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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우리는 어떤 경제적 인간이어야 하는가, 아니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가 1부 현실의 경제주체와 이론의 경제인 경제와 인간 경제인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등장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확장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한계와 이후의 논의 2부 ‘경제적 인간’이 싹트다 아리스토텔레스 : 도덕적이고 정치적이어야 한다 윌리엄 페티와 조사이아 차일드 : 무역으로 국가의 부를 축적한다 3부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발견하다 _인간은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1장 고전학파의 경제적 자유주의 : 냉혹한 인간형의 시작 애덤 스미스 :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이다 데이비드 리카도 : 서로 더 차지하려고 싸운다 토머스 맬서스 :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2장 과도기의 자유주의 경제학 : 쾌락과 효용의 인간형 존 스튜어트 밀 : 경제인이면서 계약의 주체다 제러미 벤담과 윌리엄 제번스 : 쾌락을 추구한다 앨프리드 마셜 : 공급자와 수요자가 경제주체다 3장 신고전파 경제학 : 경쟁적 시장의 합리적 인간형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 시장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아인 랜드 : 능력 있는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밀턴 프리드먼 : 경쟁하는 선택의 주체다 폴 새뮤얼슨 : 일관성이 있다 게리 베커 : 결혼, 출산, 범죄는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로버트 루카스 :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존 포브스 내시 : 전략적으로 행동한다 해리 마코위츠 : 투자할 때 위험을 고려하고 회피한다 경제주체와 경제학자 4부 호모 이코노미쿠스에 맞서다 _집단 속에서 갈등하며 변화한다 1장 사회주의의 평등의 경제학 : 사회를 바꾸는 인간형 로버트 오웬 : 공동체 속에서 살아간다 카를 마르크스 : 사회 속에서 투쟁한다 2장 제도와 진화의 경제학 : 제도화된 인간형 루요 브렌타노 : 경제인과 관료는 윤리적이어야 한다 소스타인 베블런 :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어 한다 조지프 슘페터 : 혁신적인 기업가가 희망이다 3장 수정주의 경제학 : 시장을 흔드는 인간형 존 메이너드 케인스 : 수시로 시장은 비효율적이고, 인간은 비합리적이다 미하우 칼레츠키 : 노동자의 지출은 수요를 증대시킨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앨런 커먼 : 인간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상호작용한다 5부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우회하다 _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경제적 인간들 1장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 리처드 이스털린 : 돈이 많이 있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브루노 S. 프라이 : 활동의 결과보다 활동 자체가 더 중요하다 2장 관계적인 존재 칼 폴라니 : 서로 주고받기를 좋아한다 로버트 H. 프랭크 : 서로를 비교하고 의식한다 스테파노 자마니 :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필요로 한다 3장 다중적인 존재 대니얼 카너먼 : 언제나 합리적이지는 않다 조지 애커로프 :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조지 에인슬리 : 내면적으로 갈등을 겪는다 포스트모더니즘과 여성주의 경제학 : 다양한 정체성으로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4장 자유를 갈구하는 존재 아마르티아 센 : 역량을 바탕으로 자유를 실현한다 제임스 헤크먼 : 성격도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필리프 판 파레이스 : 노동보다 자아실현이 중요하다 나오는 글 한국인은 경제인과 얼마나 닮았고 또 다른가 주석 및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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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에 대한 경제학의 무관심을 비판하고 보완하기 위해 경제학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그 속의 인간들을 넓고 깊게 보여주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리고 바람직한 경제주체와 인간의 모습을 모색하고자 한다. 물론 이에 대한 절충적인 답은 시장에서는 이기적이고, 가정과 지역사회에서는 도덕적이며, 선거장에서는 시민적인 인간일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절충적인 인간상을 한 발짝이라도 넘어서고자 한다.
