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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
스웨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양정훈
부즈펌 20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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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op100 2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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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에세이스트, 인권교육가. 한때 CF 감독이나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했다. 기획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어쩌다 금융팀 업무를 맡게 되며 좌충우돌하다가 새 길을 모색하는 마음 반 도망치는 마음 반으로 아예 판이 다른 NGO로 이직했다. 세계시민, 평화, 인권에 맞닿은 새로운 노동은 비로소 안정적인 일자리로 느껴졌다. 삶의 존엄, 행복의 정체에 관한 질문도 이때 함께 시작됐다. 이후 EU집행위원회의 에라스무스문두스Erasmus Mundus 석사과정을 통해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대학원, 노르웨이 트롬쇠 사회인류대학원, 영국 로햄튼 사회대학원에서 인권정책과 인권이행을
에세이스트, 인권교육가. 한때 CF 감독이나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했다. 기획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어쩌다 금융팀 업무를 맡게 되며 좌충우돌하다가 새 길을 모색하는 마음 반 도망치는 마음 반으로 아예 판이 다른 NGO로 이직했다. 세계시민, 평화, 인권에 맞닿은 새로운 노동은 비로소 안정적인 일자리로 느껴졌다. 삶의 존엄, 행복의 정체에 관한 질문도 이때 함께 시작됐다. 이후 EU집행위원회의 에라스무스문두스Erasmus Mundus 석사과정을 통해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대학원, 노르웨이 트롬쇠 사회인류대학원, 영국 로햄튼 사회대학원에서 인권정책과 인권이행을 전공했다. 돌아와 대통령정책기구, 청년 지원기관, 지자체 인권위원회 등에서 일하고 활동하며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시민사회 기관을 비롯해 여러 조직에서 인권을 교육했다. 사이사이 인권 연극제의 배우로, 인권 콘서트의 진행자로, 예술인 거버넌스 운영자로, 월간지 편집인으로, 수필가로 인권 안팎에서 잘할 수 있는 일, 잘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이 시키는 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갔다. 현재는 한국존엄과사회연구소dignitykorea.org에서 소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애초에 가졌던 존엄과 행복에 관한 질문은 실마리를 찾았을까. 경험을 더할수록 되레 뒷걸음치는 기분이다. 답을 찾을 수 없다면 대신 물음을 자꾸 길어 내는 사람은 어떤가. 이 책이 마중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은 책으로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가끔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서》,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여행》, 《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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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90g | 135*200*30mm
ISBN13
9788994545646

책 속으로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다른 사람의 가슴에 나무를 심는다.’
에릭이 스웨덴 말로 쓰인 책의 한 구절을 정성스럽게 노트에 베껴 적고 있기에 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그가 번역해준 글귀다. 이혼하게 된 누나에게 그는 이 말을 꼭 전해줘야겠다고 했다. 나는 이걸 전해 받은 그녀의 얼굴을 상상했다. 그녀는 자신을 조금 더 용서할 수 있게 되는가. 그녀의 남편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는가.
(중략)
당신은 가슴에 나무를 심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 마음에 심은 것도 까맣게 잊어버렸을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당신이 내게 심은 나무는 자라지 못하고 죽었다고 혼자 서러웠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당신이 틀렸다. 그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 그래서 사람이 기다리지 못했을 뿐, 여기 당신이 심어 놓은 자리에서 자란 나무 아래 나는 살고 있지 않는가. 그 아래, 가끔 낮잠을 잔다. 발목을 삐었을 때는 쉬어 가고, 꽤 날카로운 세상에 덜 베이려고 그 기둥에는 약한 살점을 문지르곤 했다.

그러니 아무리 사람을 믿지 못해도 그의 가슴에 나무를 심을 수 없다고는 말하지 마라. 나무 하나 누구의 가슴에 심지 못하고 사랑하는 것만큼 허투루 사는 일이 없다. 부디 사랑이 다 지고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다고 슬프지도 마라.
당신이 사막이 되지 않고 사는 것은 누군가 당신의 가슴에 심은 나무 때문이다.
---「SWEDEN/ 005/ ‘나무가 된다는 것’」 중에서

