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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 Me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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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매컬로의 회상]
내 생일 날짜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야. 브라조스 강변의 초라한 오두막에서 텍사스 공화국이 멕시코의 폭정을 물리치고 독립을 선언한 날이니까. 1836년 3월 2일이지. 독립 선언에 동의한 사람 중에 반은 말라리아에 걸려 있었고 나머지 반은 교수대의 올가미에서 빠져나와 텍사스로 도망쳐 온 사람들이야. 난 이 신생 공화국에서 맨 처음 태어난 사내아이였어. --- p.15 나는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아무것도 안했어. 내 안의 백인은 당장이라도 허드렛일을 맡거나 노예처럼 혹사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지. 우리는 말을 타거나 사냥을 하거나 씨름을 하거나 화살을 만들었지. 프레리도그, 초원뇌조, 물떼새, 꿩, 검은꼬리사슴, 영양 등 우리 눈에 띄는 살아 있는 놈은 다 도살했어. 크든 작든 표범과 엘크와 곰을 향해 화살을 날렸고, 잡은 놈들은 깨끗이 씻으라고 야영지 여자들에게 던져주고는 가슴을 사나이처럼 활짝 펴고 으스대며 걸어 다녔지. 강가에서는 들소 뼈와 무거워 들기도 어려운 거대한 조가비 화석을 파내기도 했어. 가재도 잡고 도기 조각도 발견하고 그것들을 절벽 꼭대기로 가져가 바위로 내던져 산산조각내기도 했지. 밤에는 갈대숲의 오리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는 살쾡이에게 화살을 먹이기도 했어. 그러다 보면 날이 따뜻해지고 꽃이 피고 유카에서 새싹이 돋고 하얀 꽃들이 허공에서 넘실대지. 수레국화나 담요꽃, 그린스레드 등 시야가 미치는 저 멀리까지 푸릇푸릇하고 울긋불긋한 꽃의 물결이 흐드러져 있었어. --- p.193 포로를 고문하는 일은 마을 여자들에게는 대단한 영광이었어. 모든 늙은 여자들이 젊은 여자들과 함께 모여들었지. 초원의 꽃은 자신이 뽑히지 않아 기분이 상했어. 그들은 남자를 발가벗기고 사지를 벌려서 눕힌 다음 팔과 다리를 말뚝에 묶었어. 그의 몸이 살짝 허공에 떠 있는 모양새였는데, 그들은 재미 삼아 그의 옅은 머리카락과 공포로 오그라든 은밀한 부위를 쿡쿡 찔렀지. 한 여자는 그의 몸 위에 걸터앉아서는 발정이 난 것처럼 몸을 흔들어대기도 했고. 다들 즐거워했어. 마을의 모든 사람이 모여 있었지. 아이들은 어른의 어깨 위에 앉거나 선 채로 이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꼭 백인들이 교수형 장면을 구경하는 것과 같았어. 여자들이 아주 작은 모닥불을 네 개 지피더니 그의 손과 발을 한 짝씩 불에 담그더군. 불길이 치솟지 못하게 장작은 조심해서 집어넣었는데, 남자의 비명이 멎을 때에만 불을 더 뜨겁게 타오르게 했어. 비명이 멎는다는 것은 신경이 죽었다는 뜻이었거든. 그들은 남자가 다시 울부짖을 때까지 아주 작은 장작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열기를 점점 더 높이곤 했어. --- p.417 [진 앤 매컬로의 의식] 침실 19개가 있고 서재와 대형 거실과 연회실을 갖추고 있는 하얀색의 스페인 풍 저택. 그녀와 그녀의 오빠들이 모두 태어난 곳이지만, 지금은 가족의 재회 장소로나 이용되는 주말 별장일 뿐이었다. 하녀들은 내일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정신은 완벽하게 깨어 있었지만, 몸의 나머지 부분은 플러그가 뽑힌 상태 같았다. 그녀는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이런 상태로 만들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는 86세였고 남들에게는 ‘마냐나의 땅’으로 건너갈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 그녀는 작고 가냘픈 여자였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만나고 나면 금세 이 사실을 잊었다. 목소리가 또렷했고 눈빛이 낡은 권총이나 텍사스에 차가운 북풍을 몰고 오는 구름처럼 잿빛이었다. 분명히 미인은 아니었지만 인상적인 외모였다. 양키 사진사는 바로 이런 모습을 정확히 포착했던 것이다. 그는 지니의 블라우스 깃을 더 벌리게 하고 머리 모양을 방금 오픈카에서 걸어 나온 여자처럼 보이게 했다. 아직 권력의 정점에 이른 때(그때는 수십 년 후에 찾아온다)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진을 찍은 남자는 죽고 없었다. 아무도 날 찾지 못할 거야. 그녀는 생각했다. --- p.21 그러했기에, 그녀에게 소몰이란 먼지를 뒤집어쓴 소들의 끝도 없는 행렬을 터벅터벅 좇아가는, 밧줄로 소들의 발치께를 철썩철썩 때리며 기차역의 임시 우리를 향해 세상에서 가장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는 지루함의 대명사나 다름없이 따분한 일이었는데도, 그녀는 소몰이를 할 때마다 어김없이 현장을 찾았다. 