우치 쇼요(坪_逍_)의 평론과 소설을 읽은 뒤 깊은 감명을 받아 스스로 로한(露伴)이란 필명을 짓고 문학에 뜻을 두게 된다.

1889년 22세 때 「이슬방울(露??)」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하고 뒤이어 1889년 『로단단』과 단편소설 「풍류불」을 시작으로, 1891년 인간과 예술의 위대함과 영원성을 표현한 『오중탑』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며 오자키 고요와 함께 일본 문단의 고로시대(紅露時代)를 열었다. 문학 작품 외에도 「일국의 수도」, 「물의 도쿄」 등의 도시론과 「유선굴(遊仙窟)」, 「바쇼 하이쿠 연구」 등의 문학연구평론, 「바쇼 칠부집(芭蕉七部集)」 주해, 「난소사토미핫겐덴(南?里見八犬傳)」 평론 해석 등을 발표하며 오자키 고요(尾崎紅葬), 쓰보우치 쇼요, 모리 오가이(森?外) 등과 함께 고로쇼오(紅露逍?) 시대를 주도하고 이상주의 작가로서 이름을 떨친다.

1908년 교토제국대학 문과대 강사로 취임하나 같은 해 강사직을 사임하고 도쿄로 돌아와 중국 고전을 토대로 한 소설 「운명」을 발표, 큰 호평을 받는다. 그 뒤 중국 고전과 도가 철학에 몰두하여 동양 사상 연구서와 역사 고증 소설을 여럿 남겼다. 1937년 제1회 문화훈장을 수여하고 예술회 회원이 된 그는 1947년, 79세에 폐렴과 협심증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다양한 장르의 방대한 작품을 남긴 메이지 시대 대표 작가다.

폭넓은 취미와 교양,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세련된 문장은 타의추종을 불허했으며, 수필가와 사상가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대표작으로는 『일구검』, 『풍류미진장』, 『운명』 등이 있으며, 특히『논어』를 새롭게 해설한 『열락』은 근대 유교문학의 걸작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문학 작품 외에도 ‘일본 최고의 자기계발서’라고 일컫는 『노력론』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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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릿쇼대학과 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다이쇼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源氏物語』の人物造形」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덕성여자대학교 인문대 학장을 역임했고, 현재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 · 역서로는 『源氏物語の人物世界』, 『겐지모노가타리의 사랑과 자연』, 『종교를 알아야 일본을 안다: 일본 종교의 100가지 상식』, 『키재기』 등이 있으며, 연구 논문으로는 「『源氏物語』 硏究」, 「『伊勢物語』 硏究」, 「『落窪物語』 硏究」, 幸田露伴의 「『五重塔』 硏究」, 「『連環記』 硏究」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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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68g | 128*188*12mm
ISBN13
9791160870688

책 속으로

나뭇결이 아름다운 느티나무로 몸체를 만들고 가장자리에는 일부러 붉가시나무를 대어 튼튼하게 짠 직사각형의 나무화로 앞에 말할 상대도 없이 오로지 혼자, 좀 외로운 듯이 앉아 있는 삼십 안팎의 여자. 남자 같은 훌륭한 눈썹을 언제 밀었는지, 눈썹이 있던 자리는 아직도 밀어버린 흔적이 파랗게 남아 있어 보는 이의 눈도 번쩍 뜨일 것 같은 비온 후의 푸르른 산색을 남기면서 녹색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콧날이 오뚝 선 데다 눈매도 날카롭게 치켜져 있고, 게다가 막 감은 머리를 무자비하게 둘둘 말아 올려서 묶은 비비 꼰 종이를 다 보이게 장식 삼아 내놓고는 거기에 한 자루의 비녀를 푹 꽂아 여성스러운 매력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차림을 하고 있지만, 거무스름하면서도 촌티 나지 않는 얼굴에 부러울 만큼 까맣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이 한 가닥 두 가닥 흐트러져서 내려와 있는 모습은 나이 든 여자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풍채이다.
---- p.11

몸집은 속세의 비린내 나는 음식을 피했기 때문에 마치 학처럼 야위었고, 눈은 인간 세상의 거추장스러운 것이 싫증 나서 반은 늘어져 있는 듯하고, 원래부터 흩어지고 파괴되는 이 허무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가슴속에 의욕의 불길이 치솟는 일도 없고, 참된 열반의 경지를 깨쳐 만사에 집착하는 일도 없어서 탑을 일으키고 절을 세우고 싶다고 바라지도 않았지만, 덕이 있는 것을 좋아하고 교화되기를 바라면서 모여드는 학도들이 아주 많아서, 그들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도 원래 있던 그대로의 건물로는 어림도 없었기에, 조금 더 법당이 넓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린 것이 근원이 되어서, “덕이 높으신 스님께서 새로 규모를 넓혀서 절을 세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하면서 이것이 팔방으로 알려지니까, 개중에는 영특한 제자들이 있어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방으로 뛰면서 간노지 건립을 위해 기부하길 권하며 다니는 자도 있고, 뭐나 되는 것처럼 스님의 덕이 높으심을 연설하면서 부자들에게 권하여 기부하게 하는 신도도 있었다.
--- p.30