그런데 이 슈퍼마켓 입구에 꼬맹이 하나가 작은 가판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잔뜩 돌들을 펼쳐놓고 있는 거였다. 삐죽 빼죽 멋대로 생긴 특별할 것 없는 돌들.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녀석에게 뭘 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
_작년 내내 열심히 모은 돌들을 팔 거예요!
세상에. 슈퍼마켓 앞에서 돌멩이를 팔고 있는 꼬마 장사꾼이라니. 녀석의 말인 즉, 마을 뒷산과 해변을 헤집고 다니며 특별히 예쁜 돌들만 주워 모았단다. 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녀석이 내 표정을 읽고는 눈을 흘긴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다음이었다. 한참 슈퍼마켓을 구경하다가 소시지와 콜라를 사서 나오는 길에 다시 보니, 맙소사 진짜 그 돌들을 사려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아닌가? 미심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잠시 구경을 하고 있자니, 어른들은 녀석과 흥정을 하기도 하고 짐짓 심각하게 그중 나은 돌을 고르고는 동전 몇 개를 녀석에게 쥐어주기도 하는 것. 그리고 나를 보는 아이슬란드 꼬마 김선달의 저 의기양양한 표정!
녀석은 수완이 아주 좋은 장사꾼이었고 이날의 비즈니스는 얼핏 보아도 대성공이었다. 저녁이 되면 이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 엄마에게 오늘 용돈 이만큼을 벌었노라 자랑을 늘어놓을 테지. 그러면 그의 엄마는 다시 언젠가 돌멩이를 팔러 나온 다른 집 소녀의 예쁜 돌멩이를 사줄 것이 틀림없었다.

돌을 파는 꼬마들과 그걸 사는 어른들이 사는 마을.
스티키스홀무르에서는 그렇게 집집마다 돌아가며 동심을 굴리는 것이었다.
---「ICELAND/ 020/ ‘누구나 돌멩이를 팔 수 있다’」 중에서

나는 때로 나의 여행을 의심한다. 내가 떠났던 것들을 의심한다. 어쩌면 나는 이미 떠나야 했던 시간을 놓쳐버렸거나, 아직 떠나야 하는 시간이 오지 않은 것인데 순진하게도 너무 가볍게 짐을 쌌던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그런 날에는 나도 모르게 돌아가야 하는 시간을 세고 있었다. 조급할 것이 없으면서도 조급한 마음만 9할이 되어 짐처럼 놓여 있다.

찾을 수 없는 것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고 자신을 의심하는 순간 사람들은 초라해진다. 가슴을 뛰게 했던 길이, 그런 사람이, 그래서 모르는 사이 온 마음을 다해 믿어버린 어떤 여정이 틀렸을지도 모르겠다고 의심하는 순간 무너져 내린다.
그 의심이 지나치게 커졌을 때 그걸 다독거리는 나의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다시 묻는 것이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대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하게 되는가. 돌아오는 대답이, 아니, 라면 나는 마땅히 해야 하는 의심과 질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대답이, 응, 이라면 그때의 결정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작은 운명 같은 게 된다.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던 나의 길.
(중략)
밤이 깊었다. 한국에서 이곳까지는 까마득한 거리. 나는 무엇을 찾으려고 이곳에 왔을까? 운명이라는 말을 데려다가 가슴에 차는 의심을 달랜다.
---「NORWAY/ 008/ ‘운명적이다’」 중에서

며칠 전에는 웃긴 이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트롬소 대학에서 보낸 이 이메일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인조태양 카페] 드디어 오픈.’
내용인즉, 이제 점점 일조량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 테니 인조태양 카페에 들러 광합성을 하고 가라는 것. 우울증에도 좋고 신체 바이오리듬이 망가지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한단다. 친절하게도 인조태양을 어떻게 쬐면 좋은지 가이드라인도 덧붙여 있었다.
인조태양이라고 대단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조금 크기가 큰 빨간색 램프 몇 개.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앞에서 진짜 광합성을 하는 것처럼 짧게 단잠을 자기도 하고 신문을 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10분씩 하루에 두세 번. 그래도 여전히 몸이 힘들거나 우울한 기분이 계속 되면 시간을 조금 늘려서 20~30분 정도 쐬면 좋단다.
겨울이 깊어지면 햇빛을 볼 수 없어서 인조태양을 만들어 놓고 햇빛을 대신하는 사람들. 나도 가만히 저 가짜 햇빛을 맞으며 앉았다. 누구든 그리워하는 게 있기 마련이니까.
(중략)
눈꺼풀 너머로 진짜 빨갛게 노을이 지고 있다. 나는 버스 대신 스키를 타고 학교와 직장에 가는, 하루 24시간이 밤뿐이어서 가짜 태양을 만들어 놓고 햇빛을 추억하는, 그런 눈의 나라에 와 있었다.
마침내. 눈의 나라에 겨울이 왔다.
---「NORWAY/ 012/ ‘겨울이 오는 풍경’」 중에서