파리들에게도 덥기만 한 8월이 제철인 지라, 낙인을 달구는 불통 곁에서 뜨거운 열기와 타는 듯한 갈증에 시달려야 했음에도 그녀는 아랑곳없이 나갔다. 아버지가 지켜보지 않을 때면 두 손을 송아지들의 침에 흠뻑 적셔가며 녀석들을 이동시켰고, 마카도르가 허락하면 쇠 낙인을 들고 그것이 아직 뜨거울 때는 살짝, 식었을 때는 세게, 소들의 몸뚱이에 대고 찍어 눌렀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목동들은 그런 그녀를 보고 즐거워했다. 그들은 그녀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었고, 자신들의 딸이라면 불통 곁에 얼씬도 못하게 했을 터였는데도 그녀에게는 선뜻 자신들의 자리를 내주고는 열기를 피해 응달에서 기분 좋게 휴식을 취했다. 다만 그녀가 실수를 하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그녀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 --- p.93 중요한 것은 석유였다. 연합국은 전쟁 기간에 석유 70억 배럴을 태웠고 90퍼센트가 미국산이었는데 텍사스산이 주종이었다. 빅 인치오 리틀 빅 인치가 없었다면 노르망디 상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연합국은 텍사스산 석유의 바다 위에서 승리를 향해 항해했던 셈이다. 파이프라인이 완성되지 않았다면, 유럽 해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폴과 클린트가 아직 살아 있지 않았을까, 그녀는 이따금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 전쟁도 계속되고 있을지 모르고 조너스까지 죽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었다. 이런 저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전쟁은 절대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 p.427 [피터 매컬로의 일기] 현관문은 산산이 부서져 내렸고 그들은 가볍게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사격이 시작됐고 한 명씩 집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점점 사격 속도가 빨라져 총성이 거의 끊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우리는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없었다. 거무스름한 형상들이 문이나 창문 뒤편에서 휙휙 지나갔고 총탄이 몇 발 튀어 나와 뜰의 먼지를 튀어 오르게 했다. 그러다가 정적이 찾아왔고 갑자기 탕 탕 탕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정적이 왔고 잠시 후 좀 더 간헐적으로 총성이 울렸다. 나는 더 이상은 바라보는 걸 견딜 수 없었다. 저 멀리로 누에시스 강과 푸르스름한 강기슭이 시야에 들어왔다. 해는 먼지의 장막에 휩싸인 채 줄곧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고, 카사마요르 주위의 대기는 바야흐로 무슨 기적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오렌짓빛으로 환하게 일렁이고 있었는데, 천사의 강림 아니면 그와 정반대로 어떤 거대한 폭발, 그러니까 우리 모두를 지상에서 송두리째 쓸어버릴 태곳적 화마(火魔)의 분출이 임박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 p.186 문과 창문으로 들어온 먼지가 사방에 뽀얗게 깔려 있고 짐승의 발자국들이 진하게 찍혀 있다. 핏자국은 거무스름한 얼룩으로 엉겨 붙어 있다. 아버지는 거실에서 가구들을 한데 쌓아두고 한창 석유를 퍼붓는 중이었다. 나는 집 안 곳곳으로 아버지를 쫓아 다녔다. 우선 침실들에 들렀고 마침내 페드로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서류장에서 서류들을 모두 꺼냈다. 오래된 편지들, 사육일지들, 온갖 증서들, 열 세대에 걸친 출생증명서와 사망증명서들, 이곳이 모두 스페인의 땅 누에보산탄테르였던 시절에 받은 원(原) 토지 불하서. (……) 그는 등유로 전부 다 흠뻑 적신 후에 성냥을 그었다. 나는 종이들이 말려들며 불길이 책상 전체에 퍼져가더니 벽을 타고 올라 모든 지명이 스페인식 이름이었을 때 제작된 커다란 텍사스 지도에 옮겨 붙는 모습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았다.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페드로였다. 그러다가 문득 아버지의 목소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를 찾아 밖으로 나갔고, 집무실 밖으로 나가자 집 안이 온통 연기로 자욱해 있었다. 그는 이미 다른 방에도 불을 놓았다. --- p.262 “난 페드로 영감을 좋아했다.” “많이 좋아하지는 않으셨죠.”