몇 번이고 금방이라도 말을 꺼내려고 하면서도 잘 열지 못하는 입을 겨우겨우 열어 혀의 움직임도 더듬거리면서 “오층탑 말씀인데요…. 부탁드리러 온 것은 오층탑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갑자기 엉덩이까지도 치켜들고 고르지 못한 목소리로 가슴속에 있는 것을 이마나 겨드랑이 밑에 나는 땀과 함께 간신히 쥐어짜내자, 큰스님은 뜻하지도 않게 웃음 지으면서 “뭔지 모르지만 나를 무섭게 생각하지 말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안히 말하면 되네. 부엌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움직이지 않던 모습으로는 뭔가 깊이 생각해 온 것이 있을 테지. 자, 어려워 말고 서두르지 말고 나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말하면 되네.”라고 말씀하시면서 어디까지나 자비로운 마음 씀씀이.
--- p.40

큰스님은 혼자서 남몰래 한숨 쉬시고, 그만큼의 솜씨를 갖고 있으면서 허무하게 파묻혀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로 삶을 사는 사람도 있는 것이구나. 옆에서 보기에도 딱할 정도인데 하물며 당사자로서는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는가. 아아,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사람에게 공을 세우게 해서 오랫동안 품
어 온 소원이 어긋나지 않게 해주고 싶구나. 초목과 함께 썩어가는 인간의 몸은 원래부터 일시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 는 것이다. 설사 아낀다 해도 아낀 보람도 없고 머물게 하려고 해도 머물게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가령 목수의 길이 작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진심을 쏟아서 목숨을 걸고, 욕
심도 대개는 잊어버리고, 비열하고 더러운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그저 끌을 잡고서는 잘 파는 것만을 생각하고, 대패를 쥐고는 잘 깎을 것만을 생각하는 마음의 존귀함은 금에도 은에도 비할 수 없다. 그런데 그 마음을 남길 아무런 흔적도 없이 무익하게 무덤 속에 묻혀서 저세상으로 가는 길의 선물로 가져가 버리게 하는 것을 생각하면 지극히 딱한 일이다. 뛰어난 말도 좋은 주인을 만나지 않으면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듯이 인간도 기회가 닿지 않으면 마음대로 일하지 못하는 그 슬픔은 인격 높은 사람이 이 세상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원망으로 말하자면 다를 데가 없는 것이다. 오냐오냐, 내가 우연히도 주베의 가슴속에 품은 값을 따질 수 없는 극히 귀중한 보석의 미광(微光)을 인정한 것이야말로 인연이로다. 이번 공사를 그에게 맡겨서 하다못해 작은 보답이라도 그의 성실한 마음에 얻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셨다.
--- p.46

겐타도 묵묵히 말없이 귀를 기울이고 명을 기다린다. 어느 쪽이 어떻다고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두 사람의 마음을 속속들이 다 아는 큰스님도 또 좀처럼 입을 열 실마리가 없어 잠시 조용했었는데 “겐타, 주베, 둘 다 듣게나. 이번에 세우기로 한 오층탑은 단 하나인데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자네들 둘. 두 사람의 부탁을 양쪽 다 들어주고는 싶으나 그것은 원래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일. 한쪽에게 부탁하면 한쪽이 탄식할 테고, 그렇다고 누구로 정해서 맡겨야 한다고 하는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무를 보는 스님들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결정할 수도 없는 일. 그러니 이 결정은 자네들의 상의에 맡기기로 하겠네. 난 상관없어. 자네들이 상의해서 정리하는 그대로 할 테니까 집에 돌아가서 잘 상의해 오게. 내가 할 말은 이것뿐이니까 그렇게 알고 돌아가도 되네. 자 확실히 말을 다 했으니 이젠 돌아가도 되네. 그런데 오늘은 나도 한가해서 심심하니 이야기 상대나 되어서 잠시 있어 주게. 속세의 소문 거리 등을 나에게 들려주지 않겠는가? 그 대신 나도 지난 이야기 중에서 재미있는 것을 둘 셋 어제 찾아낸 것을 이야기해 들려주겠네.”라며 웃는 얼굴은 상냥하고, 친구를 만난 듯 두 사람을 대하는데 자, 무슨 이야기를 꺼낼 것인가?
--- p.52