--- p.8 넓게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경제는 정치의 수단이고, 정치는 다시 도덕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이 입장에서 이상적인 경제는 ‘도덕적 경제’다. 각각의 경제주체는 자족을 위한 제한된 경제활동에 종사하면서, 정치적 시민으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자신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목표를 둔다. 그러므로 근대 사회과학이 강조하기 시작한 ‘탐욕스러운 인간’이나 경제학이 강조해온 ‘경제인’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린 현실의 인간도 아니고 이상적인 인간도 아니다. 나아가 재화를 유일한 좋음이나 복지로 생각하는 자본주의, 특히 ‘돈’을 유일한 좋음으로 간주하는 현대의 금융자본주의와 이에 부합되는 인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렸던 사회와 인간을 뒤집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 p.63~34 이기심과 이타심, 그리고 각기 이들과 연결되는 경쟁심과 협동심 중 어느 것이 더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스미스 이후의 주류경제사상은 이기심과 경쟁심에 근거해 모든 논리를 전개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등장한 행동경제학과 진화생물학 등은 인간의 이타적인 습성과 원초적인 협동심 등을 강조하며 기존의 ‘이기적 인간’에 대한 설득력 있는 반박을 내놓고 있다. --- p.99 선택의 자유는 개인과 선택대상들의 수평적인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대상들이 개인의 기호나 선호뿐만 아니라 역사적ㆍ사회구조적으로 수직적인 서열 속에 있다. 이렇게 되면 선택의 자유가 무력해진다. … 반면 프리드먼은 수직적인 상황조차 수평적인 상황으로 만든다. 그에게 인종차별은 기호나 선호의 문제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백인 주인이 흑인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는 것은 주인 때문이 아니라 백인 손님들 때문이며 차별 때문이 아니라 백인 손님들이 흑인 종업원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손님이 백인 종업원을 좋아하느냐, 흑인 종업원을 좋아하느냐 하는 문제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느냐,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느냐 하는 것과 같은 문제로 취급된다. 개인의 선택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인종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선호로 규정하는 극단적인 왜곡을 낳는다. 여기서 프리드먼의 일관성, 용감함과 함께 그의 확실한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 p.166~167 표준이론에서 시장과 가격은 익명적이다. 이론적으로는 완전경쟁시장이 그러하고 현실적으로는 백화점이나 편의점, 배달 전문 앱 등이 이를 대변한다. (지역이나) 고객에 관계없이 일률적인 일물일가로서의 가격은 익명적이다. 일상적으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골라 지불할 액수를 확인한 후 돈을 지불하면, 점원과 거의 대화할 필요가 없다. 시장이 익명적이므로 사람들은 이름이 아니라 숫자나 번호로 기억된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계산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면서 이런 성격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에 비해 지역이나 고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가격차별’은 익명성을 줄인다. 합리적 경제인도 익명적인 시장에서 주어진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에 가깝다. 이것은 경제인이 가격이나 품질에 대해 특별히 소통하거나 흥정하거나 협상하지 않음을 뜻한다. 이같이 경제인은 협상가나 흥정하는 사람 혹은 외교관과는 일차적으로 거리가 있다. --- p.193 마르크스가 서술하는 경제주체와 신고전학파의 경제인 사이에 차이가 있다. 신고전학파에서는 돈에 대한 섬김도 경제인의 선호와 선택의 문제다. 경제인은 합리적이어서 자신의 선호와 상황에 비추어 돈벌이를 선택할 수도 있고 쓸데없는 돈을 벌기보다 여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런 선택은 돈으로 구입할 사용가치나 재화가 낳는 효용과 여가가 낳는 효용 중 어느 것이 더 큰가에 달려 있다. 반면 마르크스의 경제주체들은 자본주의의 논리를 ‘본성’으로 삼기 때문에 이런 판단이나 절제의 여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마르크스에게서는 돈에 대한 섬김도 개인의 선호ㆍ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체제ㆍ구조의 문제다. 자본주의체제가 맹목적인 화폐 추구를 요구하므로 경제주체들도 이같이 행동한다. 맹목적인 체제 안에서 맹목적으로 움직이지만 이들 경제주체는 체제에 부합되는 인간이므로 지극히 정상적이라 간주된다. --- p.254 케인스의 이론은 좌파와 우파의 경제학이 모두 법칙, 구조, 과학적 원리를 강조하면서 경제주체의 존재를 약화시키거나 부정했던 것과 대비된다. 특히 신고전학파는 주어진 선호와 기술로부터 자동적으로 시장의 균형을 달성하는 개인의 선택을 강조하지만, 이는 명목적인 개인에 의존하는 기계적인 메커니즘일 뿐 실질적으로 개인의 자율성을 고려한 것이 아니다. 케인스가 균형이자율을 부인하면서 이자율이 관례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 속에 있다. 이자율은 시장원리보다는 경제주체들 사이에 상호의존적인 작용 속에서 결정된다. 이는 케인스가 경제에 있어서 균형을 상정하지 않으며, 경제주체들도 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주체들은 제한된 정보에 근거해 인식하고 기대를 형성하므로 반드시 균형을 낳지 않는다. 이 점에서 케인스의 경제주체는 완전한 정보에 근거해 미래를 예측하고 균형으로 나아가는 신고전학파의 경제인과 다르다. --- p.309~310 인간은 자신이 그다지 이기적이거나 자기 위주로(A) 살지 않고 시민적이고 사회적이며 헌신적이라는(non-A) 믿음을 자신에게 정착시키려고 노력한다. 혹은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집단 전체를 위해 어떤 입장이나 행동을 내세운다고 스스로에게 위장한다. 이런 목적으로 사람들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신호를 보내거나,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위장하거나, 심지어 자신을 기만한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찍으면 안 된다고들 하니, 여론조사에서는 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그에게 표를 던진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이중적이거나 양면성을 지니게 되며,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을 보인다. 