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화전 노래
1부 화전 공론 화전 통문 화전 조롱 화전 시샘 화전 추렴 화전 단장 화전 행차 화전 청유 화전 놀음 화전 수다 2부 덴동어미뎐 3부 화전 마무리 화전 귀로 에필로그 | 화전 회상 –30년 후 작가의 말 |
|
기구한 운명을 넘어서는 달관의 태도 그 안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여인들의 이야기
모두가 즐거운 화전 놀음 날, 십칠 세 청상과부 달실댁은 먼 산에 시선을 못 박은 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사연인 즉, 혼례를 올린 지 삼 년 만에 서방을 여의고 식음도 전폐하고 살 의지를 잃은 것이다. 그런 과부댁을 본 덴동어미는 덥썩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삶을 한번 들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액자소설 형식을 빌려 네 남편을 모두 잃고 홀로 덴동이를 키우는 엿장사 덴동어미의 억척스러웠던 삶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부모 애간장 녹이며 귀한 딸로 자라 부모가 고르고 골라 정해준 첫 남편을 맞이했건만, 남편이 단오절 그네에서 떨어져 유언 한마디 없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하루아침에 십칠 세 과부가 된다.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그해 가을에 두 번째 시집을 갔건만 씀씀이가 헤픈 집안에서 나랏돈까지 손을 댄 바람에 한번에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구걸을 하다하다 여각에 들어가 일을 도우며 돈을 모았건만, 온 마을에 닥친 괴질에 두 번째 남편을 잃는다. 발길이 닿는 대로 떠돌며 빌어먹던 중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도붓장사 황도령을 만나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지만, 그와도 잠시 엄청난 비가 쏟아지던 날 주막에서 홀로 자던 세 번째 남편을 잃고 삶의 모든 의욕을 상실해버린다. 그런 그녀를 붙잡아주고 이끌어준 것은 큰 비에 역시 집을 잃고 모든 것을 잃은 주막집 여주인이었다. “설한풍에도 꽃 피던가, 춘풍이 불어야 꽃이 피지. 때 아닐 적에 꽃 피던가, 때를 만나야 꽃이 피지. 꽃 필 때라야 꽃이 피지, 꽃 아니 필 때 꽃 피던가. 봄바람만 간들간들 불어보래. 때가 되마 저절로 피는 기 꽃이지, 뉘가 시킨다꼬 피던가, 뉘가 막는다꼬 못 피던가. 고븐(고운) 꽃이 피고 보마 귀한 열매는 따라 열리더라.” 주막집 여주인의 손에 이끌려 만난 사람은 엿장수 조첨지였다. 그날부터 아내를 잃고 시름에 추레한 몰골의 영감 조첨지와 살면서 형편이 조금 나아지더니 아이까지 들어서고, 둘 사이에는 귀한 아들이 태어났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몇 날 며칠 잠을 줄여가며 엿을 고다가 큰 불이 났고, 그 불길 속에서 아이는 구했지만 네 번째 남편의 혼백은 저만치 달아나버린 것이다. 그때까지 이름도 없던 아이는 불에 데여 덴동이가 되었고, 지금의 엿장수 덴동어미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