“오오, 그쪽은 그럴 마음가짐이었구나. 이쪽은 여느 때처럼 성질이 급했기에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나 돼서 자네가 올지 모를 것 같아 일부러 찾아올 만큼 바보였구나, 하하하. 그런데 주베, 자네는 오늘 하신 큰스님의 그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며 들었는가. 둘이서 차근차근 깊이 상의해 오라고 말씀하신 끝에 하신 부자의 두 아이 이야기. 그것 때문에 일부러 상의하러 왔는데 자네도 이미 대충 분별은 해 놓았겠지? 나도 몹시 불끈하는 성질이지만 알고 보면 그 비유하신 말씀대로 서로 화를 내는 것은 전혀 쓸데없는 일. 절대로 서로 적도 아닌데 나도 염치없는 말만 하지는 않겠네. 결국은 서로가 깊이 심사숙고해서 같이 낸 결정이 필요한 거니까 내 욕심은 완전히 접어 두고 생각을 정리해서 왔지만 역시 자네의 생각도 딴마음이 없는 것을 듣고 싶고, 게다가 또 어떻게 되든 간에 나도 남자가 아닌가? 더러운 계략을 마음속에 품지는 않겠네. 정말로 이렇게 생각하고 온 것이라네.”라며 말을 잠시 멈추고 주베의 얼굴을 보니까 고개를 숙인 채로 그저 “네, 네.”라고 대답만 할 뿐, 흐트러진 머릿속에 대여섯의 흰머리가 순식간에 사방 등의 빛을 받아서 언뜻언뜻 보일 뿐이다.
--- p.71

남편은 남자다워서 자기 생각을 밖으로 내색을 하지 않지만, 오키치는 아무리 털털하다고는 해도 역시 여자의 심성은 작은 것이라서 집을 드나드는 이들의 간노지 탑의 땅 굳히기가 오늘 끝났다 기둥 세우는 의식은 어제 끝났다고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분하고 짜증스러워한다. 그리고는 질투의 화염이 치솟아 올라 “네 이놈 주베, 은혜도 모르는 놈. 우리 남편의 마음이 관대한 것을 다행으로 기어올라서 잘도 이름을 날리고 입신까지도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이름을 날리고 입신을 했다면 우선은 인사라도 하러 와야 할 텐데, 시치미를 떼고 우쭐해서는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기만 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냥 지나칠 정도로 성질이 좋은 우리 남편도 남편이지만 밉살스러운 굼벵이 녀석도 또 굼벵이 녀석이고.”라고 말하면서 뭔가 있을 때마다 수도 없이 이러쿵저러쿵 핏대를 올리면서 화를 내고, 자기 머리 옆의 귀밑머리를 긁어 올리면서도 “에이 답답해라.”라면서 죄 없는 머리카락을 막 쥐어뜯는가 하면, 한 푼 얻으러 거지가 와도 날카롭게 화내는 소리로 매몰차게 거절하는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 p.126

땀 흘리고 힘줘 일하는 그 사이에 총감독인 굼벵이 주베. 모두가 하는 일을 둘러보는 겸사겸사 먹줄 통 대나무 붓 곱자를 가지고 마음속에 있는 오층탑의 모습을 실물로 만들어내기 위한 지시와 명령을 내린다. 이렇게 잘라라 저렇게 파라. 여기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해서 거기에 이만큼은 경사지게 해라. 위로 부풀어 오르기를 얼마만큼 하고 들어가는 것을 얼마만큼 하고 입으로도 알려주고 끈으로도 길이를 알려주고 어려운 것은 나무 조각에 곱자를 직접 대고 써서 알려주기도 하고 가마우지처럼 매처럼 날카로운 눈초리로 빈틈없이 필사적으로 힘을 내면서 때마침 한 젊은이에게 조각할 그림을 그려 주려고 여념 없이 일하고 있는 바로 그때. 멧돼지보다도 더 빠르게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온 세이키치.
분노에 찬 얼굴은 불덩어리 같은데 쫙 찢어진 눈을 한층 더 크게 뜨고는 “야 이놈, 굼벵이. 죽어버려.” 하고 대갈일성을 하니까 주베가 깜짝 놀라서 돌아보는 순간. 정면으로부터 바위도 깨지라고 내리치는 것은 번쩍번쩍하리만큼 아주 잘 간 도끼날에 세로로 손잡이를 끼운 것으로 목수에게 있어서는 칼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있었겠는가? 피할 시간도 없이 왼쪽 귀가 잘려 나가고 어깨 끝이 조금 잘리긴 했지만, 일을 그르쳤다며 다시 들이닥쳐 내리치는 것을 도망가면서 내던지는 못 통, 나무망치, 먹줄 통, 곱자 등. 그러나 무기가 없어서 방어할 방법도 없이 몸을 날려 도망가는 순간에 발을 처박은 연장통. 푹 찔린 십오 센티미터의 못. 뜻하지도 않게 넘어지자 웬 떡이냐며 기세등등하게 세이키치가 치켜드는 도끼날 끝에 석양빛이 번쩍하고 빛나 하늘과는 상관없는 번개가 이제나저제나 금방이라도 내리칠 듯한 그 순간 등 뒤로부터 내리치는 더없이 무서운 외마디.
--- p.131