여기까지 오면 경제주체들이 흔한 소설과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만큼 복잡해지고, 일상에서 우리가 겪는 인간에 가까워진다. 과연 인간은 표준이론이 상정해왔던 경제인보다는 훨씬 더 복잡하다. --- p.363 센은 객관적 조건이나 자원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서, 경제주체들이 자원을 활용하여 기능이나 능력들을 개별적으로 다양하게 함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혹은 구성원들에게 동등한 기능을 보장하려면 능력에 따라 서로 다른 수준의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영양이나 교육을 받아들일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이런 능력이 충분한 사람보다 더 많은 영양과 교육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같이 센의 입장에서는 쾌락이나 효용뿐만 아니라 자원을 균등하게 제공하는 것도 사람들의 동등성을 확보하는 데 충분치 않다. 경제사회주체의 필요에 따라 자원을 차등적으로 공급해야 비로소 기능이나 능력이 비슷해진다. 센에게서 진정한 평등은 ‘기회의 균등’이라는 형식적인 평등이나 ‘자원의 균등 공급’을 넘어서 각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동등한 능력의 배양이다. --- p.3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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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에서 필요로, 경쟁에서 협력과 윤리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인간의 경제학 우리는 어쩌다가 무인 편의점에 익숙해졌을까?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경제라는 치명적 유혹 시장에서 상인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상품을 구매하는 광경이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배달로 물건을 주문할 때도 사전에 스마트폰으로 거래를 마치고 배달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재빠르게 주문한 물건만 전달받는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가 더 높은 수익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스템과 맞물리면서 세계는 이제 ‘사람이 필요치 않은 경제’로 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를 설계하는 경제학자들의 ‘인간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경제학자들이 오랫동안 내세워온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인)’는 자신의 이익을 효율적으로 추구하는 합리적 개인을 의미한다. 완전경쟁의 이론 속에서 가격기구를 매개로 삼아 이루어지는 경제인들의 거래는 굳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형태를 취할 필요가 없다. 수익성이나 효율성에 위반되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마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에서 아마르티아 센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방향을 결정한 경제학자들의 인간에 대한 정의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애덤 스미스 이후 지난 300년간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해왔다. 경제학자들 중에서는 합리성보다 비합리성을, 개별적 효율성보다 사회적 필요성을, 경쟁과 이기심보다 협력과 이타성을 강조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오랫동안 무시되었다. 그리고 단 하나의 경제인(경제학)만이 주도한 시장경제(경제학의 제국주의)는 더욱더 사람을 돌보지 않는 냉혹한 질서로 뒤바뀌었다. 『경제학자의 인간 수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경제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틀로서 다양한 경제학자들이 설정한 인간상에 대해 살펴본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인간과 경제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그려낸다. 1부에서는 이 책의 주요 개념을 소개하고 전반적인 내용을 개괄하며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의의와 한계란 무엇인지 간단하게 밝힌다. 2부 ‘경제적 인간이 싹트다’에서는 현대적인 경제학 등장 이전에는 경제인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소개한다. 3부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발견하다’에서는 주류경제학자들이 내세운 이익과 효율 중심의 인간형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살핀다. 4부 ‘호모 이코노미쿠스에 맞서다’에서는 유기적 집단 속에서 생활하는 ‘사회적 인간’을 발견한 다양한 흐름들을 정리한다. 5부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우회하다’에서는 행동경제학을 비롯한 최신 경제학 흐름을 살피며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넘어설 대안적 인간형을 모색한다. “인간은 효율적으로 계산하는 합리적 개인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형성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하다 인류 최초의 경제학자로 손꼽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물건이나 사람에 매겨진 값(교환가치)보다는 그것의 쓸모(사용가치)를 강조하며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경제인’을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여겼다. 