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 땅이 과거에 어땠는지 굳이 너한테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너도 내가 이 땅을 망쳐버린 사람이라고 굳이 말해줄 필요 없다. 그래, 내가 망쳤다, 내 두 손으로 말이다, 완전히 망쳐버렸지. 너도 어린 나이가 아니니 이 땅과 캐나다 사이에 목초가 밤색 노새 따위는 지나가기도 힘들 만큼 무성하게 자랐던 때가 기억날 거다. 그래, 1천년 안에는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 정말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게 바로 인류의 역사야. 흙은 모래가 되고, 기름진 땅은 메마른 땅이 되고, 열매는 가시가 되지. 이게 다야, 우리는 여기서 뭘 어찌 해야 할지 알고 있을 뿐이고.” --- p.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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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NYT 베스트셀러
아마존 선정 2013년 6월의 책 / 2013년 올해의 책 후보 현재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 중 몰락한 철강 마을을 배경으로 절박한 선택에 내몰린 두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린 '아메리칸 러스트'로 강렬하게 데뷔한 미국 문학의 총아 필립 마이어가 대작 '더 선'으로 돌아왔다. 무려 5년에 걸친 창작의 고투 끝에 스케일은 훨씬 커지고 이야기의 박진감에는 더욱 힘이 붙었으며 성찰은 한층 깊어졌다. 이야기의 무대는 텍사스. 주인공은 매컬로 집안의 세 인물. 시간적 배경은 1832년부터 2012년까지. 거의 2백 년에 걸친 한 집안의 파란만장한 연대기가 세 인물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삶은 투쟁이다! 아름답고 장엄한 핏빛 투쟁! 설사 그 대가가 비극일지라도! 1849년 봄, 신생 텍사스 공화국에서 맨 처음 태어난 사내 아이 엘리 매컬로는 열세 살이고 그의 집을 습격한 코만치 인디언들에게 형과 함께 납치당한다. 코만치들이 어머니와 누나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한 엘리는 그들의 본거지로 끌려가는 도중에 형마저 잃게 되지만, 점차 코만치의 생활에 적응하고 그들과 운명을 함께한다. 새로운 이름을 얻고 버펄로 사냥에 나서고 인디언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다른 부족의 인디언이나 멕시코인, 심지어 백인마저 적으로 상대하며 전도유망한 코만치 전사로 성장하지만, 질병과 굶주림, 백인들의 서부 개척에 따른 인디언 부족 전체의 몰락이라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은 동료들을 거의 전멸시키기에 이른다. 엘리는 다시 백인 사회로 돌아오지만, 인디언도 백인도 아니고 야생의 삶에도 문명의 삶에도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채 자기만의 왕국을 세우기 위해 분투한다. 얄궂게도 인디언을 잡는 텍사스 순찰대에 들어가고 목장주가 되고…… 1백 년에 걸친 엘리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담력과 행운으로 헤쳐 온 모험에 찬 삶이 “침대에 꼼짝없이 묶여 갓난애처럼 똥이나 싸지르는” 처지에 이른 엘리 자신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2012년 3월, 엘리의 증손녀이자 텍사스의 손꼽히는 석유 부호인 진 앤 매컬로는 여든여섯 살이고 목장 저택의 대형 거실에서 이란의 샤에게서 선물로 받은 양탄자 위에 꼼짝달싹 못한 채 홀로 누워 있다. 몸은 “플러그가 뽑힌 것”처럼 마비되었지만 “정신만은 완벽하게 깨어 있는” 지니는 분명히 누군가 자기를 일부러 이렇게 해놓았다는 확신이 든다. 그런데 누가' 그리고 왜'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의 눈앞에 전 생애가 파노라마로 스쳐가듯이, 이따금 비몽사몽을 헤매는 지니의 의식 속에서 집안의 역사가, 지니의 지난 생애가 영사막에 투사되는 영화 장면처럼 명료하게 재연된다. 제2차 세계대전, 목축업의 몰락, 석유 산업의 부흥, 케네디의 죽음, 9.11 사건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지니의 개인사와 매컬로 집안의 가족사가 입체적으로 부조된다. 그리하여 빈털터리 인디언 꼬마 소년에게서 비롯된 집안이 어떻게 텍사스의 손꼽히는 석유 부호로 성장하는지가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그 과정은 텍사스 역사뿐 아니라 미국 역사의 축약본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진 앤 매컬로를 이렇게 만든 것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1915년 8월, 엘리의 막내아들이자 지니의 할아버지인 피터 매컬로는 아버지가 백인 동료들을 이끌고 이웃 목장주이자 라틴 혈통의 정착민인 페드로 가르시아네로 쳐들어가 그들을 몰살시키는 장면을 목격하고 괴로워한다. 