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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가을 노을빛, 욕망 푸른 욕망 흰 물결이 이는 욕망 엄마의 욕망 그을린 욕망 잿빛 욕망 하얀 욕망 사이버 욕망 그림자 욕망 저항의 욕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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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에 점령당한 텃밭에는 채소의 흔적이 그림자처럼 어른거린다. 풀 사이로 삐죽하게 솟은 파가 보이고 연두색을 띤 잎이 보여 상추가 있으리라 짐작이 갈 뿐이다. 마당에도 잡풀들이 점령군처럼 으스대며 세력을 뽐내고 있다.
방안에서 엎드린 채 당신은 눈이 부신 듯 반쯤 뜬 눈으로 마당과 텃밭을 한 시간째 보고 있다. 가끔 눈이 깜빡거리지 않는다면 잠을 자거나 죽은 사람으로 오인될 수 있는 모습이다. 핏기없이 하얗고 삐쩍 마른 얼굴이 마치 데스마스크 같다. 당신은 미라가 천 년의 먼지를 틀고 일어서듯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다. 반쯤 뜬 눈은 여전히 초점이 없다. 힘겹게 상체를 일으킨 후 또다시 꼼짝하지 않고 텃밭과 마당을 본다. 아니, 어쩌면 텃밭과 마당을 내리쬐고 있는 햇빛을 보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당신은 햇빛을 보 는 게 아니라 실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 p.101,「그을린 욕망」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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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으면서
늘, 인간과 함께 존재하는 욕망. 소설집을 묶기 위해 그동안 발표한 것을 다시 읽어보니 기분이 묘하다. 읽을수록 욕망이 모호해진다는 느낌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욕망을 제대로 모르니 도대체, 인간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인간이 무엇인지 인간 속에 또 다른 인간이 있는 느낌. 속에 있는 놈이 원래 인간인가. 눈에 보이는 놈이 원래 인간인가. 욕망은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욕망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숨이다. 그러기에 욕망은 함부로 쓸 언어가 아니다. 소설집을 내면서 조심스러운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