반면 현대경제학의 시초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최초로 ‘이기적 인간’을 모델로 삼으며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기틀을 마련했다. 다만 그는 익히 알려진 바와 달리 『도덕감정론』을 통해 ‘이타적 인간’ 또한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경제학의 역사를 가르는 분기점 역할을 했다. 애덤 스미스 이후 한계효용학파와 신고전학파가 등장하면서 경제인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제번스는 재화로부터 얻는 효용과 비효용을 계산하는 ‘합리적 소비자’를 강조했고, 마셜은 시장경제의 두 가지 축인 수요자와 공급자를 수학적인 모델로 정식화했다. 프리드먼은 개인들이 지니는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며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논리로 내세웠고, 베커는 정치?사회?문화적인 현상까지 모두 개인의 효율적인 선택으로 환원하여 설명했다. 루카스에 이르러 경제인은 이제 주어진 정보를 완벽하게 활용하여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한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갈등하며 변화하는 존재다”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지니는 문제점을 치밀하게 파헤치다 자유주의적인 세계관을 지탱하는 중요한 근거였던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그러나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마르크스는 인간 사회 전체가 계급적인 역학관계에 의해 규정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고립된 개인으로서의 경제인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수많은 경제인으로 구성된 자본주의 질서가 형식적으로는 동등한 주체들 사이의 자유로운 계약과 거래를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소득의 불평등과 심각한 양극화를 낳으며 인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제도학파 역시 인간의 사회성을 강조하며 시장보다 강력한 기제로 작동하는 다양한 제도나 관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베블런은 사적인 이익 계산을 넘어 끊임없이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사회성’을 중요시했다. ‘완벽한 경제인과 무력한 정부’라는 구도를 내세운 신고전학파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케인스는 인간이 수시로 비합리적이며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투기를 억제하고 대량실업과 장기불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상에서 우리가 만나는 경제적 인간은 매우 다양하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인간을 제시하다 최근 경제학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지녔던 의미와 한계를 종합하여 보다 일상에 가까우면서도 다채로운 인간상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스털린은 경제성장이나 국민소득보다 ‘행복한 삶’에 중점을 두는 인간을 제시했고, 애커로프는 당장의 이익보다 취향, 성별, 종교, 민족에 따라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인간을 내세웠다. 인도 출신의 경제학자 센은 사회적으로 동등한 능력이 배양되는 조건 위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을 주장했고, 파레이스는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난 인간을 제시하며 오늘날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기본소득제도를 제안했다. 그밖에도 기존 경제학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던 다양한 경제학자들의 인간상이 펼쳐진다. 이 책은 단순히 각 경제학자들의 인간관을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비롯된 경제사상 및 개념들을 폭넓게 조망하며 경제와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을 높여준다. 오랫동안 다양한 경제학의 흐름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저자 홍훈 교수는 복잡해 보이는 경제학자들의 인간에 대한 논의를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 알기 쉽게 정리한 뒤 새로운 인간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인간은 개인, 관계, 집단 중 어느 하나의 단위로도 환원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니면서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상호 의존적으로 구성된다. 인간은 주류경제학에서 주장하는 ‘완벽한 합리성’과 거리가 멀고 부단히 실수를 저지르며 시장은 불황을 거듭한다. 그렇지만 정책의 보완을 비롯한 ‘처방적 합리성’을 통해 이를 개선시켜 새로운 경제와 사회를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삶을 움직이는 근본 동기는 단순한 이익 계산을 넘어 행복, 자유, 윤리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 있다. 서구의 경제인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여 한국인에 대한 성찰로 마치는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 현실에서 ‘사람의 온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일깨운다. |