겨우겨우 주베네 집에 도착해 보니까 이건 또 참혹한 일. 지붕 반은 이미 벌써 바람에 날아가서 보기에도 딱한 부모 자식 세 명의 모습. 구석에 똘똘 뭉쳐 앉아서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물보라를 낡은 돗자리로 겨우 막고 있는 처지를 보니 참으로 굼벵이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남자라고 어이없어 하면서 “이봐, 우두머리님. 폭풍우에 그렇게 하고만 있어서는 안 될 텐데. 기왓장이 날아가고 나무가 부러지고 밖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듯한 소란인데 자네가 세운 그 탑은 어떻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되는가? 높이는 높지. 둘레엔 아무것도 없지. 기초는 좁지. 어느 쪽에서 부는 바람이든 모두 정면으로 받아서 흔들리고 흔들린다네. 깃대만큼 휘어져서는 끽끽하고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의 끔찍함. 당장에라도 쓰러질 건가 무너질 건가 하면서 엔도 님도 다메우에몬 님도 간담이 써늘해졌다가 오그라들었다가 하면서 안절부절못하고 걱정하고 있는데 도대체가 데리러 오는 일이 없더라도 이 천재지변을 모르는 척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자네가 나와 보지도 않다니 지나친 용기네. 자네
덕에 험난한 심부름을 하게 되어서 흉한 이 혹이 생긴 것 좀 보게. 쓰고 오던 갓이 날아가 버려서 흠뻑 젖은 이 모습 좀 보게. 게다가 나무토막이 날아와서 이마에 부딪쳤다네. 꼴 좋다고 하는 말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이네. 자, 함께 가세, 가자고. 다메우에몬 님, 엔도 님이 데려오라는 명령이시라네. 아이코, 깜짝 놀랐네. 덧문이 날아가 버렸구먼. 이러니 탑이 성할 리 없지.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벌써 쓰러졌는지 무너졌는지 알 수가 없네. 우물쭈물하지 말고 나갈 차림을 하게. 빨리빨리 하게.” 하면서 재촉한다.
--- p.168

그러나 어떻든 간에 간노지의 쇼운탑은 못 하나 흔들리지 않고 나무판 한 장 벗겨지지 않았기 때문에 혀를 내두르면서 감탄한다. “아니, 저것을 만든 주베라는 자는 너무나도 훌륭한 사람이 아닌가? 저 탑이 무너지면 살아 있지 않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만약에 무슨 일이 있으면 끌을 입에 물고 그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겠다고 난간을 이렇게 꾹 밟고 비바람을 노려보면서 그렇게까지 힘들고 소란스러운 속에서 태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대. 그러니 그 일념만으로도 부서질 리가 없지. 바람의 신도 아예 혈안이 된 눈으로 노려보니까 기가 꺾였을 거야. 진고로(甚五郞)가 이 분야에서는 명수이고 진짜 우두머리인데 아사쿠사(淺草)에 있는 것도 시바(芝) 안에 있는 것도 각각 손상된 것이 있었는데 전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밀려 나가지도 않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아주 잘 만든 거야.”

--- p.178

추천평

“건축에 필요한 것은 생각의 깊이와 혼(魂). 나는 그것을 ‘굼벵이 주베’에게서 배웠습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고 끝까지 책임진다’고 하는 행동 이념의 원점은 이십 대 초에 읽은 고다 로한의 『오층탑』에 있습니다. 오층탑이 완성되고 폭풍우가 닥쳤을 때 현장에 달려온 주인공 굼벵이 주베는 ‘만약 탑이 쓰러지면 나도 목숨을 끊겠다’고 각오합니다. 그것을 읽고 ‘아, 일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일에는 실행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자기가 시작한 것을 어떻게 키워갈지 끝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안도 다다오 (安藤忠雄, 건축가)
“기량이 있으면서도 잔꾀를 못 부리는 성격 때문에 ‘굼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목수 주베. 그 주베가 의리도 인정도 저버리고 야나카 간노지의 오층탑 건립을 위해 한 몸을 바친다. 에고이즘이나 작위적인 것을 초월한 마성에 홀려 이끌리는 목공의 모습을 구심적인 문체로 부각하는 문호 고다 로한의 걸작.” - 오케타니 히데아키 (桶谷秀昭, 문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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