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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몬
거미줄 용 코 귤 게사와 모리토 지옥변 덤불 속 점귀부 말 다리 톱니바퀴 어느 바보의 일생 역자 후기: 내면의 지옥을 건너, 인간을 마주한 아쿠타가와 |
Ryuunosuke Akutagawa,あくたがわ りゅうのすけ,芥川 龍之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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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엇인가? 무엇이 이 겁 많은 나를 몰아붙여 죄 없는 사람을 죽이려 하는가? 나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으나, 어쩌면…… 아니, 그럴 리는 없다. 나는 그 여자를 경멸하고 있다, 두려워하고 있다, 미워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래도 여전히, 나는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p. 73~74, 게사와 모리토」중에서 나는 처음부터 한 사람만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이, 오늘 밤 나를 죽이러 온다. 이 등불의 빛마저 지금의 내겐 사치다. 그 사랑한 이에게 짓밟혀 만신창이가 된 나에게는. ---「p.79, 게사와 모리토」중에서 “그 안에는 죄인 궁녀 한 명이, 묶인 채 실려 있다. 그러니 수레에 불을 붙이면, 틀림없이 그 여자는 살이 타고 뼈가 그을려, 사지를 뒤틀며 고통 속에 죽어가리라. 네가 병풍을 완성하기에는 다시없을 훌륭한 본보기가 될 터이다. 눈처럼 고운 피부가 불에 닳아 문드러지는 장면을 놓치지 말라. 흑발이 불티로 흩날리며 치솟는 모양도 잘 보아두어라.” ---「p.124, 지옥변」중에서 실로 인간의 목숨이란 이슬처럼 덧없고, 번개처럼 찰나입니다. 참으로 딱한 일이지요. ---「p.136, 덤불 속」중에서 다만 나는 칼을 쓰지만, 당신들은 칼 대신 권력으로, 돈으로, 혹은 그럴싸한 말 한마디로도 사람을 죽이지 않습니까. 겉으로는 피가 흐르지 않고, 상대가 그럴듯하게 살아 있는 듯 보여도 결국은 죽이는 것이지요. 죄질을 따져본다면, 우리 중 누가 더 악한지는 모르는 겁니다(비웃음). ---「p.139, 덤불 속」중에서 나는 그곳을 지나면서, 흰 모자를 쓴 요리사들이 냉랭하게 나를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내가 추락한 지옥을 절감했다. “신이시여, 저를 벌하소서. 그러나 노하지 마소서. 곧 멸할 것이니.” 이런 기도가 내 입술에서 절로 흘러나왔다. ---「p.198, 톱니바퀴」중에서 나는 야만적인 환희 속에서, 내게는 부모도 아내도 아이도 없고, 오직 내 펜에서 흘러나오는 생명만이 있다고 믿었다. ---「p.216, 톱니바퀴」중에서 실제로 이 피서지도 ‘세상’의 일부임이 분명했다. 나는 불과 일 년 남짓 머무는 동안, 이곳에서도 얼마나 많은 죄와 비극이 벌어졌는지를 다 알고 있었다. 환자를 서서히 독살하려 한 의사, 양자 부부의 집에 불을 지른 노파, 누이의 재산을 탐한 변호사…… 그들의 집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언제나 인생 속에서 지옥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p.229, 톱니바퀴」중에서 “별건 아니고, 왠지 당신이 곧 세상을 떠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한 줄도 쓸 힘이 없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누군가 내가 잠들어 있을 때, 조용히 목을 졸라 끝내줄 순 없을까? ---「p.234, 톱니바퀴」중에서 “인생은 보들레르의 시 한 줄 만도 못하다.” ---「p.238, 어느 바보의 일생」중에서 서른다섯 살의 그는 봄 햇살이 내리쬐는 솔숲을 걷고 있었다. 이삼 년 전 자신이 쓴 “신들은 불행하게도 우리처럼 자살할 수 없다”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p.263, 어느 바보의 일생」중에서 그는 자신의 일생을 생각하며, 눈물과 냉소가 복받치는 것을 느꼈다. 그 앞에 남은 건 오직 미치거나 목숨을 끊는 일뿐이었다. 그는 해 질 녘 거리에 홀로 걸으며, 천천히 자신을 멸하러 오는 운명을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p.268, 어느 바보의 일생」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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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만적인 환희 속에서,
내게는 부모도 아내도 아이도 없고, 오직 내 펜에서 흘러나오는 생명만이 있다고 믿었다.” 아쿠타가와가 태어나기 직전, 그의 큰누나가 세상을 떠났다. 어린 큰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엄마는 정신질환을 오래 앓다가 숨을 거두었다. 아쿠타가와는 아기 때부터 엄마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고, 어릴 때부터 ‘정신적 불안’이라는 그림자를 안고 살았던 그의 작품은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아쿠타가와는 누구보다 먼저 지옥을 봤던 사람, 그러나 어쩌면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애썼던 사람이 아닐까? 서른다섯 살에 수면제를 복용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짧은 생애 동안 그가 남긴 작품들 중 12편을 엄선했다. 작가의 시선이 바깥에서 안으로, 그리고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좁혀져 가는 흐름이 보이도록 작품을 배치, 수록했다. 마지막에 수록된 〈톱니바퀴〉와 〈어느 바보의 일생〉은 작가의 유서에 가까운 기록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 이유 없이 밀려드는 공포,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생의 끝에서 그가 느꼈을 감정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여전히 펜을 놓지 않았던 그가 남긴 이야기에서, 인간을 그리고 자신을 이해하고자 애썼던 한 예술가의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