페드로는 그의 아버지보다 먼저 이 땅에 정착한 토박이인데, 아버지는 대체 어쩌자고 저토록 잔혹한 짓을 눈도 깜박하지 않고 해치우는지 피터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자기 아들이 총상을 입었는데도 동물적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대신 상황을 차분하게, 그러나 음울하게 관조하는 그는 양심과 성찰의 표상이다. 아버지 엘리에게는 ‘내 파멸의 씨앗 같은’ ‘집안의 수치’일 뿐이지만, 근방에 ‘제정신인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피터는 ‘우리 집안의 내력을 담은 유일한 진실의 기록’을 일기로 남긴다. 그 일기에는 대체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이 작품을 두고 “미 제국에 대한 슈펭글러 식 접근”(뉴욕타임스)이라고 평가한 것은 바로 피터 매컬로의 일기를 염두에 둔 것이다. 평단의 극찬, 독자의 열광! 영미 평단은 극찬 일색이고 독자들의 반응도 열광적이다. 미국 내에서조차 이국적인 지역으로 치부되는 텍사스가 무대이고 잔혹한 장면은 종종 비위에 거슬릴 지경이며 방대한 스케일에 숨이 막히기 십상인 이 작품이 이토록 놀라운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미국의 건국 신화를 새로 쓰겠다는 작가의 대담한 야심이 미국 독자들의 심저에 있는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마이어는 건국 신화를 냉소적으로 탈신비화하지도 않고 몽롱하게 재신화화지도 않는 제3의 방식으로 건국 신화를 새로 썼다. 미국 정신의 종말, 아메리칸 드림의 종언이 상투어가 되어 버린 시대에 건국 신화를 새로 쓴다면, 날 것의 사실 자체가 말하게 하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있을까' 작가는 묻힌 기록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잊힌 기억들을 발굴해 이 방대한 이야기에 정교하게 녹여냄으로써 독자들의 상투적인 인식을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프론티어 정신’이 20세기 후반기 내내 세계의 수많은 대중의 심성에 깊이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부 장르물의 광범위한 파급에 있었다. 그리고 존 웨인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에서 케빈 코스트너에 이르는 서부물의 모든 아이콘들의 정수에는 미국의 건국 신화(혹은 탈신화화된 건국 신화)가 깔려 있었다. 필립 마이어의 '더 선'은 그 모든 신화들의 저변에 있는 거친 현실을 그 모든 치부와 더불어 날 것 그대로 조형해냄으로써 미국 건국 신화의 21세기식 판본, 가장 최신의, 가장 탁월한 판본을 창조한 것이다. 두 번째는 텍사스의 문화와 역사, 코만치 인디언의 풍습에 대한 오랜 취재를 통해 작품 내에 정교한 디테일(이를테면, 코만치 인디언들의 정착지 습격, 버펄로 사냥, 미혼 처녀들의 성생활 등에 대한 상세하고 생생한 묘사)이 확보되었고, 언뜻 미스터리 소설을 닮은 듯한 플롯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방대하고 대담한 서사, 멈출 수 없는 흡인력”(NPR)이라는 평가는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대중적 호소력의 근거를 한 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고전의 품격을 두루 갖춘 패밀리 사가의 진수이자 미국의 건국 신화를 새로 쓴 역사 소설의 최고봉 고전의 특징이 넓은 시야, 방대한 스케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 생생한 캐릭터 등에 있는 것이라면, '더 선'은 고전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2백 년 가까운 매컬로 집안의 연대기가 세 주인공의 시점으로 번갈아 가며 전개되면서 전체 서사와 인물들은 삼차원의 입체감을 획득하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물들의 서로 엇갈리는 육성은 .독자에게 깊은 성찰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건국 신화란 ‘종교 박해를 피해 신세계로 이주한 청교도들’, ‘자유를 추구하는 건국의 아버지들’, ‘불굴의 의지로 황야의 서부를 개척한 영웅들’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클리셰가 전면적인 거짓은 아니겠지만, 전면적인 진실도 당연히 아니다. '더 선'은 미국 건국 신화의 최신판본인 텍사스 개척을 무대로 삼아 잔혹한 역사적 사실을 생생하게 되살려냄으로써 아메리칸 드림의 불가해한 암흑을 파헤친 작품이 되었다. 존 웨인 vs. 