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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먹거리로서의(菊-食物としての) ― 고다 로한 / 신영언
섣달 그믐날(大つごもり) ― 히구치 이치요 / 김용안 새의 화신(化鳥) ― 이즈미 교카 / 최재철 풍경화가 코로(風景?家コロオ) ― 도쿠토미 로카 / 김난희 사생첩(寫生帖) ― 도쿠토미 로카 / 김태영 황혼(黃昏) ― 시마자키 도손 / 권정희 스미다 강물(大川の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김정숙 마쓰에 인상기(松江印象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김정숙 봄은 마차를 타고(春は馬車に乘って) ― 요코미쓰 리이치 / 오현진 아, 가을(ア、 秋) ― 다자이 오사무 / 최재철 봄이 되어(春になつて) ― 다카무라 고타로 / 김정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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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의 계절이 되었다. 그 산뜻한 향기와 조신하고 귀여운 꽃송이의 모습, 가지의 멋스런 모양새, 잎사귀의 빛깔, 어느 것 하나 은연중에 보는 이의 마음을 아름다운 세계로 불러들이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국화의 범주에 속하는 어떤 꽃은 속된 취향으로 유별나게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것도 더러 있기는 하다. 특히 요즘 널리 퍼져 상품화된, 그럴싸한 이름이 붙은 꽃을 마치 조화처럼 둥글게 묶어 비단 주머니에 넣어 만든 축하용 장식품은 유럽에서 다시 일본으로 되돌아온 유행으로, 그다지 좋은 느낌이 들진 않는다. 여러 해 전부터 이 달리아 향이 나는 국화는 어쨌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 깊고 진한 향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꽃잎의 겉면과 뒷면이 각기 다른 다홍색인 가장 세련된 두 가지 빛깔을 띤 전통적인 국화가 본래 갖고 있는 아름다움과는 조금 다른 방면으로 발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또한 나이든 사람의 감성일지 모르겠다.
--- 「국화-먹거리로서의」 중에서 갑자기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아, 하는 외침이 귓가에 들렸을 때 ‘그’의 몸은 이미 절벽에 걸려 있었다. 미끄러져 떨어졌고, 바닥으로 떨어지려 할 때 ‘그’는 한 줄기 억새풀을 움켜쥐었다. 손은 억새풀을 쥐었고 몸은 공중에 걸려 있었다. “자네!” 그 1초 동안, 새파랗게 질린 그의 얼굴에는 공포와 실망, 애원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그 1초 동안, 절벽에 선 내 마음속에는 과거와 미래, 복수와 동정심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일어나 서로 싸웠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고 섰다. “자네!” 애원하는 그가 움켜쥔 억새풀이 소리를 내며 뿌리째 뽑히려고 한다. --- 「사생첩」 중에서 “드디어 봄이 왔어.” “아, 예쁘네요.” 아내가 말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고 여위어 애처로운 손을 꽃을 향해 뻗었다. “정말 예쁘지?” “어디에서 왔을까요?” “이 꽃은 마차를 타고, 바다를 건너 봄을 알리면서 와 주었어.” 아내는 그에게 꽃다발을 받아 양손으로 가슴 가득히 안아 쥐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밝은 꽃다발 속으로 창백해진 얼굴을 묻고 황홀하게 눈을 감았다. --- 「봄은 마차를 타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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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일본 명작 단편을 인생, 재난, 근대, 동물, 광기, 남녀, 일상, 허무, 구원 등 10개의 주제로 출판했다. 이처럼 일본 문학을 주제별로 10권 발행한 것은 국내 출판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작품 127편, 작가 42명, 역자 63명이 참여했다.
《일본 명단편선》을 기획한 의도는 무엇보다도 국내의 일본 문학 소개가 몇몇 현대 인기 작가의 대중적 작품이나 추리 소설류에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수한 일본 근현대 단편 명작들을 찾아, 전문가에 의한 질 높은 번역과 적절한 작품 해설 및 작가 소개, 풍부한 주석 등을 독자에게 제공해 가벼운 일본 문학을 소비하는 독서 풍조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번 기획의 목표는 이처럼 국내 독자들의 일본 문학에 대한 편식을 일깨우고자 함이 그 첫 번째다. 그리고 19세기 말 메이지 시대의 작품부터 다이쇼 시대와 쇼와 시대 전기, 그리고 전후의 작품까지를 망라함으로써 일본 근현대 문학의 기본 흐름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체계적 읽기를 지향하는 것이 두 번째다. 저작권 관계로 1960년대 중반까지 생존한 작가를 대상으로 작품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주요 작가들은 다 포함되어 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사카구치 안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시마자키 도손 등 한국에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 외에 가지이 모토지로, 니이미 난키치, 도쿠다 슈세이, 우메자키 하루오, 하야마 요시키, 히사오 주란 등 다소 생소한 작가들의 명작들도 포함되었다. 일본어와 한국어로 작품을 발표했던 한국 작가 김사량의 작품도 들어 있다. 특히 일본 근현대 문학사에서 위상에 비해 이제까지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초역 작품들이 여러 편 포함되었다는 것도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초역 작품들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한 줌의 흙」 · 「의혹」, 사카구치 안고의 「죽음과 콧노래」 · 「진주」 · 「전쟁과 한 명의 여인」,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증념」 등을 비롯해 이즈미 교카의 「그림책의 봄」,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두 줄기의 피」 등 20여 편이다. ‘완성도 높은 명단편선’이 되도록 번역은 원문에 충실하되 한국어로 읽히는 가독성을 고려하고, 각주는 간명하며 알기 쉽되 직간접 일본 체험을 반영한다는 ‘문화 번역’을 따랐다. 요즘 일본 문학 작품 번역에 오류가 많고, 쉽게 생략하거나 원문에 없는 어휘를 집어넣어 가독성만을 노리는 세태와는 선을 긋고자 한 것이다. 번역에 참여한 역자들은 대학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한 전문가들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김현준(일본 무사시노대학), 이남금(일본 도쿄세이토쿠대학교) 등 해외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전공자들과 공동 작업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