여행의 호사와 만용은 돌아갈 곳이 없다면 아마도 누릴 수 없는 것. 그러므로 여행자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어쩌면 돌아갈 곳을 잃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향이나 가족, 혹은 다른 무엇이 되었든 집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어지는 것. 비단 여행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돌아갈 곳을 빼앗겨야 하는 사람들의 절망에 대한 이야기는 사방팔방에 숱하게 놓여 있었다.
(중략)
사미들은 땅을 잃었고 문화를 잃었고 집을 잃었다. 그 뒤로 다시 그들의 권리를 돌려받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 싸워야 했다. 또 그들 중 일부는 지금도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또 삶이라는 긴 여행의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때로 따뜻한 잠자리라고, 사랑이라고, 혹은 가족이라고, 직업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이름의 집이다. 나를 지키는 것은 내 집을 지키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오늘밤 다시 사미들은 천막에 모여 앉아 그 오래된 삶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얀 접시에 따라주는 뽀얀 국물의 순록 수프를 얻어먹으며 나는 사미들이 오래 전에 잃어버릴 뻔했던 것들에 대해 주워들었다. 순록을 기르며 북극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긴 계절에 걸쳐 별을 나침반 삼아 떠났던 그들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들었다. 사미의 아이들은 겨울을 이기려고 튼튼하고 용감했다. 그들은 자신을 믿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늘에는 꼭 소금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별이 쌓였고 구름에 반쯤 가린 달은 거짓말처럼 크고 가까웠다.

---「NORWAY/ 019/ ‘사미의 집’」 중에서

출판사 리뷰

해가 지지 않기도 하고, 해가 뜨지 않기도 하는 이상한 땅.
하룻밤 새, 창밖의 모든 세상이 하얗게 뒤바뀌기도 하고
신령처럼 불쑥 나타나 빤히 바라보고 서 있는 순록 떼와 마주치기도 한다.
밤마다 하늘에서는 수천가닥 빛의 눈부신 오로라가 쏟아져 내리고,
또 세상에서 가장 크지만 약한, 그래서 우리들의 꿈과 꼭 닮아 있는 고래들이 사는 곳….

북유럽의 이 모든 것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신비한 마법을 건다. 그래서 북유럽에 닿은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마음으로 뚜벅뚜벅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안에서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과 아직 잊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애끓게 떼어놓고 떠나야 했던 꿈과 추억까지도.

스웨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에서 보낸 330일 간의 기록.
북유럽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과 바다와 숲과 눈의 이야기―


그에게 북유럽은 어쩌면 운명이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상업적인 학문일 ‘광고홍보학’을 공부했다. 그러고는 대기업 홈쇼핑 회사에 들어가, 이왕이면 드라마나 버라이어티 쇼 속에 나오는 억대 연봉의 MD로 이름을 날려볼까도 싶었다. 그러나 그는 1년도 안 돼 개인의 영리나 이득과는 거리가 먼 ‘국제자원봉사 NGO’로 몸을 옮겼고, 지금은 ‘인권’을 공부하고 있다.
이 뜬금없는 전개 속에, 어떻게 마음에 이는 바람이 없었을까. 미래가 송두리째 뒤바뀌는 일인데. 그래서 그는 가만히 짐을 챙겨 북유럽으로 떠났다.

북유럽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이 아끼는 것들,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시간을 내어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저녁이 되고 주말이 되면 하나둘 거리의 불을 끄고 가족 품으로, 친구 곁으로 돌아가 안으로 안으로 들어간다. 누군가와 함께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고, 숲에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읽고, 두 손 맞잡고 눈길을 걸으며, 그리운 것들을 마음껏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라니.
겨우 1년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살다 보니 그 역시 자신의 마음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떠난 ‘여행’이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그가 어디를 갔고 무엇을 보았는가를 과시하는 무용담이 아니다. 북유럽에서 만난 사람들과 바다와 숲과 눈, 마음과 그리움의 노래다.

돈을 벌러 아주 멀리, 스웨덴 예테보리의 어느 초밥 집까지 와서 맛 좋은 초밥을 만들어내는 몽골 형님.
자신은 아주 나약한 생물이라서, 그래서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낼 수가 없어서 여행을 떠나 왔다는 이상한 남자 에드몬드.
어릴 적 시력을 잃었지만 가끔은 꿈속에서 알록달록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세상을 본다는 시각장애인 시부.
푸르고 커다란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아이슬란드로 모여든 13인의 청년들.
바다를 닮아 파도 냄새가 나고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의 아이들.
노르웨이 북쪽의 작은 마을에서 퓨전 스타일의 추석 상을 차리고 허기짐과 외로움을 달랬던 한국인 친구들.
그리고 밤마다 창밖 하늘에 수천 가닥의 초록빛 실타래가 쏟아져 내릴 듯 춤을 추는, 오로라의 마을 트롬소.
물이 길고 긴 여행을 하다가 눈이 되어 잠시 머무르는 ‘눈의 정거장’ 아레(ARE)…….

그가 곱게 접었다 펼쳐낸 이야기들은 비단 그의 마음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까지도 곱게 쓸어내린다. 그래서 불같이 타고, 얼음처럼 시린 우리 마음에도 마법 같은 치유를 선물할 것이다.

모두 이 바람을 타고, 한겨울 눈을 맞고, 겨울 나라의 여름 햇살을 받으며
뚜벅뚜벅 나에게로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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