케빈 코스트너 악한 인디언을 착한 백인 카우보이가 해치우는 존 웨인의 서부극이 거짓이라면, 인디언은 원래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무구한 종족이었다는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도 거짓이긴 마찬가지다. '더 선'은 두 거짓 사이에 있는 ‘불편한’ 진실을 냉철한 시선으로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코만치 인디언들의 풍습이 인류학적 보고서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세하게 묘사된다. 록 허드슨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리고 제임스 딘의 '자이언트' 이 영화에서는 딱 두 장면에서 가혹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첫째, 록 허드슨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처음 만났을 때, 테일러가 하는 말. “텍사스는 멕시코인들한테 빼앗은 땅 아닌가요'” 둘째, 허드슨과 테일러가 결혼해서 텍사스 집으로 온 후에 목동 제임스 딘이 테일러에게 하는 말. “이거 다 헐값에 사들인 땅이에요.” '더 선'은 '자이언트'가 얼버무린 역사적 진실을 자세하게 복원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최고의 미국 소설”(북셀러)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소설을 읽지 않고서는 미국을 말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해외 서평 불가능한 사랑, 부정(不貞)한 섹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불행한 부자, 부패한 권력 등 흥미 만점의 요소를 모두 담고 있는 동시에, 역사 소설의 최고 수준에 도달한 작품이다. - 뉴욕타임스 고전의 운명을 타고난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더 선?은 인간성의 전모를 웅숭깊게 드러낸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21세기 최고의 미국 소설. - 북셀러 포크너와 매카시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댈러스 옵저버 잔혹한 시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역사의 파노라마로 가득 찬 진정한 서사시. - 캐런 러셀 눈부신 텍사스 연대기이자 현기증 나는 날 것의 서사시. 방대하고 대담한 서사, 멈출 수 없는 흡인력. - NPR 숨 돌릴 틈 없이 빨려드는 이야기. 마이어는 장인의 솜씨로 지난 시대의 범죄적 역사를 상세하게 복원했다. - 커커스 리뷰 현대적 문체와 잔혹한 서부 이야기가 손을 맞잡고 끝없는 평원을 질주하는 환각적인 예술작품. 끔찍한 비극과 불온한 희극과 격렬한 열정이 버무려진 걸작. - 크리스 클리브 드넓은 시야를 갖춘 이 작품은 위대한 미국 소설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비범한 솜씨로 미국 역사를 장대한 오케스트라로 재현한 소설. - 워싱턴포스트 한 가족의 고통에 겨운 이야기를 통해 텍사스의 부흥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그 주제만큼이나 대담하고 야심적이며 잔혹하다. - 월스트리트 저널 한편의 소설이 얼마나 대단한 흡인력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름답고 폭력적이며 종종 가슴이 찢어지게 아픈 작품이지만, 유쾌한 재미도 빠지지 않았다. - 워싱턴 인디펜던트 리뷰오브북스 텍사스를 정복하기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에 대한 생생하고 가차 없는 시선. - 오스틴 크로니클 마이어의 서사는 방대하고 폭발적이며 진한 폭력에 물들어 있다. 이따금 요령부득이고 종종 비위에 거슬리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 보스턴 글로브 오래된, 좋은 의미에서 다양한 재능을 갖춘 인상적인 이야기꾼의 작품. 다음 장에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읽는 내내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 리처드 포드 기막히게 아름다운 소설. 마이어는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장대하게 펼쳐 보일 뿐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와 생생한 인물 묘사를 통해 순식간에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다. - 찰스 프래지어 미국의 건국 신화를 다룬 작품. 거친 황야에서 땅을 빼앗은 남녀들의 이야기이자 후속 세대들이 피로써 그 대가를 치르는 이야기이다. 포크너와 멜빌의 전통에 속한 서사시적 작품이자 작가적 능력이 절정에 달한 작가의 작품이다. - 케빈 파워스 초기 평자들은 이 책을 걸작이라 부른다. 이 모든 격찬을 한갓 과장으로 폄하하기는 쉽지만, ?더 선?은 틀림없이 비범한 작품이다. - 존 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